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대구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희망원 사태가 그칠 줄 모르고 확산되고 있다. 지역신문인 영남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한겨레의 보도가 있었고, 국회는 대구시와 희망원 측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희망원 사태를 다뤘다.
천주교가 약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로한다고 믿어왔던 신자들과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유독 언론을 통해 잘 드러나지 않았던 교회의 어두운 면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종교는 다 똑같다’라는 모호한 말이 들린다. 신자들은 부끄러워했고, 교회는 당황했다.
“세상은 교회를 믿었지만 교회는 세상 사람들의 발등을 찍었다”
희망원 관계자는 대구대교구가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 전까지 일체의 언급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의 침묵은 ‘의혹’을 ‘사태’로 증폭시켰다. 결국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사과문을 발표하며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대구시민들에게 약속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천주교는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 종교가 운영하는 시설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기업보다 가치 중심적일 것이라는 믿음에 금이 갔다. 교회가 병원과 사회복지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교회가 운영하는 모든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도 나온다.
이러한 반응을 익숙한 속담으로 정리하자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일 것이다. 세상은 교회를 믿었지만 교회는 세상 사람들의 발등을 찍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보며 교회에 대한 신뢰를 가졌던 많은 이들이 참담해 했다. 믿었던 만큼 배신감이 클 것이다.
교회는 희망원 문제를 해결코자 이미 한 차례 자체 감사도 진행했다. 원장신부도 새로 임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는 등 노력을 했었다. 그러나 오히려 자체 감사를 통해 비리와 문제를 축소하려 했다는 질타까지 받고 있다.
이번 사태가 충격적인 것은 급식비 횡령과 인사 청탁 의혹 보다 사람에게 행해지는 ‘비인격적인 대우’였을 것이다. 의료 불찰로 인한 사망자 발생과 이를 은폐하기 위한 조치, 급식비를 횡령하면서 부실해진 식단, 감금 시설, 성추행 등 각종 의혹들이다. 일반 사회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는 인간 기본권에 대한 사건이다.
그런데 하물며 종교 중 가장 신뢰도가 높다는 천주교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니 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동안 천주교의 이미지는 이러한 것과 거리가 멀었다. 낙태를 반대하고 사형 제도를 폐지하자고 외쳤다. 생명경시 풍조에 맞서 생명의 소중함을 외쳤고, 자본주의에 맞서 노동자들의 인권과 소외받은 이들을 위로했다.
왜 희망원 사태가 이렇게 커지게 됐을까? 대형 언론에서 다뤘기 때문에 국민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일까? 아니면 천주교에 대해 흠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이를 기회로 삼아 자신들의 입지를 키우려는 것일까?
희망원에 대한 내용을 취재하면서 저스티스 보도팀은 이번 사태를 키운 근원적인 이유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물론 원론적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그 배경이겠지만, 그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장을 제공한 교회의 제도와 운영방식을 짚어봤다.
실제로 제보자들 대부분은 이러한 교회의 구조적인 모순이 오늘날 희망원 사태를 키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이 보기에 희망원 사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중에 하나가 터진 것에 불과했다.
이중장부를 수녀가 만들고 결재를 원장이 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교회는 희망원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은폐와 축소로 평가됐다.
지난달 27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황성원 희망원 노조 지부장은 대구대교구와 원장신부들에게 수차례 희망원 문제를 알렸다고 진술했다. 뿐만 아니라 대구시와 관련 기관, 언론 등에도 문제를 알리며 생활인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행태들을 고발했다. 그러나 교구와 희망원, 공공기관들은 오랜 세월 이 사태에 대해 침묵했다.
희망원 국감에서는 대구시와 희망원의 끈끈한 정이 돋보였다. 대구시는 희망원의 문제를 눈감아줬다. 재단 자체 감사에서 4,400만원이라는 세금이 잘못 사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급식비와 관련해 수억 원의 자금 횡령 제보가 잇따랐지만, 한해 1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희망원에 전달하고 희망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대구시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대구시 공무원이 희망원 측에 인사 청탁을 의뢰한 정황도 있었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희망원은 과거 대구시가 직접 운영을 했었기 때문에 공무원과 대우가 비슷해 급여, 여가시간, 복지 등에서 ‘희망의 직장’이라는 것이다.
