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샤를 드 푸코(Charles de Foucauld)를 비롯한 10명의 시성식이 열렸다. 2019년 10월 시성식 이후 2년 7개월만에 열린 시성식이다.
이날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에서 언급한 ‘옆집 성인’처럼,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특별한 능력이나 헌신, 또는 남들이 인정하는 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 가운데서 예수가 보여준 사랑을 용기 있게 실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 34)
프란치스코 교황은 먼저 “우리가 진정 그분의 제자인지 아닌지 식별할 수 있는 근본적 기준이 바로 사랑의 계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수께서는 어떻게 우리를 사랑하셨는가? 끝까지, 자기 자신을 완전히 내어줄 정도로 사랑하셨다”며 “예수께서 자기 사람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셨던 것은 바로 배신의 순간이었다. 인생의 어둠과 격랑 가운데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신앙의 핵심은 사랑받음을 깨닫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지, 누가 누릴 자격이 있는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앙을 고백하고 표현하는 일의 중심에는 우리의 능력이나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무조건적이고 대가 없는 사랑이 있는 것이며, 이러한 사랑은 우리가 자격이 있어서 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서 “그리스도교적 삶을 시작하는데 있어 교리나 선행과 같이 우리가 무언가 반응을 보이기 이전에 사랑받음을 깨닫는 놀라움이 있는 것”이라며 “세상은 우리로 하여금 결과를 만들어냄으로써만 가치있는 사람이 된다고 설득하려 한다. 복음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삶의 진리를 상기시켜준다. 사랑받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가치”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성스러움에도 ‘능력주의’가 끼어들어 얼마만큼, 얼마나 큰 선행을 행했는지 경쟁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교황은 “때로 선행을 하려는 노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우리 스스로에 치우친, 개인적 영웅심과 능력, 무언가를 포기하는 능력, 보상을 얻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데 치우친 성성(聖性)의 이상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는 삶과 성성에 대해 지나치게 영지주의적으로 생각하는 관점이다. 우리는 성성을 닿을 수 없는 목표로 만들고 이를 일상에서, 길거리의 먼지 속에서, 구체적인 삶의 노력 속에서,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가 자매들에게 말했듯 ‘주방 냄비들 가운데서’ 성성을 추구하고 받아들이는 대신 이를 일상과 분리시켰다”고 지적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이라는 예수의 말씀에 대해 교황은 “‘처럼’이라는 말은 예수의 사랑을 모방하라는 초대일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에만 우리가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내가 실천하는 사랑은 나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과 하나된다. 그분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적 삶은 이토록 단순한 것이다. 우리는 온갖 것들로 이를 복잡하게 만들지만, 사실은 이토록 간단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교황은 “우리에게 이 계명을 남기기 전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셨다. 계명을 선포하시고서 그분께서는 십자가에 매달리셨다”며 “사랑한다는 것은 바로 섬기고 삶을 바치는 것이다. 섬긴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는 것이다. 욕망과 경쟁이라는 독을 해독하는 것이다. 무관심이라는 암과 자기지칭성이라는 해충을 퇴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어루만지고 바라본다는 것, 즉 우리 형제자매 안에서 고통 받고 계시는 그리스도의 육신을 어루만지고 바라본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이것이 삶을 내어주는 것이다. 성성은 몇 가지 영웅적인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일상적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