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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양성의 위기-2 : 사제를 ‘양성’ 하는가, ‘생산’하는가?
  • 특별보도팀 저스티스
  • 등록 2016-05-04 19:25:27
  • 수정 2016-05-13 11: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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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올해 3월부터 가톨릭프레스는 매월 특집 주제를 선정해 주제와 관련한 내용을 취재하고 분석하여 연재 보도 합니다. 특별히 연재 마지막 편에서는 [마무리와 제안]을 보도 합니다. 특별보도팀 ‘저스티스(Justice)’는 가톨릭프레스만의 살아있는 언어로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될 것을 다짐했습니다. 두 번째 특집 주제는 [사제 양성의 위기]입니다. 


‘인성’과 ‘영성’ 그리고 ‘지성’을 두루 갖춘 사제는 ‘학교 안에서’ 만들어진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현대의 사제 양성」은 사제양성의 실천적 문제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문헌으로 한국가톨릭교회의 사제 양성에 있어서 교과서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현대의 사제 양성」에서 제기되는 근본적인 물음은 “어떻게 해야만 이 시대를 진정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그리하여 오늘의 세계를 복음화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제들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인가?”(10항)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과거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내용을 재조명하고 급변하는 현대 상황을 인식하면서 교회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사제성소와 양성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이미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우리는「현대의 사제 양성」에서 제시하고 있는 근거와 「한국사제양성지침」이 권고하는 내용을 기준으로 현재 한국가톨릭의 사제양성과정에 대해 전국 7개 신학교를 중심으로 하나씩 살펴보았다. 특히 이번 편에서는 ‘한국교회는 한반도만이 아니라 “땅 끝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전해야 하는 임무를 인식하고 사제 양성에서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사제 양성의 기본지침을 얼마나 잘 실현하고 있는지 교과과정과 사회참여활동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전공과목은 ‘신학’과 ‘철학’위주, 교양과목은 ‘신학’과 ‘철학’의 범위 안에서... 

한국교회는 「한국사제양성지침」이 권고하는 대로 총 7년간의 사제양성 기간을 두고 1855년 배론에서 시작한 현재의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과 광주가톨릭대학교(1962년), 대구가톨릭대학교(1982년), 수원가톨릭대학교(1983년),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1990년), 대전가톨릭대학교(1992년),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1996년)에서 약 1천여 명의 신학생들이 교육받고 있다.




전국 7개 가톨릭대학교의 교과과정을 살펴본 결과 교육은 철저하게 신학과 철학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어문 과목(국어, 영어, 라틴어 등)이 있긴 하지만 이 과목들 역시 신학을 공부하는데 있어 뒷받침 되는 과목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개설된 신학과 철학의 세부과목 영역마저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반면, 개신교와 불교 등 타 종교대학의 교과과정을 분석한 결과, 전공과 교양과목 모두에 있어 수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을 뿐만 아니라 신학과 철학 외에 인문, 과학, 리더십, 여성, 미디어 등 그 영역에 있어서도 매우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어 있었다.




‘그리스도의 신비와 그리스도인의 생활태도를 배우고 교회의 삶과 봉사 특히 사제 직무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는 것을 목표’(「한국사제양성지침」, 41항)로 하는 학부교육 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전공과목은 신학 위주로 편성한다 하더라도 교양과목조차 ‘현대사회의 리더십’을 함양하기 위한 수업이나 ‘인간발달과 심리발현’등의 이해를 돕는 수업이 없다는 사실은 과연, 이 과정이 사목현장으로 파견되는 사제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맞는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문제는 치우친 교과목 편성만이 아니다. 가톨릭신학대학교는 일반 대학들과 달리 학생들이 수업을 선택할 수 없고, 정해진 시간표대로 수업을 듣는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백운철 신부는 “인성 교육은 양심과 연민이라는 도덕성을 함양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적 감성과 건강한 육신을 바탕으로 스스로 자신의 삶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자율성을 기르는데 목표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업과 쉬는 시간, 식사, 기도시간 등이 정해져 있어 마치 고등학교 4학년과 같은 생활을 하는 신학생들이 과연 스스로 자신의 삶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자율성을 기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학생들은 방학 때 알아서 봉사 한다


현재 한국의 가톨릭대학교는 대부분 ‘진리 탐구’ ‘나눔 실천’ ‘봉사의 정신’등 ‘진리·사랑·봉사’를 기본 이념으로 내세운다. 그리고 이것은「현대의 사제 양성」에서 제시하는 인성, 영성, 지성 교육을 모두 관통하는 이념이기도 하다. 



