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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묵상-김혜선] 우리 교회가 참 그리스도 교회인가?
  • 김혜선
  • 등록 2017-03-04 11:07:24
  • 수정 2017-05-30 16: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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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 김혜선 통신원


한국은 가난한 나라였다. 사람들도 가난했기에 교회 역시 가난했다. 모든 교구와 본당도 가난했고 성당도 초라하고 빈곤했다. 사제와 수도자들도 가난했고 신자들도 가난했다. 교회 안에서는 교구, 본당, 신자들 사이에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양극화 대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교구들은 엄청나게 부자가 되었으며 가난한 본당과 부자 본당으로 나뉘었다. 가톨릭 교회가 상류층과 중산층의 교회가 되어 가난한 사람은 환영받지 못하고 공동체로부터 소외되었다.


물질주의가 깊숙이 스며들어 돈이 우상이 되었으며 부와 권력을 추구하는 소유의 욕망으로 전락했다. 오늘의 교회는 풍요롭고 부유하다. 부유하고 풍요로운 교회는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잊었다.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가 이들을 잊은 것이다.


교회는 가난을 체험하고 가난 자체가 되어야 하며, 가난하고 봉사하며 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보육원, 양로원, 병원, 복지 희망원 등을 세웠다. 그러나 이런 활동들을 진정한 사랑에서 하고 있는 것일까. 진정한 사랑은 어떤 의무감이나 습관, 혹은 ‘이익창출을 위한 사리사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정신을 닮은 삶의 존재 자체로 세상을 향해 여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물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교회는 하느님처럼 정의를 실천하고 있는가? 교회는 하느님처럼 진리를 찾아가고 있는가? 교회는 하느님처럼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 의롭게 희망찬 복음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한 형제로 여기며,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교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가난한 이와 억눌린 이, 소외당하는 이의 편에 서서 교회는 무엇을 하였는가? 


▲ ⓒ 런던 김혜선 통신원


십자가에 못 박히며 자신을 희생한 그리스도의 정신을 닮은 교회라면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막는 빛과 소금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 십자가의 의미는 언제나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나를 내어 줄 수 있는 자세와 누구든지 자기를 원하는 곳에 자기를 기꺼이 내어 주는 삶, 이것만이 주님의 십자가를 온전히 지고 갈 수 있는 길이다.


권세와 권력, 화려하고 거대한 물질적인 교회를 추구해온 오늘의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빈곤함과 소외감에 더욱 불을 지폈으며, 그들이 교회의 문을 두드리는데 심리적 부담을 안겨 주었다.


청빈이 사제 생활의 꽃이라는 사실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결코 변할 수 없는 불멸의 진리이다.


그러나 불우한 신자들을 귀찮아하고 심지어 외면하는 그리스도 정신에 역행하는 행위는 만연되어 있는 실정이다.


고통의 가시관을 쓴 그리스도, 십자가를 짊어진 그리스도는 우리 겨레와 우리 주변에 무수히 널려 있건만 교회는 어디에 서 있는 것인가?


오늘의 교회는 깨어있는 성직자, 수도자, 신자로부터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오늘의 교회는 이러한 규탄과 비판으로나마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할 것이다.


▲ ⓒ 런던 김혜선 통신원



[필진정보]
김혜선 : 안동교구 소속 런던 해외교포 사목 평신도이다. 런던한인성당 신앙의 길잡이 계간지 하상(구)편집인, 런던 특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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