이 희망원에 대구시 공무원들은 친인척 인사 청탁을 했다. 취업청탁 의심 공무원 9명과 청탁 의심 공무원 1명, 총 10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돼 3명을 징계, 공소시효가 지난 2명에게 지시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승진보류기간인 6개월 이후 대부분 승진했다. 희망원 청탁문제가 승진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김광수 의원은 “이렇게 시청하고 희망원이 인사청탁 등의 내부거래를 하니 감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부자의 비리고발이 없으면 절대 문제가 안 드러난다. 관하고 희망원하고 이렇게 끈끈하게 맺어졌는데 어떻게 밖으로 비리가 나올 수 있겠나. 알고 있던 비리도 감추지 않았느냐”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국정감사 증인 신청에서도 이상한 점이 보였다. 이번 국감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급식비 횡령 의혹에서 주요 관련자로 예상되는 회계 담당자가 국정감사 증인 채택과정에서 교체된 것이다. 또한 국감에서 다뤄지는 사건 당시의 원장신부도 증인신청에서 배제됐다.
문제가 되는 2012년 급식비 횡령 의혹 당시 회계를 담당했던 예수성심시녀회 소속 여 모 수녀는 공식적인 국감 증인 발표 당시 증인출석 명단에 있었지만, 국감 당일날에는 현 희망원 원장 중 한 명인 김구노 신부로 변경됐다. 회계사건에서 당시 회계 담당자 대신에 올해 2월 부임한 신부를 ‘증인’이라고 출석시킨 것이다.
또한 희망원 사태 당시 희망원 원장신부였던 배 모 신부도 증인 요청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언론에 공개된 대부분의 희망원 문제는 배 모 신부가 희망원 원장신부로 부임할 당시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국감은 이들을 증인으로 세우지 않았다.
이에 희망원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처음에 20명 정도의 증인 신청이 있었고, 그 중에는 사건 당시 책임자와 주요 관계자로 있었던 성직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천주교 신자인 보건복지위 의원이 이를 반대했다. 성직자를 국감장에 올리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처음엔 성직자를 올리면 안 된다고 압박을 해서 신부님을 증인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회계담당자인 수녀도 성직자이기 때문에 국감에 서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관련된 성직자 대부분이 누락됐고, 여 모 수녀도 결국 김구노 신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해당 의원실로 전화를 해 관련 사안을 물었다. 의원실 보좌관은 “직접 관계된 관련자들만 증인 요청을 하면 된다. 성직자들을 불러서 뭐하겠느냐”라고 답했다.
이에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여 모 수녀 대신에 증인으로 나온 김구노 신부는 올해 3월에 희망원에 부임해 국정감사에서 다룰 희망원 문제들과 더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며 “중요한 책임이 있는 성직자 대신에 큰 연관이 없는 다른 성직자를 내세워 구색만 맞추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황님이 말하는 교회 마피아 조직이 바로, 고위공직자 신자모임"
임성무 전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은 “식구라고 호칭하는 희망원에서 갈 곳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왜 밥이 이러냐’라고 항의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것을 성직자들이 지켜야 하는데, 그 시설의 원장이 신부고 회계 책임자가 수녀다. 이중장부를 수녀가 만들고 결재를 원장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중장부를 이용해 2012년 한 해 동안 밥값에서만 3억5천만 원을 빼돌렸다”며 “이중장부를 만든 것이 회계 담당자 없이 가능했고, 그것을 결제한 원장 신부가 관련이 없겠는가”라며 국정감사에서 사건과 관련한 주요 성직자들이 전부 제외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대구에는 언론 관계자, 지자체 간부, 국회의원까지 소속된 가톨릭 고위공직자 모임인 ‘암브로시오회’가 있다”라며 “교회에 문제가 발생하면 고위공직자 평신도들이 모여서 대책회의를 하거나 방법을 강구한다고 전해진다. 국감 같은 자리의 증인채택 과정에서 어떻게든 신부·수녀를 나오지 않게 하는 이유가 있다. 교회와 고위공직자 모임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희망원 문제가 곪아 터진 것에는 가톨릭 고위공직자들이 교회 문제만 보면 무조건 덮고 은폐하려는 것이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대책회의를 통해서 조직적으로 진행 한 것이든, 개인 신심의 차원에서 스스로 했든 말이다. 그는 “만약 ‘암브로시오회’가 진정 깨끗한 단체였으면 희망원 문제는 진즉 해결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암브로시오회는 2011년 12월 7일 대구대교구청 성당에서 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의 주례로 창립미사를 봉헌하며 발족했다. 이후 교구의 복지시설에 후원금을 전달하는 등 훈훈한 발길을 이어갔다. 언론에 드러난 암브로시오회의 모습은 극빈국 아이들을 위해, 소외받는 청소년을 위해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이다.
