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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수) 가난한 예수 34 : 잘 들으시오
  • 김근수
  • 등록 2016-05-31 10: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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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어두거나 침상 밑에 두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누구나 등경 위에 얹어놓아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그 빛을 볼 수 있게 할 것입니다. 17 감추어둔 것은 나타나기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져서 세상에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18 내 말을 명심하여 들으시오.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진 줄 알고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입니다.” (루카 8,16-18)





세 격언이 각각 한 절씩 세 절에서 연이어 소개되고 있다. 그리스식 주택 입구에 설치된 등불은 집에 들어오는 손님을 밝게 비춘다. 등불은 토기로 만든 자그만 등으로 기름으로 채우고 심지에 불을 붙여 벽에 걸거나 받침대 위에 놓았다. 등불은 고정시키거나 들고 다닐 수 있었다. 


집에 있는 사람이 집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둠 속에 있지 않도록(마태오 15,5-) 등불을 켜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집에 들어올 사람을 위해 불을 켜 둔다. 예수를 따르는 공동체에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서로 빛이 되고, 그 다음에 앞으로 교회에 올 사람에게(사도행전 28,30) 빛이 되라는 말이다.  


빛은 어두움을 비추지만, 빛 자체로도 존재 의미가 있다. 스승은 제자들을 돕지만 스승 혼자로도 존재 의미가 있다. 하느님의 말씀을 가슴 속에만 지니지 말고 행동을 통해 온 세상에 퍼져가도록 권유하고 있다. 빛을 비추려면 먼저 자신이 빛이 되어야 한다. 빛이 되려면 올바르게 듣고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감추어둔 것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루카 12,2; 마태오 10,26). 세상 끝나기 전에 많은 종말론적 현실이 숨겨진 채 있다고 유다인들은 생각했다. 그 현실이 언젠가 모두 드러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복음을 듣고 아는 사람은 혼자만 간직할 수 없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아는 사람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서 당당하게 선포해야 한다. 비밀은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17절 말은 루카가 심판을 생각하는 것 같다 (코린토전서 3,13). 


18절 ‘명심하여 들으시오’는 예수의 설교와 교회의 해석 사이에 구조적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Bovon, 3/1, 417).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가진 줄 알고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입니다”라는 구절은 너무 자주 오해되어 왔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자본주의 원리를 예수나 루카가 설파하거나 지지하는 구절이 전혀 아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전하는 사람은 그만큼 더 하느님 말씀에 감동되어 살 것이라는 위로의 말이다. 복음 선포에 열중하는 그만큼 복음의 기쁨에 더 맛들이게 된다. 복음의 기쁨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그 기쁨을 알 방법이 없다. 먹어본 사람만 그 맛을 안다.


루카는 복음화 선교를 위해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널리 전파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복음은 우리 자신만을 위해서 간직할게 아니라 동료 인간을 위해 널리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빛을 전하려면 우선 빛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복음을 전하려면 먼저 자신이 복음에 맛들여야 한다. 잘못 배운 복음을 전하면 마치 흉기를 주는 것과 같다. 악마도 성서를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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