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이하 희망원 대책위)는 6일 오전 대구시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희망원을 위탁 운영한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희망원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해명을 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희망원 대책위는 대구대교구가 위탁 운영하는 대구시립희망원이 이중장부 작성을 통해 희망원 생활인에게 돌아가야 할 식료품을 연간 4억 원 가량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희망원과 식자재 납품업체 간에 작성한 이중장부를 입수했다며 이를 공개했다.
대책위는 “익명 제보를 통해 대구시립희망원의 당시 회계과장 수녀와 식자재 납품업체 간에 작성한 이중장부를 입수했고, 이를 분석한 결과 2012년에만 생계비(주부식비)를 4억 원 가량 횡령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는 그동안 희망원에서 주장한 업체의 일방적 부당이득이 아니라 희망원과 부식업체 간의 조직적인 비리로 의심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희망원 대책위, “이중장부 입수해 연간 4억 원 가량의 횡령 정황 확인했다”
지난달 대구시가 희망원 사건과 관련해 시의원과 언론 등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자체감사를 진행한 결과 희망원의 검수가 허술한 점을 노린 납품업체가 납품액을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한 것을 확인했다’고 나와 있다.
또한, 감사결과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해당 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4,400만 원 가량의 부당이득금을 12월에 환수했다고 밝혔다.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로 검수 업무를 태만하게 한 영양사는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대책위가 입수한 2012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간의 이중장부를 분석한 결과, 실제 납품한 것과 청구한 납품의 차액은 매월 3,000만 원(대책위 추산 연간 4억 원) 가량이었고, 이 중 허위청구가 1억7,000만 원, 단가 및 수량 조작이 1억4,000만 원이었다.
익명의 제보자는 투서에서 “희망원은 1980년부터 대구 천주교회가 위탁운영 함으로써 원장신부가 있고 자금을 맡는 수녀가 있다”라며 “이들은 천주교 성직자라는 것을 망각하고 많은 시간 동안 비자금을 조성했다. 힘없는 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짓밟는 행위를 함으로써 (희망원을) 사회복지시설이 아닌 범죄 집단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제보자는 희망원 성직자와 간부들이 횡령한 자금을 유흥비와 부동산 구매, 자동차 구매에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보자는 회계과장 수녀가 메일을 통해 영유통, 그 자회사인 참푸드와 자료를 주고받았으며, 한 달에 한 번 회사를 직접 방문해 현금을 주는 방식 등의 치밀함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투서에서는 “희망원에 있거나 있었던 수녀님과 신부들 명의의 차명계좌가 만들어졌고, 이런 비자금이 대구교구장을 비롯해 어떤 식으로 나뉘어서 흘러들어 갔는지 보여주는 자료다”라며 통장 사본을 첨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대책위가 공개한 자료에는 통장 사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어 “각종 공사·수리 등에 들어가는 내역서상의 견적금액이 실제 금액과 다른 경우가 많다”며 생계비 횡령 이외에도 추가 횡령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제보자는 “더는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천주교에서 희망원을 위탁 운영하지 못하게 막아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대구시, “10일부터 특별감사 착수 할 계획”
대책위는 “국민의 세금으로 천주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대구시립희망원에서 노숙인과 장애인에게 균형 있는 음식을 제공하지는 못할지언정, 10개월간 3억1천5백만 원의 주부식비를 단가 및 수량조작, 대량 허위청구 등의 방식으로 횡령했다는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라며 “희망원과 부식업체 간에 주고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중장부 내용을 분석하며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또한 “천주교재단 측은 재단 및 희망원과 부식업체 모두 법적,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을 부식업체의 일방과실로 사건을 축소했다”며 “천주교 재단의 부실 감사는 비자금 조성 의혹을 덮기 위한 조직적 은폐 의혹까지 충분히 제기될 만한 사안으로,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희망원이 횡령 의혹을 받는 생계비는 말 그대로 생활인들의 밥값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이것은 생존권의 문제다”라며 “최소한으로 지급되는 정부의 밥값마저 빼돌리는 것은 천주교가 추구하는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인데, 대구 천주교회는 이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천주교재단의 책임 있는 해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대구시와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천주교 재단의 희망원 생계비 횡령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대책위가 제보자료 일부를 공개함에 따라 희망원 생계비 자금 횡령 수사가 더욱 활기를 띌 전망이다. 대구시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시민단체와 익명 제보,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희망원의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오는 10일부터 특별감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대구대교구의 향후 대처에 관심 쏠릴 전망
이에 희망원 측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가 있기까지 위 사실에 대해 입장표명을 하지 말 것을 교구로부터 지시받았기 때문에 관련된 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희망원 관계자는 “이미 사건에 대한 내용이 주교님께도 보고 됐고, 교구에서 인권위의 조사결과 발표가 있기까지 입장을 밝히지 말라고 지시가 내려왔다”며 “교구의 결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희망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5일 ‘뉴스민’ 보도에 따르면 희망원 직원 10명은 오는 7일부터 10박 11일 동안 천주교 대구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가 주관하는 독일 해외연수를 계획했다가 대구시의 권고로 취소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더했다.
또한, 각종 비리와 인권유린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대구대교구는 당시에 희망원 책임자로 있었던 B신부와 교구 사회복지 관련 책임자였던 대구가톨릭 복지회 사무국장 C신부를 올해 1월 안식년으로 인사발령 내면서 의혹을 가중시켰다.
대책위가 희망원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해명을 요구하면서 교구의 향후 대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책위가 자료를 통해 희망원이 차명계좌로 대구대교구장에게 횡령 자금을 전했다고 주장하면서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횡령 자금이 어디로 흘렀는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