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인 감금 혐의 등으로 기소된 대구시립희망원(이하 희망원) 전 총괄원장 김모(63) 신부에 대한 항소심에서 법원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시민단체들은 법원이 피고인들의 입장만을 고려하고 불법 감금으로 고통 받은 피해자들의 입장은 살피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지법 제1형사부(임범석 부장판사)는 12일 희망원 내 위법한 처벌규칙에 의해 불법 감금시설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던 김모 신부와 희망원 내 정신요양시설 원장 박모(5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감금 행위가 인권을 침해한 범죄란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같은 불법감금 행위가 조직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또한, 피고인들이 감금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직책과 권한이 있었던 점에서 비난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짚었다.
하지만 '피고인들이 심리안정실로 생활인들을 격리한 행위는 희망원 설립 때부터 이어져 온 관행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며 원심 파기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감금 외에 추가적인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 대구시와 보건복지부가 심리안정실 운영을 지적하지 않았던 점, 일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희망원대책위는 “(항소심 과정에서)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을 정도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 없었다. 또한 희망원 사건의 진상규명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피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재판부가 이번 판결에서 3개월의 미결구금 기간을 통해 피고인들이 깊이 반성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이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자들과 대구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한 적이 없는데, 무슨 반성을 했다는 것인가”라며 “37년간 희망원을 운영한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한 적이 없고, 피해당사자들에 대한 대책도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대책위는 법원이 거주인 27명이 김모 신부의 처벌을 원치 않고 있고 관련자들이 희망원 거주인을 위해 희망원에 기부행위를 한 점을 참작했지만, 최근 돈으로 매수한 탄원서 사건과 무관하지 않아, 돈을 공탁하고 기부했다 해서 속죄와 위로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피고인들은 원심에서 징역 1년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항소해 오늘 몸은 석방되었지만, 수백 수천 번 비참하게 불법 감금을 조장하고 묵인한 그 죄는 영원히 안고 갈 것이다”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