홍콩 민주주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전 가톨릭 홍콩 교구장 조셉 젠(Joseph Zen, 90) 추기경이 지난 11일 체포된 뒤 몇 시간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젠 추기경은 홍콩 민주주의 운동을 지원하는 기금 단체 < 612 인도주의지원기금 >(612 Humanitarian Relief Fund)을 이끌었던 이들과 함께 체포되었다. 이번 사태는 친중파로 알려진 존 리(John Lee) 홍콩 행정장관이 지명된 지 불과 수일 만에 벌어진 일로, 중국이 일명 ‘국가보안법’을 홍콩 시민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한 사례로 해석된다.
젠 추기경이 체포된 이후 교황청은 물론 미국과 유럽은 이례적으로 민주주의 운동가들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은 11일 “표현의 자유는 풍성하고 안전한 사회의 핵심”이라며 “우리는 홍콩 당국에 홍콩 운동가들을 표적으로 삼는 일을 중단하고 젠 추기경처럼 부당하게 구금되어 기소된 사람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조셉 보렐(Josep Borrell)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SNS를 통해 우려를 전하고 “홍콩 기본법과 영국-중국 공동협약에 보장된 대로 기본권이 준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은 < Vatican News >를 통해 젠 추기경의 체포 소식과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마태오 브루니 교황청 공보실장은 “교황청은 우려와 함께 젠 추기경의 체포 소식을 알게 되었으며 세세히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교구 역시 체포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홍콩 교구는 조셉 첸 추기경의 상황과 안전에 극심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특별히 그를 위해 기도한다”면서 “기본법에 따라 홍콩에서 종교의 자유를 계속해서 누릴 수 있음을 믿는다”고 밝혔다.
13일,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홍콩 정부의 젠 추기경 체포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하며 “풀려난 젠 추기경에게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젠 추기경은 2018년 교황청과 중국 사이에 맺어진 주교 임명에 관한 협약을 강하게 비판한 전력이 있다. 그는 파롤린 추기경을 필두로 한 교황청 고위인사들이 중국과 타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계를 의식한 듯 파롤린 추기경은 이번 사건이 해당 협약을 “부정”하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미 복잡하고 간단치 않은 교황청과 중국 교회 간의 대화라는 여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