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멕시코 사목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 시우다드 후아레스(Ciudad Juarez)를 찾았다.
마약밀매·조직폭력 등 강력범죄로 악명 높은 후아레스는 미국 국경과 인접한 지역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중남미 사람들이 미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용하는 주요통로다. 브로커에게 거금을 주고 국경을 넘지만 대부분 치와와 사막에서 목숨을 잃는다.
먼저 교황은 국경을 넘다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십자가 앞에서 기도했다. 미사는 멕시코와 미국에 세워진 철조망 앞 가설제단에서 봉헌됐으며, 국경 건너편 미국 텍사스 주 엘파소(El Paso)에서도 이민자들이 미사에 함께했다.
교황은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이 신의 부르심을 들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자”며 죽음과 착취는 더 이상 안 된다고 밝혔다.
평소 이민자와 난민 문제에 관심을 표현했던 교황은 “다른 국경지대처럼 후아레스에서도 멕시코, 중아아메리카 외에도 다른 나라 이민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며 이민자들은 ‘저 건너편’으로 가고 싶어 하지만 그 길은 노예생활, 인신매매 등 부당함으로 가득 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몇 년 간 수많은 이민자들이 발생해 험난한 길을 걷는 비극은 지구 전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민자들을 그들의 이름과 가정, 이야기 대신에 숫자와 통계로 측정한다”며, “우리 형제자매들이 가난과 폭력, 인신매매, 범죄의 희생양이 됐다. 늘 가난한 이들이 희생됐으며 이런 부당함은 젊은이들을 극한으로 몰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해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자신도 ‘이민자의 아들’이고 여기에 있는 많은 의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을 버리고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교황은 “멕시코는 수많은 형제자매들의 노력으로 어둠 속에서도 희망으로 빛이 난다”면서, 자신이 길을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아이들을 위로 들어 올려 보여줬다며 “아이들은 미래의 예언자들이며 새벽의 표징이니 잘 보살피고 사랑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 앞서 교황은 후아레스 주립 교도소를 방문해 700여 명의 재소자들과 만나, “큰 고통을 겪은 사람들은 사회의 예언자가 될 수 있다”며 “자신의 경험으로 폭력의 악순환을 끊도록 노력할 것”을 청했다.
또한 재소자들의 사회 재적응은 사회복지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사회는 학교와 마을, 거리, 가정 등 모든 곳에서 병들고 더럽혀진 관계를 치유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다음 일정으로 사업가들과 상공인 대표들의 모임인 노동세상(Mundo de Trabajo)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최고의 투자는 사람이자 가정이고,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하며 “자본이 인간의 삶을 결정짓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젊은이들에게는 학업과 일자리가 있어야 미래가 보장되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기회의 박탈은 젊은이들을 마약과 범죄로 내몰아 멕시코의 미래를 어둡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