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해외통신원 - 네팔] 불편한 마음
  • 이레지나
  • capress@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5-05-19 14:44:08
  • 수정 2017-05-30 18:38:02
기사수정



▲ 최초 강진과 이후로 계속되는 수십차례의 여진으로 약해진 구조물들이 두번째 강진으로 많이 무너졌다. 이날 이후 많은 2차 피해가 발생했는데, 내가 늘다니던 대로변의 전봇대도 아슬아슬하게 휘어친채로 서있다.



며칠 만에 시골에 있는 현지인 친구와 통화를 했다. 남편은 직장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고,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들과 둘이서 이번 지진을 씩씩하게 겪어내고 있는 친구다. 그간 별일 없었는지, 밥은 잘 챙겨먹고 있는지 묻다가 꿈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얼마 전 큰 지진이 나는 꿈을 두 번이나 꿨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며 깔깔 웃는다. 그러면서 자기는 꿈과 동시에 옆에서 자고 있는 아들을 꼭 안게 된다고 한다. 내가 “한국 어떤 상담사 선생님이 그런 꿈을 꾸고도 다시 잠들 수 있으면 그래도 괜찮아 질 수 있는 거래”라고 말했더니, “그래? 그럼 됐네!” 라며 그 특유의 유쾌한 웃음 소리를 다시 들려준다.





▲ 시골 친구 집 인근의 모습. 흙벽돌로 지은 보통의 시골집들의 많은 수가 무너져 내렸거나, 사진처럼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도 안을 들여다 보면 균열이 심해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이다. 결국 헐어내고 다시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



멈췄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지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그 동안은 혼란스럽고 불편한 마음의 나날이었다. 지진 관련 UN 보고서부터, 현지 일간지, 긴급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여러 단체들의 홈페이지까지 보려고 하면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차량으로 이동할 수 없는 지역에는 여전히 필요한 물자가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고, 그 가운데 크든 작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몫을 스스로 찾아 이웃을 돕는 네팔 사람들의 노력도 볼 수 있다.


나 역시 당장이라도 그러한 노력에 힘을 싣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나, 현실적으로 맡고 있는 일도 있고, 또 이렇게 정신 없는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종일 넘치는 정보들로도 실제 마을 상황들이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는 무리가 있으므로, 그저 좀 더 깊은 호흡으로 길게 본다 생각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어쩌면 억지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생각으로 답답한 시간을 견뎌 나갔던 것 같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와중에 다시 찾아온 5월 12일의 두 번째 강진. 전체적인 분위기가 긴급구호에서 재건 복구로 돌아서던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또 다른 강진은 많은 사람들을 절망하게 했다.


최초 진원지에서 옮겨 간 두 번째 강진의 진원지(돌라카 지역) 근처는 또 다른 큰 피해지역이 되었고, 나는 이 모든 것이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그 동안의 수많은 여진으로 약해져 있던 구조물들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사는 집은 끄떡없어 보였지만 그날은 어쩔 수 없이 맨 처음 지진이 났을 때처럼 이웃의 천막에 신세를 지기로 했다.


맨 처음 경황이 없어 허술하기만 했던 천막은 보름 만에 훨씬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보수되어 있었다. 이 이웃은 집에 균열이 많고, 기본 골조에도 충격이 가는 바람에 당분간은 이렇게 천막에서 지내야 한다고 했다.




▲ 이 동네에서도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는 이웃의 집. 얼마전 큰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새단장을 했지만, 지진을 맞았고 집 왼편 밭가운데에 천막을 지었다. 보름만에 찾았더니 대나무로 기본 골격을 만들어 튼튼해진 천막. 당분간 여진이 가라앉을 때까지는 이 천막에서 온 식구가 지내야 한다.



이 집의 큰 아들은 지진 즈음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결국 집이 망가지며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내가 뭐라 해야 할지 몰라 머뭇머뭇하자, 큰 아들이 매우 담담한 어조로 “나는 이제 이 집에 애정을 버렸어”라고 이야기한다.


당장 들어가 몸을 뉘일 집이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몇 년 전 일본에서 비슷한 강도의 지진을 겪었던 친구에게 당시 상황을 물었다. 그 친구는 무섭긴 했지만, 일본은 내진 설계가 워낙 잘 되어 있다 보니 적어도 집은 무너지지 않을 거란 믿음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팔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그나마 건물들이 이 정도 버텨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문득 지난 4월 말 있었던 강진 직후 한 네팔친구가 나에게 “네가 경험하고 느끼는 지진은 우리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그때는 이 말이 서운하게 느껴졌는데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이제야 그 친구의 말이 이해가 된다.


늘 목표를 세우고 쫓아 온 나 같은 사람은 약간의 어그러진 계획에도 정신이 없는 데 현재 상황에서 놀랄 정도로 침착하고, 또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이곳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게 생각된다. 부디 이들이 또 다시 절망하는 일이 없도록 더 이상의 강진이 오지 않길 마음 속 깊이 기도하게 되는 밤이다.




[덧붙이는 글]
이레지나 : 타문화와의 경계에서 어떻게 하면 더불어 잘 살수 있는지 고민하다보니 8년 째 네팔에 머물고 있는 활동가이다. 네팔지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후의 상황과 소식들을 지속적으로 전해줄 계획이다.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catholicpress.kr/news/view.php?idx=347
기자프로필
관련기사
댓글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비회원 이름 패스워드 자동등록방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