암브로시오의 명칭은 국가의 부당한 간섭에 맞서 교회의 고유 권한을 지켰던 암브로시오 성인을 본받자는 취지로 정해졌다. ‘공직자의 수호성인’에는 공직자가 민중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것을 청빈한 삶으로 드러낸 토마스 모어(Thomas More) 성인도 있었지만, 대구지역 가톨릭 고위공직자들은 교회의 권한을 수호한 모습을 본받고자 했다.
애석하게도 암브로시오회는 단체 출범 초기에 작은 소란이 있었다. 창립 지도신부인 이창영 신부가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 6억 원 가량을 회사 간부와 함께 빼돌린 사실이 내부 감사에서 적발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 신부는 징계를 받지 않았다. 기업 관계자들과 직접 접촉해 기부금을 협찬 받는 수완, 암브로시오 회 지도신부를 맡는 등의 탄탄한 인맥 등이 그 이유로 거론됐다.
임 전 국장은 “교황님께서 걱정하시는 교회 내 마피아 조직이 고위공직 신자모임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교구가 고위공직자 모임과 관계 맺기를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하느님 앞에서 꾸중을 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구가 희망원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난 날의 잘못을 인정하고 비리 신부와 수녀를 끊어내야 한다”라며 “고위공직 신자들에게 은폐를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를 부탁하고 교회의 고름을 더 깨끗하게 짜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구교구의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임 전 국장은 희망원 사태가 대구대교구의 쇄신에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교회는 교회의 잘못을 지적하는 세상의 손가락질을 고위공직 신자들로 막아내고 은폐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고, 왜 지적받는지, 그리고 교회 정화를 위해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회의 잘못을 곪게 만든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고위공직자’ 평신도 모임을 각 교구가 계속해서 특별한 ‘사목적 애정’으로 보살펴야 할지 의문이다. 지도신부를 파견하고 교구장과의 식사 자리가 마련되는 특혜가 다른 공직자 모임에도 제공되는지, 그렇지 않다면 교구가 공직자 계급에 따라 사목의 애정을 달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점검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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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 말씀처럼 돈이 있는곳에 악이 끼어 드나봅니다.
교회가 영리사업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폐단이 많이 일어나네요
저도 이기사 읽고 얼마나 황당한지...
어떻게 수녀가 이중장부를 만들고 신부가 결재를 합니까?
이들의 그리스도는 다른 분인가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문제의 원인과 폐단들을 조목조목 잘 짚어주셨네요.
대구대교구에서 천주교 전체에 욕보인 죄, 하느님의 이름을 욕보인 죄 무엇보다 크다. 그리고 증인으로 출석한 김구노 신부는 성직자가 아니고 평신도라서 출석했다는 말인가? 어쩜 이렇게 어떤 사람들하고 꼭 닮아보이는지 모르겠다. 하느님의 엄벌을 어떻게 감담할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잘못한 부분은 달게 처벌을 받는게 그나마 용서를 구하는 길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