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사회사목 담당 교구장 대리)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핵심 관심사는 '생태문제'인 모든 인간의 공동의 집인 지구에 대한 염려와 '발전문제'인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라고 밝혔다.
유 주교는 이날 열린 제15회 가톨릭 에코포럼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사회교리적 관점에서 본 회칙’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교황은 환경을 위한 투신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투신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생태적 불의와 사회적 불의가 별도로 취급될 수 없다는 통합 생태론으로, 생태회칙은 지구적 발전문제와의 연속성 속에서 처음으로 생태문제를 핵심 주제로 다룬 최초의 사회회칙이라는 점에서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유 주교는 평가했다.
생태회칙은 또 최초의 사회회칙인 1891년 레오 13세의 ‘새로운 사태’처럼 이 시대와 미래를 위한 또 하나의 ‘새로운 사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화는 정의의 실현이고 사랑의 결실인데, 그동안에는 인간끼리의 정의를 강조했다면 교황은 이제 생태정의를 강조하면서 인간끼리의 사랑만이 아니라 자연 사랑으로까지 사랑의 범위를 확대했다고 유 주교는 설명했다.
유 주교는 이번 교황 회칙은 지역교회의 문서를 광범위하게 인용함으로써 보편교회와 지역교회가 상호보완적인 형제 관계임을 드러낸 파격적인 것으로, 이로써 주교들의 공동 교도권을 새로운 방식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시대의 징표를 복음의 빛으로 조명하고 해석하는 일은 하느님 백성 전체의 의무이며 특히 사목자 신학자들의 의무인데, 그런 점에서 회칙이 지역교회 사목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샤르댕, 과르디니 등 신학자들의 의견을 인용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지적했다.
유 주교는 이 회칙을 한국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선 각자가 생태적 회심을 한 후 개인적으로 각자의 몫을 책임지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현철 서강대 교수(예수회 신부)는 ‘<찬미받으소서>의 통합 생태론과 인드라망’이란 제목의 빌표에서 회칙에는 해방신학을 확장 심화한 이른바 레오나르도 보프의 ‘생태해방신학’의 관점이 채택되어 있다고 밝혔다.
조 신부는 환경에 대한 논의는 정의 문제를 포함해야 하고, 생태적 접근은 가난한 이들의 기본 권리를 고려하는 사회적 관점을 포함해야 하며, 지구의 울음과 가난한 이들의 울음을 함께 들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조 신부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태적 회심에서 비롯되는 이웃을 향한 나눔과 배려, 돌봄의 정신이 공적 차원으로 확대 강화되어야 하며, 따라서 우리의 이웃 사랑은 ‘정치적 사랑’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된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적 사회적 사랑이 필수적이며, 사회적 사랑의 확산은 현재 우리 사회 현실은 배타적 소유와 지배의 문화를 상호 협력과 돌봄의 문화로 바꾸는 근원적인 변화의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신부는 핵 발전은 창조질서 훼손의 대표적인 주범이며,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은 자연 생태계를 심각히 훼손하는 결정 뒤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 사회적 구조와 힘이 존재한다는 것과 탐욕은 끝을 모른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교황 회칙에 드러난 교황의 세계관은 불교의 세계관을 집약하는 상징어인 연기론, 즉 그물인 인드라망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와 우리 공동의 집, 그리고 통합 생태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