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호이태원 참사 발생 3주기를 맞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희생자 15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이들의 넋을 기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추모미사는 참사가 발생한 시각인 오후 6시 34분에 맞춰 시작했다. 미사 제대 앞에는 희생자를 상징하는 159개의 촛불이 켜졌으며, 유족과 시민, 종교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 400여 명이 함께했다.
미사를 주례한 최재철 신부(사제단 사무처장)는 강론에서 “지난 3년은 사랑하는 이의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게 한 패륜의 시간이었다”며 “국가와 사회, 교회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억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미래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유족대표로 발언한 고(故) 신애진 씨의 어머니 김남희 씨는 “이태원 참사는 명백한 행정 실패이자 인재(人災)”라며 “메뉴얼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메뉴얼을 작동시키지 않은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참사 3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제자리”라며 “우리는 아직도 진실을 기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춘수 신부(천주교 마산교구)는 “뒤늦게 특별법이 제정되고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많다”며 “희생자와 유족의 목소리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묻히지 않도록 교회가 함께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미사 후 ‘기억하겠습니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녹사평역 인근 도로를 따라 행진하며, 촛불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022년 참사 직후부터 ‘기억과 연대의 미사’를 이어오고 있다. 사제단은 “이태원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무책임이 낳은 사회적 비극”이라며 “교회는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사제단은 오는 11월 중 전국 주요 교구별로 ‘추모와 성찰의 미사’를 이어갈 예정이며, 교회 차원의 사회적 연대 활동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