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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청년들, ‘교회 향한 30개조 반박문’ 발표
  • 최진
  • 등록 2016-09-30 15: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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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기독청년협의회(이하 기청협)은 29일 “청년이 말한다. 교회를 향한 30개조 반박문”을 발표하고, 한국 교회의 전면적인 개혁을 요청했다. 


이들은 교회가 미래 세대 감소와 종교인 불신 문화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보다는 교세를 확장하고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청협은 1517년 일어난 종교개혁이 위로부터가 아닌, 아래로부터 이뤄진 교회 쇄신의 바람이었다고 평가하며, 오늘날 교회가 성직자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하느님과 직접 관계를 맺는 자유로운 신앙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 성직자 우상을 걷어내야


기청협은 한국의 종교인 비율이 오래전부터 역(易)피라미드 구조를 나타내며 미래교회에 대한 위기론이 제기돼왔지만, 교회가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남성중심의 기형적 결정구조를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청협은 성직 중심의 교회 문화가 전례의 중심을 설교로 변질시켜, 신자들이 전례의 의미를 모르고 신앙생활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회의 주요 사안에 대해 여성과 청년을 배제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정착시켰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게으른 성직자들이 강단의 권위주의를 이용해 성경공부를 하지 않고 왜곡된 성경해석과 잘못된 세계관을 신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신앙생활은 질문 속에서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한데, 성직자들이 신앙의 열광주의만을 강조해 한국 교회는 질문이 없는 교회가 됐다”며 “한국교회는 열광주의가 만들어 낸 우상을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회는 특정 성직자의 개인소유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다. 교회 지도자들의 타락이 심각해 교회 자체 내 자정 능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며 “신앙인 한명 한명은 목회자의 생계를 지탱해주는 노예가 아니라, 교회를 지탱하는 기둥이고 하느님 나라를 일구는 귀중한 보배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 복지단체의 불투명한 재정운영과 인사권으로 교회 내 노동자의 근로기준법이 무시되고, 교회 개인 소유화를 통해 친족세습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일부 성직자들이 고급 자가용을 구매하고 해외여행을 취미로 삼으며, 연봉과 퇴직금을 챙기는 것이 교회 사목을 위한 필수 조건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목회자는 성희롱 발언과 성폭력을 자행하고도 버젓이 강단에 올라 자신을 변호하고 복음을 전하는데, 이는 하느님을 무시하는 반신앙적 행태다”라며 “사랑과 무관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고 용인하는 교단과 교인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말뿐인 ‘값싼 회개’ 그만해라”


또한 기청협은 한국 교회가 사회참여 형태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교회는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을 철저히 구분하고 있지만, 사회에서의 생활이 곧 신앙생활이며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현장이므로 교회가 사회참여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청협은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사회 쟁점에 둔감한 교회가 사회에서 고립돼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모습을 본다. 일부 사회참여는 친정부적 편향을 보이며 기득권과 결탁해 왜곡된 발언을 한다”며 “한국 개신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을 망각하고 공교회성을 상실했다. 복음의 사명은 교회의 양적 성장이 아닌, 교회의 역할과 그리스도인의 사명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청년은 교회와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지만, 오늘날 청년들은 정치·사회에 아무런 기대가 없다”며 “그런데도 교회는 청년들에게 어떠한 위로조차 주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 문제에 무관심한 교회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교회는 말버릇처럼 ‘회개’와 ‘은혜’를 강조하지만, 말뿐인 ‘값싼 회개’, 단어만 있는 ‘은혜’는 이제 한국 사회에서 아무런 감흥조차 주지 못한다”며 “한국교회가 진정한 회심을 통해 ‘회개’와 ‘은혜’의 의미를 살려내야 한다. 진정한 하느님의 뜻과 교회의 역할은 권력의 최상부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억눌린 이들의 위로가 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근 개신교는 일부 목사들의 자금 비리 의혹과 교회 세습, 성범죄 등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종교인의 도덕성 추락’으로 요약되는 이러한 상황에서 개신교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보다 근본적이고 철저한 교회 쇄신을 위해 세미나와 행사 등으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청협의 이번 반박문은 교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이 교회 문제를 얼마나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성명서로 평가된다. 교회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들의 진언에 한국 개신교회가 얼마나 화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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