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새벽, 세월호 사건 1년을 맞는 날 민주노총 일반노조 합동양조분회의 송복남 씨와 공공운수노조 택시부산지회 심정보 씨가 부산시청 앞의 11m 홍보전광판에 올랐다. 심정보 씨는 ‘전액관리제 도입과 부가세경감분 부당사용 환수 고발 조처’를 요구했다. 송복남 씨는 ‘고용 안정화와 주5일 근무 등 노동자 처우개선과 민주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들어갔었다.
성탄 전 날인 12월 24일 오후 3시 57분, 두 노동자들은 고공농성 253일 만에 농성을 해제하고 땅으로 내려왔다. 그들이 올랐던 좁고 비좁은 문과 계단을 통해 그들이 다시 내려왔다. 그들은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시가 사태 해결에 합의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는 약속 하나에 아무런 합의나 보장 없이 농성을 해제했다.
송복남 씨는 “그동안 연대해주신 동지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분루 속에 말을 잇지 못했다. 심정보 씨는 “동지들, 감사합니다”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노조원들과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서병수 부산 시장은 농성장 아래에서 두 노동자들을 맞았으며, “저희 목표는 연말 안으로 모든 것이 끝나서 다들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노사의) 의견을 전달하고 가능한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협상 장소를 마련해주는 일에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서병수 부산 시장이 현장을 떠나자 곧바로 경찰은 송복남 씨, 심정보 씨를 업무방해와 건조물 침입 등의 협의로 체포했으며, 수갑을 채운 채 호송차에 태워 연제경찰서로 호송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 노조원들은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노조 측의 천연옥 민주노총 비정규위원장은 “부산시의 중재를 믿고 노동자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부산시가 이후에 추진하는 합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천연옥 위원장은 “부산시와 경찰이 땅으로 내려온 노동자들을 잠깐이나마 만나게 해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연제경찰서로 호송됐던 두 노동자들은 간단한 조사를 마친 후 바로 사하구 하단에 있는 큐병원으로 입원해서 건강검진을 받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병원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목욕과 이발을 한 두 노동자는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이발을 하고 나니 천국 같았습니다”라고 환하게 웃으며, “이제는 약속한대로 부산시청과 서병수 부산 시장이 생탁과 택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