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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야간에 왜 출입제한?
  • 최진
  • 등록 2016-01-21 17:29:37
  • 수정 2016-01-25 11: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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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동성당. 성당 안에서 묵주기도를 하거나 묵상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성모동산에서도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띈다. 하지만 오후 9시 30분이 되자 명동성당은... ⓒ 최진


천주교 서울교구 주교좌 명동성당 측이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신자들의 성당 야간출입을 금지했지만, 문화재청은 이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성당 관리인은 문화재청의 요청에 따라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명동성당 야간 출입을 금지한다고 주장했지만, 확인결과 문화재청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명동성당에서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야간출입을 금지한다는 제보가 있어 15일 오후 7시 직접 성당을 찾았다. 사적 제258호인 명동성당은 건축물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장소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천주교 서울교구는 명동성당 재정비 사업을 2014년 9월에 마무리했다. 


추운 겨울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성당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성당에 온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고, 성당에서는 묵주기도를 하거나 묵상을 하는 신자들이 보였다. 추운 날씨에도 성당 뒤편 성모 동산에서 기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그러나 오후 9시 30분이 되자, 성당 관리인은 명동성당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쇠사슬을 걸어 출입을 금지했다. 성당 정면으로 뻗어 있어 대부분의 신자들이 드나드는 가운데 입구와 돌담으로 이어지는 작은 입구 모두 쇠사슬로 출입이 금지됐다. 정면으로 뻗은 가운데 입구에는 명동성당 문양이 찍힌 입간판이 세워졌다.


입간판에는 “주교좌 명동대성당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야간이용이 제한됨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 있는 관리소에서는 관리인이 나와 명동성당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오후 9시 30분부터 사람들 출입을 통제하는 명동성당. 출입금지 입간판이 성당 입구에 세워져 있다. ⓒ 최진


연세 지긋해 보이는 할머니 신자가 “성모 동산에서 잠깐 기도드리고 나오겠다”며 성당 출입을 요청했으나, 관리인은 “안 된다. 개방 시간이 끝났기 때문에 올라가지 마라”고 답했다. 그는 “한 사람이 올라가면 다 올라가게 돼서 안 된다”며 거듭 출입을 통제했다. 


명동성당 야간출입금지에 대해 성당 관리인은 “문화재청에 물어보라. 작년 1월부터 문화재 보호 때문에 밤에는 명동성당에 못 올라간다”며 “만일 불이 나거나 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명동성당에 올라가려다 발걸음을 돌린 시민들은 외국인과 청년, 여성 등 100여 명이다. 성당을 찾았다가 출입을 저지당한 중년 여성은 길거리에 서서 성당을 바라보며 십자성호를 긋고 기도했다. 


성당 출입을 저지당한 한 남성은 “문화재 보호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곳은 문화재이기 이전에 감실이 있는 성전인데, 신자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명동성당 야간출입 금지) 명분은 문화재 보호인데, 이곳은 다른 문화재가 아닌 성당이라는 점에서 접근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명동성당과 비교조차 못 할 역사를 지닌 세계 여러 성당을 가보아도, 야간이라고 해서 성당 마당에조차 발을 못 딛게 하는 곳은 보지 못했다”며 “교회가 영업하듯이 일정 시간 이후에 문을 닫는 것이 과연 그리스도의 뜻인지, 이것이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상처를 받고 더러워 져야 하는 교회의 모습인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보호 명분으로 야간에는 하느님도 퇴근시켜 버리는 한국 천주교회가 너무 위선적이고 권위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 명동성당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쇠사슬에 가로막혀 눈 앞에 성당을 두고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 최진


그러나 문화재청은 명동성당이 말한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관계자는 “문화재의 사안에 따라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명동성당은 아무런 보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명동성당의 주장대로 야간출입 금지를 문화재청이 지시했다면 공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에는 명동성당과 관련한 문화재 보호 요청이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다시 명동성당에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성당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사람들에게 그냥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깔끔해서 그렇게 한다”며 “성당에 오면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야간출입 통제는) 최소한의 자기방어다. 기도를 못 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성당 입구부터 쇠사슬로 출입을 막았지만 기도를 못 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관계자는 사람들이 야간에 성당에 오물을 버리거나 성탄 나무를 파손하는 등의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며 ‘최소한의 자기방어’에 대한 근거를 설명했다. 


성당 야간 출입을 저지당한 대부분의 사람은 쉽사리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몇몇 신자들은 관리인에게 하소연하거나 성당 앞 길거리에서 성당을 바라보며 기도를 했다. 성당 관리의 어려움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도하고 싶다는 신자들을 교회가 가로막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소중한 인력이 입구에 서서 출입을 통제하는 대신, 신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쉬다 갈 수 있도록 돌아보고 보살필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적어도 추운 겨울밤 하느님을 찾았던 신자들을 되돌려 보낸 이유는 문화재 보호 요청에 따른 것도, 하느님의 뜻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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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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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25 19:35:14

    축성한 성당은 거룩한 곳으로 이미 하느님의 나라 아닌가요? 인간이 하느님이 필요한 사람을 차단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만일 노숙인들 때문이라면 더욱 출입을 차단하면 안되지요. 교회가 이런 사람을 외면한다면 존재 가치가 있을까요? 교회는 노숙인들이 증가되면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베드로 성인께서 왜 로마에서 모든 것을 바쳤을까요?! 사람위에 사람있는 세상이 진리에 어긋났기 때문 아닌가요? 교회는 진리 위에 설때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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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21 17:47:46

    가장 큰 이유는 술먹고 노숙자분들과 마음이 아픈 분들이 명동성당에 방문하시기 때문입니다. 1898회관 완공 전에는 11시까지 했다가 관리인들이 쫒아내느라 바빳습니다. 지금은 9시30분부터 출입금지 시키지요. 원인은 결국 노숙자들과 마음이 아픈분 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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