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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물러나는 시대, 희망원 책임자는?”
  • 최진
  • 등록 2017-03-31 19:43:08
  • 수정 2017-04-06 18: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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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원대책위와 대구지역 시민사회 단체, 그리고 전국 장애인단체 회원 300여 명은 30일 대구 중구 계산성당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 최진


세상이 변했고 촛불로 대통령을 내려 앉히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왜 수백 명의 사람이 죽어간 희망원의 책임자들은 하나도 책임지지 않고 처벌도 안 되는가 - 김신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


대구 희망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언론 보도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등으로 드러난 희망원 인권유린과 비리에 대한 처분이 보여주기식 솜방망이 처벌로 일단락되면서, 이에 대한 적폐 청산의 요구가 앞으로도 계속 제기될 전망이다.   


대구시립희망원인권유린및비리척결대책위원회(이하 희망원대책위)와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전국 장애인단체 회원 300여 명은 30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계산성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될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 척결,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쟁취 집중행동의 날’을 시작했다.   


대책위는 “대구대교구가 지난해 11월 운영권 반납 의사를 표명한 이후에도 5개월째 운영을 계속하고 있고, 희망원 간부 24명이 사태에 책임지겠다며 제출한 사표는 단 한 건도 수리되지 않고 있다. 조환길 대주교는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태해결에 나서겠다고 발표하고선, 대책위의 면담 요청에는 6개월째 묵묵부답이다”라고 규탄했다. 


▲ ⓒ 최진


이들은 대구시가 희망원을 민간위탁 방식이 아닌, 직영 방식으로 운영할 것을 촉구하며, 대구천주교유지재단의 책임자인 조환길 대주교의 법적 처벌을 요구했다. 또한 수백 명의 시설 생활인을 죽도록 방치하고 인권유린과 비리를 저지른 천주교 재단은 자격 미달 복지재단이라고 규탄하며 이들에 대한 법인설립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309명이나 되는 사람이 죽어도 영정사진 하나 없다. 이분들의 한을 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며 “수많은 사람이 시설 안에서 소리 소문 없이 죽었는데도, 희망원을 운영한 천주교는 잘못을 반성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진 없는 영정과 촛불만 309개


▲ 오후 7시부터 희망원에서 죽어간 309명의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이 없는 영정 309개가 대구시청 앞에 놓였다. ⓒ 최진


이날 집중행동에 참석한 황성원 희망원노조 지회장은 “밖에서는 수백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희망원 시설을 비판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라며 오히려 교구와 친한 사람들이 고속 승진을 하는 상황이라, 더욱 폐쇄적인 시설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황 지회장은 “교구는 언론 앞에서는 ‘운영을 포기하겠다’, ‘사표를 제출했다’고 하면서, 뒤로는 운영권 포기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희망원 대부분의 직원은 천주교 측과 끈끈한 공무원이거나, 천주교 성직자들의 친인척들이다. 일을 잘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들은 전문지식이 부족 할 뿐 아니라, 근무 태도와 생활인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좋지 않다”라며 “천주교와 연만 있으면 희망원에 취직하기 때문에 앞으로 제2, 제3의 희망원 사태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희망원 수탁자 현장 설명회가 무산된 것에 대해서도 “민간수탁 업체 선정이 무산된 것은 오전 11시다. 그런데, 희망원 신부들은 오전 9시 직원들을 모아놓고 ‘민간수탁 업체 선정이 무산돼, 자신들이 어쩔 수 없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라며 “대구시 발표 전부터 이미 희망원 신부들은 모든 상황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이것이 지금의 희망원 현실이다”고 말했다.


▲ ⓒ 최진


‘대구시립희망원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미소 활동가는 “희망원 사태에서 천주교가 보여주는 모습은 종교인가 싶을 정도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고쳐질 텐데,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명동성당 기습시위를 이유로 대책위와 면담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교회의 입장에 대해서는 “이미 수 개월간 면담을 요청했고, 수없이 집회를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명동성당 시위 때문에 면담을 안 하겠다는 것은 창피한 변명이다”라며 “특히 천주교는 명동성당에 갔을 때도 경찰을 부르더니, 이번에도 경찰을 통해 변명을 했다. 공권력을 앞세우는 것이 누구와 비슷하다”고 일갈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 후 계산성당에서 중앙네거리를 거쳐 대구시청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대구대교구 조환길 대주교는 사퇴하라’, ‘희망원 사태, 천주교가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구 시내를 1시간가량 걸었다.


▲ 대책위는 기자회견 후 계산성당에서 중앙네거리를 거쳐 대구시청까지 행진했다. ⓒ 최진


오후 7시부터는 대구시청 앞에서 희망원에서 죽어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이 없는 영정과 촛불 309개가 대구시청 앞에 놓였다. 이들을 추모하는 현수막에는 ‘대구시립희망원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전해지지 않는 문구였다.


이날 추모제 발언에서 송철민 노동당 대구시당 장애인위원장은 대구시와 대구대교구를 향해 “왜 너희들은 돈의 논리로만 희망원 문제를 생각하느냐. 희망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시설을 폐쇄하고 장애인들에게 삶을 돌려주는 것이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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