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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근수] 염수정 추기경의 옹졸한 처신과 서소문공원
  • 김근수
  • 등록 2016-02-18 10:33:12
  • 수정 2016-02-18 10: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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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2시 서소문역사공원 기념공간 건립공사 착공식에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사제와 신자들, 정관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 최진


어제 오후 2시 서소문공원 광장에서 이른바 ‘서소문역사공원 기념공간 건립공사’ 기공식이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서울시장, 중구청장, 국회 가톨릭신자인 일부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과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서울대교구 사제와 신자들 200여명이 참석했다.


중구청이 제공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까지 서소문공원 일대 2만여 제곱미터를 리모델링하여 지상은 조선 후기 사회변화와 종교적 장소성을 띤 역사공원으로, 지하는 순교성지와 순교자 추모 등을 표현하는 기념공간 등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되어 2018년 상반기에 개방할 예정이다. 


국비 230억 원과 시비 137억 원, 중구청 93억 원 등 모두 460억 원이 투입된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11년 7월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행사장 주변에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 회원 10여 명이 서소문공원 사업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어 올리고 염수정 추기경 앞에서 항의하기도 하였다. 경찰은 이들의 행사장 출입을 막았다. 


염수정 추기경은 기공식에서 천주교는 (서소문공원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서로를 위해 아낌없이 내놓고 희생적 사랑으로 하나 될 수 있는 이런 역사, 이런 장소성이 있는 이곳을 우리는 아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하시는 분들은 이것을 진행하며 계획성부터 역사성, 모든 것을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이런 면에서 이곳에 국민들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라며 마치 정부 기관 공무원이 할 법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천도교 중앙총부는 “서소문밖 처형지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 중에는 천주교도 외에 갑신정변을 주도한 혁신주의자들, 동학농민혁명 지도자들도 있다”고 지적하고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은 올바른 역사 인식에 기반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특정한 종교에 편향된 성지가 아닌 진정한 역사유적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천도교는 천주교 중심의 역사문화공원 조성에 반대하는 공문을 관계기관에 보내고 공사 중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한다.


▲ 17일 서소문역사공원 곳곳에는 서소문 역사공원을 바로 세우기 위한 내용이 담긴 피켓이 있었다. ⓒ 최진


‘서소문역사공원 기념공간 건립공사’ 기공식은 무엇을 뜻하는가. 서소문공원 기공식에 천주교 관계자 이외에 이웃 종교 인사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서소문역사공원 개발은 오직 천주교와 관계있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사업을 주관하는 관청에서 천주교에 유리한 사업을 제안한다 하더라도 염수정추기경은 사절했어야 마땅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천도교 관계자들과 직접 대화라도 한번 시도해 본적이 있는가. 정권의 협조를 얻어 국민들의 피같은 세금 430억 원이 들어가는 서소문역사공원 개발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은 없는가. 


서소문공원이 서울대교구 역점사업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 만들기, 명동성당에 노숙자 숙소 제공, 사회적 약자의 피난처’ 같은 일이 서울대교구 역점사업으로 언급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서소문공원 사업이 서울대교구의 역점사업으로 언론에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서울대교구에게 창피한 일 아닌가. 그런 언급에 대해 서울대교구는 분노하고 항의해야 하지 않는가. 


권력의 협조를 얻는 일을 종교는 가장 경계해야 한다. 종교는 정치권력의 힘을 빌어 무슨 일을 도모하려는 집단이 전혀 아니다. 권력의 협조를 얻어 서소문공원 같은 것을 수십 개 더 얻은들, 그것이 예수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예수는 서소문공원 사업에 대해 뭐라고 생각할까.  


나는 서소문공원을 천주교 단독성지로 개발하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분명한 태도를 밝혔다. 교황이 서소문공원 방문한지 일주일 후인 2014년 8월 25일 경향신문에서 나는 서소문 공원을 천주교 단독성지로 하는데 반대하는 글을 실었다. 


천주교 단독성지는 서소문에 대한 역사적 모독이요 배신이다. 서소문공원을 천주교 단독성지로 만들지 말고 여러 종교의 평화공원으로 만들자. 


염수정 추기경에게 로메로 대주교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교회는 정권에 신경쓸 일이 아니다. 교회는 백성에게 신경써야 한다.” 염수정 추기경의 잘못된 생각과 처신 탓에 한국에서 가톨릭의 이미지가 날로 추락하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은 서소문 단독성지 입장을 고집하지 말고 어서 이웃 종교와 대화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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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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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ns212016-02-25 16:04:13

    욕심을 버리시오.. !! 서소문 공원을 하느님께 바치렵니까? 오만의 극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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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2-21 11:00:29

    갑신정변은 친일파들이 일으킨 것 아닌가요?  그걸 왜 기념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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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2-18 18:33:47

    말이 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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