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톨릭교회에서 상징성과 영향력이 큰 뉴욕대교구의 수장이 교체된다.
교황 레오 14세는 티머시 돌런 추기경(Timothy Michael Dolan)의 사임을 수용하고, 후임으로 로널드 A. 힉스 주교(Ronald A. Hicks)를 뉴욕대교구장에 임명했다.
뉴욕대교구는 미국 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교구로, 그 수장은 종교 영역을 넘어 사회·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다. 이번 인사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단순한 교구장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년 사임한 돌런 추기경
돌런 추기경은 2009년부터 뉴욕대교구를 이끌어 왔으며, 올해 만 75세가 되면서 교회법에 따라 교황에게 사임서를 제출했다. 그는 재임 기간 동안 낙태, 동성결혼, 종교 자유 등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 왔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기도를 맡은 이력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미국 언론 일각에서는 뉴욕대교구가 정치·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자주 놓이게 됐다는 평가도 제기해 왔다. 동시에 그는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 의장을 지내는 등 교회 안팎에서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활동해 왔다는 점에서 공과가 함께 언급된다.
후임 힉스 주교, 사목 중심 인물로 소개
후임으로 임명된 로널드 A. 힉스 주교는 일리노이주 출신으로, 시카고 대교구 보좌주교를 거쳐 현재 졸리엣 교구장을 맡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그를 정치적 발언보다는 사목과 공동체 돌봄에 무게를 두어 온 인물로 소개하고 있다.
▲ ⓒ Archdiocese of New York힉스 주교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으며, 이민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이력에 대해 일부 언론은 교회가 사회적 갈등 사안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보다 신중하고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주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해석한다.
힉스 주교는 내년 2월, 뉴욕 성 패트릭 대성당에서 공식 착좌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교황 인사를 두고 다양한 해석도
이번 뉴욕대교구장 인사를 두고 미국 언론과 교회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미국 가톨릭교회가 공적 발언의 무게 중심을 정치적 논쟁에서 사목과 사회적 연대로 옮기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정년 사임에 따른 통상적인 인사 절차의 결과로 보아야 하며, 이번 임명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한 시각도 함께 제기된다.
뉴욕대교구는 미국 사회의 변화와 갈등이 집약된 공간이다. 새 대교구장의 사목 방향과 공적 발언은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힉스 주교의 임명이 앞으로 미국 가톨릭교회가 사회 현안에 대해 어떤 언어와 태도로 응답할지, 그리고 교회가 공적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자임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