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1주간 토요일(2022.6.18.) : 2역대 24,17-25; 마태 6,24-34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고 하신 말씀은 한처음에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신 주체 즉 생명의 주인으로서 하신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당신의 자유와 같은 속성을 지닌 자유를 선사하셨기 때문에, 사탄으로도 기울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인간 자유를 염두에 두시고 스스로 인간이 자신의 자유를 통하여 당신께 나아오기를 바라셨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자유가 사탄의 유혹에 빠져 악으로 기울면, 가치 질서가 흐트러져서 영혼보다 정신을, 정신보다 육신을 더 귀하게 여길 수도 있고, 영원한 생명보다 현세적 생명에 필요한 것만을 찾을 수도 있음을 예수님께서는 잘 알고 계셨습니다. 심지어 오늘 독서에서 들으셨듯이, 권력 다툼으로 살인을 자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고 몸이 옷보다 소중합니다. 또 목숨도 소중하지만 그 목숨을 지어내신 하느님은 더 소중합니다. 그러니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으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힘이요 뜻이기 때문에, 이것을 먼저 찾으면 나머지는 가치 질서가 바로 잡혀서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이런 가르침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또 세상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성찬례를 제정하여 남겨 주셨습니다. 그래서 성찬례는 예수님께서 당신이 몸을 사랑의 희생으로 봉헌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동시에, 그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일을 계승함으로써 우리도 사랑의 희생으로 봉헌하기를 행하라는 유산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