▲ (자료출처=가톨릭대학교/대전가톨릭대학교 홈페이지)



그렇다면 성소자들은 이러한 교육 이념에 따라 사랑의 실천과 시대 흐름에 발맞춘 교육을 받고 있을까? 


대학정보를 공시하는 공식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7개 가톨릭대학교는 사회참여나 사회봉사 역량을 기르기 위한 과목이 단 1개도 개설돼있지 않다. 서울가톨릭대학교는 교정통합 공시자료를 통해 16개의 사회봉사교과목과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 중 신학대학이 실천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모라토리움’ 한 가지이다. 나머지 15개 항목은 의과대학과 종합대학에서만 진행된다.


나머지 가톨릭대학교도 사회참여나 봉사와 관련된 강의와 강좌가 없었으며, 이와 관련된 교육프로그램이 있다고 해도 신학생들은 참여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인천·수원 가톨릭대학교는 “성직자 양성과 수도자와 평신도 지도자를 육성하는 교육에 목적이 있는 대학으로 별도의 사회봉사과목이 개설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구가톨릭대학교는 인성교육원을 통해 ‘졸업인증제’ 시스템을 도입, 사회봉사 과목을 대학 졸업요건에 포함하고 있으나, 대학 관계자는 “신학생들은 방학 때 알아서 봉사를 하기 때문에 졸업인증제에서 면제다”라고 밝혔다. 부산가톨릭대학교도 사회봉사 교과목 현황으로 ‘사랑과 봉사’, ‘그리스도교 정신’이란 과목이 있지만 신학생들은 제외됐다. 광주가톨릭대학교는 이와 관련한 대학 정보공시 조차 하지 않았다.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제 양성기관에서 ‘신학생들은 방학 때 알아서 봉사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흡사 교육의 일정부분을 포기한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것은 마치 ‘학생들은 학원에서 알아서 공부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가톨릭대학들이 설립이념으로 내세우는 봉사와 사랑의 실천은 왜 ‘방학 때만’ ‘각자 알아서’ 이뤄지는 것일까? 우리는 사목자 양성을 지향하는 다른 종교의 신학대학이나 신학을 배우는 학과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신학과의 사회봉사, 당연한 것 아닌가요?

개신교와 불교, 원불교 등 전국 21개 신학대학과 종교학과를 조사한 결과 19개의 학교에서 사회봉사와 관련된 강의와 실습 프로그램이 있었다. 신학과가 사회봉사 강의를 들을 수 없거나 제외되는 경우가 있냐고 묻자, 한 종교대학교 관계자는 “신학과는 사회봉사가 필수다.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성결대학교의 경우 ‘사회봉사론’, ‘사회봉사실천’, ‘자원봉사 리더십’ 과목을 통해 사회봉사에 대한 개념과 유의점을 학문으로 가르치고 있다. 한신대학교는 사회봉사와 관련해 ‘사회봉사’와 ‘교육봉사’를 나누고 이에 대한 학기 수업은 물론, 계절 학기 실습을 통해 사회봉사 역량을 기른다. 감리교신학대학교는 전 학년에서 사회봉사 과목을 교양으로 신청해 이수할 수 있고 매 학기마다 강의가 있다. 총신대학교는 사회봉사 실습과 자원봉사론, 사회봉사실천현장 연구 등의 과목을 개설하고 사회봉사 역량을 키우고 있다. 또한 학년별 사회봉사활동 시간을 정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사회봉사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이처럼 타 종교대학들은 예비 사목자를 교육하는데 있어, 사회봉사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 2012년 6월 14일 성 라자로 마을에서 봉사하는 수원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 (사진출처=성라자로마을 홈페이지)


