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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상처 위에 발라주는 연고 같은 의사소통 필요해”
  • 끌로셰
  • 등록 2023-01-26 16: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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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4일, 제57차 홍보주일 담화를 발표하면서 직접 가서 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데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음으로 말하기”라고 강조했다.


“마음으로 말하라, ‘사랑으로 진리를’(에페 4, 15)”이라는 주제로 발표된 이번 홍보주일 담화에서 교황은 ‘마음으로 말하기’에서 말하는 ‘마음’이란 “개방과 환대의 의사소통으로 우리를 이끄는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교황은 이런 마음을 갖출 때 “대화와 공유의 역학으로 진입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진심을 담은 의사소통’의 역학”이라며 “마음으로 말해야 한다는 호소는, 때로는 심지어 진리를 날조하고 수단으로 삼는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하여 무관심과 분노에 휩쓸리는 우리 시대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진심을 담은 의사소통’이란 “우리 이야기를 읽거나 듣는 사람들이 우리가 우리 시대 사람들의 희노애락에 함께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됨을 의미한다”며 “진심을 담아 의사소통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신경 쓰고, 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염려하기에 타인을 아끼는 것이다. (…) 교회 공동체도 예외일 수 없는 양극화와 대립의 시대에, ‘가슴과 두 팔을 활짝 연’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일은 언론 종사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마음은 마음에 말을 건네기 마련이다.’


올해로 서거 400주년과 더불어 교황 비오 11세가 가톨릭 언론인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한 지 100주년을 맞은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François de Sales)의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교황은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가 개신교의 분파 가운데 하나였던 칼뱅주의자들과의 격렬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온유, 인간미, 모든 사람 가운데서도 특히 자신을 반대하는 이들과 침착하게 대화하려는 마음이 그를 하느님의 자애를 훌륭하게 증거한 이로 만들어준 것”이라며 ‘마음은 마음에 말을 건네기 마련’이라는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의 유명한 발언을 되새길 것을 조언했다.


의사소통은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영혼을 비추는 거울,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씨앗을 감싸는 겉면”이 되어야 한다고 비유하며 “‘우리가 전달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는 프란치스코 살레시오의 말은 우리가 사회관계망에서 경험하듯이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우리가 원하는 모습대로 우리를 보게끔 의사소통을 수단화시키는 이 시대에 역행하는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마음에 불을 지피는, 상처 위에 발라주는 연고의 역할을 하면서도 우리 형제자매의 길을 비춰주는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교황은 시노드를 비롯한 교회 공동체 안에도 “마음에 불을 지피는 의사소통, 상처 위에 발라주는 연고의 역할을 하면서도 우리 형제자매의 길을 비춰주는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며 “성령의 인도를 따라 온유하면서도, 동시에 교회가 제3천년기에 전달해야 할 놀라운 선포를 위한 새로운 형태와 양식을 찾는 예언자적인 교회의 의사소통이 시급하다. (…) 이는 하느님과의 관계 그리고 이웃, 특히 가장 헐벗은 이를 중심에 놓는 의사소통이자, 자기창조적 정체성의 잔재를 보존하기보다는 신앙의 불을 댕기는 의사소통”을 희망했다.


교황은 외교관계에 있어서 특히 ‘부드러운 뼈가 혀를 부순다’(잠 25,15)는 말처럼 “전쟁이 벌어지는 곳에서, 증오와 적대가 격동하는 그곳에 대화와 화해를 가능케 하는 샛길을 내기 위해서는, 즉 평화의 문화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로 지금 마음으로 말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 분쟁의 극적인 맥락 안에서 적대적이지 않은 의사소통을 표현하는 일이 시급하다. ‘개방적이고 존중이 넘치는 대화 대신, 모욕을 안겨주는 온갖 수식어를 붙여가며 곧바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습관’(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 201항)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60년 전처럼 우리는 지금 인류가 전쟁의 확전(이탈리아어: escalation)을 우려하는 어두운 시기를 겪고 있으며, 하루빨리 의사소통 차원에서도 이를 저지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적대적 수사는 물론, 이념적인 목적으로 진리를 조작하고 왜곡하는 모든 프로파간다를 그만둬야 한다. 이와 반대로 모든 차원에서 민족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의사소통을 증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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