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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역사공원, ‘누구의 역사’인가?
  • 강재선
  • 등록 2020-01-30 11:44:33
  • 수정 2020-01-30 11: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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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2018년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로 선포된 서소문역사공원을 둘러싼 한국천주교회의 역사 독점 논란을 주제로 좌담회가 열렸다.


< 종교투명성센터 >가 주최한 이번 좌담회에서는 한국천주교회가 서소문을 성지화하기 위해 들였던 ‘노력’의 연혁을 살펴보면서, 동학에서 보는 서소문의 중요성과 국가 예산으로 지어진 서소문역사공원·역사박물관의 공공성 문제를 논의했다. 


▲ 왼쪽부터 김유철 이사, 성강현 교수, 이찬구 사무총장, 채길순 교수, 김집중 사무총장 ⓒ 강재선


발제자들은 서소문역사공원이 천주교 신자들만의 순교성지가 아니라 왕정의 정치적 결정으로 희생된 조선 전체의 역사, 가장 가난한 이들이 드나들던 서소문 주민들의 역사가 기록된 장소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철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는 한국천주교회의 서소문 성지화 작업 연혁과 교계·일반 언론의 서소문 보도를 추적하여 한국천주교회가 정치·언론·행정·학술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서소문 성지화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김유철 이사는 서소문이 천주교만의 장소로 만들어진 것은 한국천주교회의 노력이 “어느새 한 공간을 점유하려는 집착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종교가 문화와 역사의 한 부분인 것을 겸손하게 인정한다면, 현재의 서소문역사공원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의 모습은 참으로 아쉽고 아쉬운 일”이라고 평했다.


동학의 관점에서 서소문의 중요성을 발표한 성강현 동의대 사학과 교수는 서소문 형장에서 처형당한 신자 수의 측면에서는 동학이 천주교보다 그 수가 적은 것이 사실이나, 동학의 지도자들이 처형당하거나 수감당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동학, 천도교의 입장에서도 무척 중요한 장소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성강현 교수는 동학을 따르다 희생된 이들 대부분이 지방에서 희생을 당했기 때문에 동학, 천도교가 서울 서소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는 아쉬움도 표했다.


채길순 명지전문대 교수는 ‘역사공원’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역사만이 들어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역사박물관 내부에 있는 천주교 경당, 남경(현재 서울시 강북 지역에 해당)을 짓는데 공을 세운 윤관(1040~1111) 장군 동상 이전, 동학 지도자들의 참형 기록 부재 등을 볼 때 “천주교가 서소문이라는 대한민국 역사의 일부를 홀로 차지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종교문화시설 국고지원현황과 서소문역사공원의 사례를 분석한 김집중 종교투명성센터 사무총장은 국고가 지원된 사업을 특정 종교가 독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집중 사무총장은 근본적으로 구청이 시설운영권을 가져와 직접 운영하고, 종교적·사상적·역사적 다양성의 견지에서 내용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에 모든 종교가 선착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배 장소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서소문 역사박물관에 위치한 경당을 다른 종교의 예배에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 천주교 독점을 해결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제가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김선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는 서소문 역사공원의 주요 내용을 구성하기 위해 역사학자들이 나서야 한다면서 “누가 운영주체가 되든 (현재) 전시 내용의 대안이 필요하고 (서소문의) 역사적 의미를 부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채길순 교수는 서소문에 관한 연구용역과 이에 대한 검증까지 마치고 이를 구청에 제공했으나 당국과 천주교가 이를 “외면했다”고 답했다.


이날 좌담회는 문화살롱기룬에서 열렸으며 개신교, 불교, 천도교, 천주교 등 여러 종교 신자들이 모여 서소문역사공원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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