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심의하고 인허가를 결정해야 할 정부 부처들이 사업 계획·수립 단계에서 사업자에게 자문하고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1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Tasks Force, 특별 조사단) 회의 회의록’을 공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케이블카 사업의 인허가에 관련된 정부 부처들이 2014년 9월 11일부터 사업자인 강원도 양양군과 함께 5차례 비밀회의를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거 2차례나 부결된 케이블카 사업을 환경부가 나서서 규제 통과 방법을 마련해 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심 의원은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컨설팅하면서 주도했고, 작년 11월 7일 2차 회의 때부터 구체적인 일정을 잡고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사업자와 함께 TF를 구성하고 밀실 회의에서 사업 계획을 세우고 심의까지 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정부 주도여서 이번 결정은 무효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이민호 자연보전국장은 “TF 구성과 회의는 문화부 주관으로 이뤄졌다”며 “산악관광 활성화 등을 위한 것으로 설악 케이블카 심의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형 케이블카 설치, 친환경 케이블카 확대 방안 등 설악 오색 케이블카와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사안들도 논의했던 자리”라고 밝혔다.
그러나 TF 회의록을 보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정부 부처의 협력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TF 회의록 ‘추진 배경’에는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와 산악열차를 확대하고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양양군의 케이블카 설치를 지원한다’고 적혀있다.
회의록 ‘목적’에는 ‘정부와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TF 운영을 통해 케이블카 설치 여건을 검토하고, 확충 방안을 마련한다’고 되어 있다.
회의록에는 또 환경부 주도로 케이블카 사업 컨설팅을 지원하고 설치 변경안을 마련하도록 나와 있으며, 과거 케이블카 사업에서 발생했던 문제점과 해결 사례를 참고하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인허가 관련 사항에는 검토 단계에서부터 관계 부처들과 협의하도록 했다.
10개의 정부기관이 참석하는 국립공원위원회 중 5개의 기관이 TF 회의에 참여했고, 3차와 4차 회의에는 산림청과 문화재청까지 참석했으며, 연구기관인 한국관광개발연구원도 포함됐다.
2014년 12월 10일의 3차 TF 회의록에는 2015년부터 설악산뿐만 아니라 지리산에도 케이블카 사업 설계가 잘 추진되도록 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심 의원은 “회의록에 따르면 정부는 지리산 케이블카도 올해 시범사업으로 선정해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회의록 ‘친환경 케이블카 관련 추진 방향’에는 “내년부터 시범 사업지역(설악산, 지리산)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 추진을 잘 설계하여 문제없이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이라고 적혀있다.
(사진출처=녹색연합)
이에 대해 환경부 이 국장은 “지리산 케이블카의 경우 2012년 4개 지자체가 사업을 신청했을 때 부결됐지만 당시 ‘시범사업의 필요성이 인정 된다’는 점은 밝혔다”며 “하지만 이후 진전된 사항이 없고, 사업과 관련해서도 아직 정해진 방침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자연공원 케이블카 반대 범국민 대책 위원회’와 한국환경회의는 1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 결정 무효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 윤성규 장관과 정연만 차관의 사퇴 및 국립공원을 파괴하는 국립공원위원회 해산을 요구했다.
이날 범대위와 환경 회의는 강원도 양양군이 설악산의 생태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가이드라인과 검토 기준을 명백히 위배했다고 규탄했다.
범대위는 “국립공원위원회의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 결정은 충분한 검토 절차 없이 일방적인 공청회 진행, 표결 강행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원천 무효”라고 선언했다.
녹색연합 박그림 공동대표는 “생명들이 살고 있는 설악산이 파헤쳐 질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솟구치는 눈물을 참을 수 없다”며 “끝까지 케이블카 설립을 막기 위해 이 한 몸 던질 것”이며 눈물을 흘렸다.
환경운동연합 염현철 사무총장은 “환경부 장·차관의 사퇴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도 역시 이번 결정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국립공원위원회가 만든 결정이 가져올 끔찍한 재앙이 너무나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범국민적 소송인단의 사업 중지 소송을 추진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설악산 케이블카 공사를 막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