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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가 보여주는 세 가지 특징
  • 이기우
  • 등록 2023-10-17 20: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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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2023.10.18.) : 2티모 4,10-17; 루카 10,1-9 


마르코는 십자가에 달리시기까지 당신 목숨을 바쳐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신 예수님을 알아야 비로소 그분을 온전히 믿을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복음서를 썼습니다. 마태오는 십자가의 신비에 대한 마르코의 깨달음 위에서, 믿는 이들이 모인 교회 안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그분의 가르침을 집대성하여 상세히 전해 주었습니다. 


이렇듯 마르코가 쓴 복음서와 마태오가 쓴 복음서는 상호 보완적입니다. 그런데 오늘 교회가 기념하는 루카는 좀 더 시야를 넓혀서 교회 안에서만 아니라 세상 전체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거하기 위한 선교적 안목에서 마르코와 마태오가 미처 전하지 못한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을 전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루카는 이 세상에 출생하시는 첫 순간부터,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고(루카 1,35), 구원자이시며 또한 주님이심(루카 2,11)을 강조하였고, 성모 마리아께서만 아시는 출생의 신비 즉 성령으로 인한 잉태와 역시 성령의 개입으로 탄생한 세례자 요한과의 기묘한 만남을 알려주었습니다. 


이는 선교란 하느님께서 인간 역사에 개입하시는 손길을 받아들이는 일이라는 뜻이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2천 년 전이라는 특정한 시간, 팔레스티나라는 특정한 공간에만 개입하시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개입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수동적으로 그러나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이 손길을 세상 사람들에게 능동적으로 그리고 보편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선교입니다. 


또한 마르코나 마태오가 하느님 나라 또는 하늘 나라로 소개하는 예수님의 메시지를 모든 민족 가운데에서 가난한 이들이 들어야 할 복음으로 소개하였습니다(루카 4,18-19). 루카의 선교관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하느님 나라가 이 세상에서 드러나게 되는 현실적 계기는 바로 삶의 벼랑에 내몰려 희망을 잃어버린 가난한 이들이 다시 살아갈 힘과 희망을 되찾는 복음을 듣게 하는 데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비단 종교적인 차원에서 교리를 가르치거나 입교하도록 권유하는 일을 넘어서서 전인적으로 기쁨을 주는 일이 선교라는 뜻입니다. 그 결과로 그 가난한 이들이 하느님을 알고 교회에 속하게 되면 더 없이 기쁜 일이지요. 


루카는 같은 이유에서 예수님께서 사도로 양성하시고자 부르신 열두 제자를 종종 ‘사도’라고 앞당겨 부릅니다. 이미 사도들이 활약하는 교회 시대까지 염두에 두고 그들의 사도직이 예수님의 신성을 드러내고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이 세상에 드러내는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선교적 관점에서 루카가 기록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서가 보여주는 세 가지 특징, 즉 예수님의 신성을 드러내고,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세상에 드러내며, 사도직 활동으로써 예수님의 신성과 하느님 나라를 지속적으로 드러내는 일은 신성을 가리고 하느님 나라를 가로막는 악과 마귀들의 활약을 꿰뚫어보고 이에 대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창조 이래로 악과 마귀는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려고 하는 프레임 전환 계략으로 선과 하느님을 방해해 왔기 때문입니다. 


루카는 안티오키아 공동체에서 의사로 일하다가 바오로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바오로가 어떠한 처지에서 사도요 선교사로 나서게 되었는지를 똑똑히 보게 된 후에, 동료요 제자로 따라 나섰습니다. 데마스가 떠나고, 크레스켄스와 티토 그리고 티모테오와 티키코스 등 다른 제자들이 사도 바오로가 개척해 놓은 여러 공동체들로 파견되었어도, 루카만은 사도 바오로를 묵묵히 수행했습니다(2티모 4,11). 


1차 선교여행에서 선교 대열에서 이탈했던 마르코도 바오로가 불렀습니다(2티모 4,11). 사도 바오로가 티모테오에게 지시하는 편지 속에 나타난 상황은 그가 얼마나 악의 세력이 괴롭히는 가운데에서도 주님께 굳굳하게 의지하며 복음 선포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교는 선과 악의 대결 상황 속에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성령의 기운을 받아 선을 지키는 파수 역할입니다.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은 악의에서라기보다는 몰라서 선교사를 거들어주지도 않고 무관심 속에 저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에 오직 하느님만을 의지하고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려는 태도가 선교사의 생명입니다.


이러한 선과 악이 대결하는 상황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치열하게 그리고 교묘하게 현재 진행 중입니다. 선교의 사명을 부여받고, 사도직을 수행하는 이들이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도적인 보장을 받고 있어서 비교적 평화스러워보이는 본당 사도직이나 사회복지 사도직이나 병원 사도직 등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선과 악의 긴장이 반드시 내재되어 있습니다. 


제도권이 아닌 현장에서 사회정의를 위해 헌신하거나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의평화 사도직에서는 두 말 할 것도 없으리만큼 치열한 선악 대결 상황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도로서의 자의식을 지니고 복음서를 기록한 루카가 고유하게 자신의 복음서 마지막 장에서 보도하고 있는 엠마오 기사가 이 상황에 대한 결론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복음을 선포하는 선교의 길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일은, 나그네처럼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신다는 발현 의식입니다(루카 24,13-35).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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