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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묵주기도 중단시킨 유정복 인천시장
  • 편집국
  • 등록 2016-01-12 16:35:42
  • 수정 2016-01-13 20: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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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프레스 [기고]에는 독자로부터 기고된 글을 게시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론 등을 제기할 경우 언제든 게재할 방침입니다.



▲ 지난 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2016년 천주교 인천교구 사제·부제 서품식`이 열렸다. (사진출처=천주교 인천교구)


지난 1월 5일 오후 2시, 인천 남동체육관에서는 인천교구 사제, 부제서품식이 있었다. 우리 본당 후배가 사제서품을 받는다고 하여 처음으로 서품식에 가 보게 되었다. 올 해는 11명의 사제와 19명의 부제가 서품을 받았다. 각 본당마다 꽃다발을 들고 축하하는 마음으로 나온 신자들이 참 많았다. 체육관이 가득 찰 정도였으니 아마도 오천여명은 돼 보였다.  


서품식이 시작되기 전에 신자들이 다함께 묵주기도를 드렸다. 1시 50분쯤 영광의 신비 4단을 바치던 중이었다. 사회자가 갑자기 묵주기도를 중단시키고 유정복 인천시장이 왔다고 마이크를 넘겼다. 나는 기도를 하다말고 이게 무슨 일인가 당황스러웠다. 다른 신자들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술렁거렸다. 시장은 자기가 온 것을 알아달라는 듯 인사를 하며 틀에 박힌 인사말을 했다. 그리고 나서 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묵주기도가 계속되었다. 


묵주기도가 끝나자마자 사회자는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주며 축하해 주러 왔다고 알려주었다. 축하 해 주러 온 사람들이 어디 그 정치인들뿐이란 말인가. 순간 여기가 성스러운 서품식장인지 선거 운동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교구 왜 이러는 것일까? 여기저기서 안 좋은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래도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하며 우리 교구가 빨리 평화로워지기를 기도했었다. 그런데 내가 이런 황당한 일을 겪고 보니, 어쩌면 이렇게 이해 할 수 없는 일을 겪고 나서도 아무 불평하지 않는 우리 신자들이 문제를 더 키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유정복 시장은 인사말에서 자신도 천주교 신자로 ‘바오로’ 라고 말했다. 그런데 신자라는 사람이 다함께 드리는 묵주기도를 끊고는 마이크를 잡고 그저 인사말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것일까. 유 시장은 기도보다 자신의 인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인가. 서품식의 주인공이 주님인지 정치인인지, 새 사제인지 시장인지 정말 모르는 것 같다. 


무슨 이유가 있었든, 5분이면 끝날 묵주기도를 중간에 끊고 마이크를 잡고는 자신을 신자라고 소개했던 유시장은 서품식장에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 그렇다면 사과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당시 서품식장에서 술렁이며 ‘갑자기 무슨 일이야?’라고 했던 신자들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벽부터 서품식을 기다렸던 신자들에 대한 예의에 어긋났으며 신품성사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었다. 


그리고 내가 소속된 인천교구는 서품식의 의미를 되새기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신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성전에서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죄스러워 참을 뿐이고, 사제와 주교님들을 존중하기에 믿고 기다렸을 뿐이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고 반성하고 참회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교회가 되어버리면 아마도 나 같은 신자들은 하나 둘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나 같은 신자들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인천교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필진정보]
필자는 사정상 실명을 밝힐 수 없다며, 익명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가톨릭프레스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익명으로 기재합니다. 필자 실명과 소속은 모두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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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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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22 17:54:10

    주최측에서 갑자기 인사말을 부탁했다고...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7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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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17 00:23:03

    방금 인천교구 홈페이지에 갔는데 자유게시판은 없는 것 같아서 "인천교구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 글을 남겼습니다. 정말 창피하다고...돈 있는자 권력있는자를 위한 인천교구 반성좀 하라구요.. 호텔식 요양병원있는 인천교구, 성모병원 노조를 탄압하는 인천교구 ..이게 과연 가톨릭이 지향하는가? 정말 의심스러운 최기산 사제의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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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13 16:09:46

    이번에 새로 서품받은 신부님, 부제님께 의미있는 경험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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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13 12:46:54

    비단 인천교구 뿐만이 아니라 하느님을 가장 첫 자리에 모시지 않는 많은 주교와 사제와 평신도가 생각해보고 깨달아야 될 일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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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13 08:01:30

    유정복 시장보다 기도를 중단 시킨 인천교구가 문제입니다. 그 행사의 주인공은 유정복 시장도 아니고 팜석자 전체이고 서품받는 사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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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13 06:52:41

    '사람'님 의견에 동의.. 시장은 무늬만 신자고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교구 사회자가 그러면 안 되죠. 비판은 시장보다는 교구가 받아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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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12 23:21:21

    유아세례로 신자생활 50년인데 상상도 못할 일이네요. 인천교구가 왜 저럽니까?
    세속의 유정복이가 모르면 교회에서 가르쳐야지
    기도 중단까지 시켜가며 인사하도록 부추깁니까? 하느님과의 대화보다 시장 마이크 잡는 일이 더 급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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