7년의 교육과정 가운데 군 입대를 전후해 한 번, 사회복지관련 기관으로 파견되는 모라토리움(사회체험)과 방학 때 각 본당에서 각자 알아서 하는 봉사체험이 과연 진정으로 진리, 사랑, 봉사를 깨닫는 시간이 될 수 있을까? 여름신앙학교와 중,고등부 캠프의 스탭으로 참여하고 청년, 교리교사들과 친목을 쌓기 위한 MT나 술자리에 참석하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이웃에서 가장 가난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고 삶의 절박함 앞에서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을 편들어주고, 외롭고 아픈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법을 먼저 배우는 것이 사목자로 파견되기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일 것이다. 


대학원 공부는 모두 하지만, ‘석사’는 아니다...?

「한국사제양성지침」에 따르면, 학부가 끝날 때 대신학생은 그의 연구심을 향상시키고 한 주제를 학문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하여 교수의 지도 아래 논문 주제를 정하고 연구하여 그 결과를 졸업논문으로 제출해야 한다. (39항) 그 후 신학전공(연구과) 과정이 계속되며 연구과의 신학생(대학원생)은 원칙적으로 대학원에 적을 두고 석사 학위를 받는다. 이 연구과 과정은 3년을 원칙으로 하며 본격적인 사제 양성 기간이 된다.



그런데 대학원에 적을 두고 연구과 과정 3년을 마친다고 해서 모두 석사학위를 받는 것이 아니었다. 자료가 공개된 신학교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각 신학교의 석사학위 취득자를 살펴본 결과 서울의 경우 대학원 입학생 대비 47.6%만이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외 인천 33.8%, 수원 40.2%, 대전 67.6%로 대학원 입학생의 반수도 석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백운철 신부는 “2011년 통계에 의하면 63%가 넘는 젊은이들이 2년제 이상의 교육을 받고 있고, 석사학위 소지자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사목하는 사제들이 적어도 석사 수준의 교육을 받고 이를 신학적으로 정리하는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사목적인 관점에서도 더욱 요청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학위’가 지적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을 요구하는 것은 합당한 것으로 보인다. 


사제가 하는 일들은 항상 그리고 결국 인간 한 사람 한 사람과 관련된 일

7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해 양성된 “사제가 하는 일들은 항상 그리고 결국 인간 한 사람 한 사람과 관련된 일”이다. (「현대의 사제 양성」43항) 따라서 신학생들은 인간 상호간의 유대를 통하여 복음의 삶을 나누며 그들과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함께 구원의 길로 나아가는데 목표를 두고 전인적인 교육을 받아야함이 마땅하며 지금까지 신학생들이 그런 교육을 받고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실상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학문적 교육은 신학과 철학에 편중되어 있고 사목실습은 각자가 속한 본당 내에서의 봉사와 체험을 위주로 진행되며 그 밖의 사회참여활동은 매우 소극적이었다. 결국 신학교에 입학 후 학교가 요구하는 학과과정을 수료하고, 소속 본당사제의 요구에 충실히 응하며 튀는 행동을 하거나 큰 사고치지 않고 조직에 순응하면서 7년을 무사히 지내고 나면 ‘사제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세상은 LTE 보다도 빠르게 변하고 그 속에서 신자들은 한 층 더 성숙해 지고 있다. 신학생들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성숙한 신앙인들을 돌보는 사목자로서 앞으로 ‘어떤 사제’가 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고 실천해야 하는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것은 양성자와 양성기관에서 시급하게 고민해야할 문제이다. 


 


※ 참고문헌


-「한국사제양성지침」,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현대의 사제 양성」,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 [현대교회의 가르침], 한영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교수

- [한국 교회의 사제 양성 : 사제 직무와 양성에 관한 신학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의 한국적 적용], 백운철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 사제양성의 위기 1편 바로보기 


** 다음편에는 [사제양성의 위기-3 : 가톨릭계 신학대학 교수 연구실적 최하위?]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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