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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교황대사, 언제까지 할 것인가?
  • 조영규
  • 등록 2016-02-12 12:43:00
  • 수정 2016-02-17 17: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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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대사(敎皇大使)는 바티칸 시국(로마 교황청)에서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에 파견한 대사를 지칭한다. 교황대사, 라틴어 ‘nuntius’는 본래 ‘소식 전달자, 전령’을 의미한다. 교황대사는 국제법상 일반 국가의 대사와 동등한 직위이며, 주재국 정부와 바티칸 시국 사이의 외교관계를 증진하고 주재국의 교회 상황과 가톨릭교회와 관련된 모든 동향을 교황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톨릭교회의 지역 주교를 선출하는데 있어 막대한 역할을 한다. 곧 교황대사는 로마교황청에 한국교회의 동향을 보고하고 바티칸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5월 15일자 한겨레신문에서는 “교황청 대사, 한국주교를 하인처럼 부려”라는 제목으로 오스발도 파딜랴 현 주한교황청대사가 주교 임명제청권을 이용해 전횡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함세웅 신부는 사목자 소식지 <함께하는 사목>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 (2013년) 2월 서울교구 중견사제들로부터 ‘현 교황대사가 거의 총독 같은 모습으로 한국 가톨릭교회를 쥐락펴락 하고 한국 주교들을 하인 대하듯 해 왔다고 한다’는 장문의 편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사제들은 편지에서 교황대사가 △자신의 모국인 필리핀에 너무 자주 오가고 △한국의 주교들과 실업인, 신자들을 불러 식사 대접하는 것을 기회로 돈푼깨나 받았다는 이야기가 퍼져 있고 △주교 임명제청권을 앞세워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고 △대사라는 직분을 이용해 서울성모병원을 안방 드나들듯 하며 △군대를 가지 않고 군대문화를 모르는 이를 군종교구장으로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현 교황대사 파딜랴는 누구인가? 


현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는 필리핀에서 1942년 8월 출생했다. 필리핀 세부 대교구에서 사제 수품(1966) 되었고 신학 석사와 교회법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교황청 외교관 학교에서 외교관 직무를 시작한다(1972). 스리랑카, 아이티, 나이지리아, 아일랜드, 멕시코, 프랑스 교황대사관의 서기관과 참사관을 역임했고, 파나마 주재 교황대사시절 대주교가 되어(1991), 스리랑카, 나이지리아, 코스타리카 교황대사를 거쳐 2008년 4월 12일 한국교황대사에 임명되었다. 올해 4월이면 꼭 8년이 되는 것이다. 그 동안의 교황대사의 임기를 보았을 때 현 대사의 임기는 어느 때 보다 길다. 초대 교황 대사 안토니오 델 쥬디체(1963-1966)부터 시작하여 제 10대 교황 파딜랴까지의 평균임기는 4.5년이다. 곧 4년가량이면 교황 대사가 교체되는 것이 관례였는데 현 교황대사는 8년 동안 한국대사로 재직하고 있다. 매우 긴 기간이다. 왜 그런가? 현 대사가 지역교회에서 신망이 두텁고 덕성과 영성으로 그 임무와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이런 문제가 제기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2013년 한겨레신문 보도 이후 현재까지 교황대사에 대한 온갖 뒷담화가 난무한다. 


▲ 오스발도 파딜랴 현 주한교황청대사 (사진출처=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황대사에 대한 쟁점은 파딜랴가 가지고 있는 ‘주교임명제청권’에 있다.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교황대사는 지역교회의 주교를 선발할 때 중요한 정보를 교황청에 제공하고 지역 주교 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런데 2013년 5월 연합뉴스의 보도와 7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한상봉 데스크 칼럼’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서울교구의 젊은 사제들 모임에서 보내온 편지에서는 교황대사의 부적절한 처신과 현직 교구장의 줄세우기 차원의 주교천거에 협력한 사실을 꽤 신빙성 있게 언급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주교들과 실업인, 신자들을 불러 식사 대접하는 것을 기회로 돈푼깨나 받았다는 이야기가 퍼져있다”라고 편지는 적고 있다.


여러 가지 정황들에 비추어 젊은 사제들의 편지는 매우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나 교회는 이런 부분에 대한 일체의 반론이나 답변을 내 놓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 다시 3년이나 되어가고 있다. 


