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2일 일요일 49일차.
제게 물어봅니다.
아직도 승현이가 그렇게 보고 싶냐고.
아직도 라는 말이 저의 가슴에 콕 박힙니다.
아직도 저는 승현이가 보고 싶습니다.
아직도 저의 시간은 지난 4월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직도 저는 팽목에서 승현이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일년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떠냐고들 물어봅니다.
저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간인데 말입니다.
그냥 일년이 지난 겁니다.
승현이 없이 일년을 살아간 겁니다.
신부님이 제게 물었습니다.
필요한게 뭐냐고.
저는 가장 필요한 걸 말했습니다.
승현이라고.
신부님이니까 하느님께 기도해서 잠시만 승현이를 데려와 달라고.
아무나 붙잡고 말하고 싶습니다.
승현이를 데려와 달라고.
몸부림 치듯 기어오다 보니 어느 새 갈재고개를 넘어 정읍까지 왔습니다.
반가운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분들을 생각하면 저는 정말 잘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빈가슴을 채우려 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걸로도 채워질 수 없다면 그냥 그대로 남겨둘 겁니다.
아직도 저는 승현이 누나이기 때문입니다.
이아름 : 세월호 희생자 승현군의 누나이자, 이호진씨의 딸이다. 아름양은 지난 2월 23일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