신앙의 신조를 읊조리다 보면 사도신경 중에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라는 신조를 되뇌인다. 로마의 총독 본시오 빌라도는 이스라엘을 통치하던 로마의 대사였다. 로마 황제의 권위를 가지고 이스라엘 백성을 식민통치하며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그들에게 세금을 거두어들이고,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이스라엘을 도구화했다. 당시 대사제 가야파와 야합이 이루어진 것도 만약 로마 황제에 협력하지 않는 예수를 살려 두었다면 빌라도 총독의 황제에 대한 불충이며 반역이라는 점을 역설했던 대사제 가야파의 압박수가 유효했던 것이다. 그는 판결이후 손을 씻어 자신은 이 일과는 무관하다고 말했지만 그의 양심은 자기가 죄 없는 이를 죽였다는 자책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오스발도 파딜랴 교황대사의 재임기간 중 한국천주교회의 물신화와 세속화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이 아닌 점입추경(漸入醜境)이다. 각 교구의 개발사업들은 교황대사가 축하해주고 격려 치하했다는 말로 그 정당성을 확보하고 대규모 시설이나 대학, 병원, 학교 등의 개교나 개원에는 교황대사가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이것은 그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이 줄기차게 진행해온 교회 개혁의 메시지와는 상반되는 활동이다. 대사가 교황의 정치적 입장과 노선에 일치해야 하는 것은 교황대사의 사명일 뿐 아니라 교회의 전통 가운데에서도 성직자들에게 요구되는 ‘순명’이라는 기본적인 덕성이다. 그러나 교황대사는 지금 교황의 가르침이나 지도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대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교황 방문시에도 현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들의 ‘번영하는 교회’를 질타하고 더욱 가난하고 겸손한 교회로 살아가라 말했건만 교회는 이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유하고 교만한 교회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고 있다.


교황대사는 지금 빌라도와 같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는 데 일조하고 있으며 공범이다. 대사는 작금의 한국천주교회 모순의 선봉에 서 있으며 교황의 이름을 빌어 그것들을 승인하고 주교들과 공범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을 비롯한 근대사회의 국가혁명이나 대전환은 아래로부터의 시작이었으며 변화였다. 그러나 교회의 변화는 이제 위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동력은 아래에 있지만 위로부터 시작되고 전개되고 있는 점이 이전과 상이하다. 그래서 더욱 효과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변했으니 교황청의 추기경들과 교황대사들이 변해야 하고 그들로 말미암아 지역교회의 주교들이 변해야 하며 그 지역교회의 사제들이 변해야 한다. 현 교계제도의 구조상 평신도들은 문제제기의 언로가 차단되어 있으며 높디높은 하늘에 거하는 주교들은 만나보기 힘들고 올려다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어찌 보아 지금은 기회일 수 있다. 현 교황의 가르침을 토대로 자각한 평신도들은 활발한 지역모임과 본당 모임들을 통해 현 교회의 복음적이지 못한 모습을 개혁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복음의 기쁨’을 읽으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던 수많은 사제들과 평신도, 수도자들이 연대하여 새로운 교회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 한국천주교회에 다가오는 ‘시대적 징표(Signum Temporis)’이자 예언자로서의 성소(holy vocation), ‘거룩한 부르심’일 것이다. 


2016년 벽두에는 교황대사 교체 소식부터 들려오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제 주교를 선출하는데 있어 하느님 백성의 순수한 소망이 교황청에 올라가 참신하고 덕망 있는 주교가 선출될 수 있는 교회 체질개선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지역교회의 대표를 세우는데 언제까지 백성이 배제된 교황대사의 입김만으로 가능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제 지역교회의 주교는 지역 백성들의 논의와 협의를 통해 선출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한 번 주교는 죽을 때 까지’라는 비이성적인 관리체계 방식도 종식해야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도 임기가 있고, 연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찌 주교가 20년 30년 주교직을 수행한단 말인가? 천주교의 주교격인 불교 조계종의 총무원장도 종단 개혁이후(1994) 연임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는데 최근에 연임을 한 자승에 대한 비판의 물결이 거센데 유독 천주교는 교황청에 기대어온 주교선출방식으로 종신직에 가까운 75세 정년을 보장하고 있으니 교회 존속에도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개혁의 지점은 머리이다.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     



[필진정보]
조영규 : 한국가톨릭 교회의 쇄신과 올바른 신앙실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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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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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2-12 23:04:21

    사회의 불합리에 대하여 질타하던 그많은 정의로운 분들도
    정작 교회의 추문과 모순에는 모두 입닫고 있는것이
    현실 입니다. 교황대사~~~ 예전부터 유명한 분이시던데
    한국에서는 아무일 없다는듯 권세를 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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