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는 1998년 군에서 의문사한 김훈 중위(당시 25세)의 20주기를 기리면서, ‘군에서 죽어간 젊은이들을 위한 추모미사’가 봉헌됐다.
김훈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총상을 입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군 수사당국은 김 중위가 권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으나 타살 의혹이 제기되면서 많은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17년 8월, 우여곡절 끝에 김 중위는 19년 만에 ‘순직’으로 인정받고 현충원에 안장됐다. 하지만 여전히 김 중위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이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이날 김훈 중위의 육군사관학교 동기 박기범 씨는 “진녹색 군복과 피딱지가 내려앉은 오른손, 반쯤 닳아 없어진 전투화 뒷 굽의 기억이 생생히 다가온다”며, 참 좋은 벗이었던 김훈 중위를 그리워했다.
박 씨는 군 당국이 의문사를 인정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작은 변화가 일어난 것은 “훈이의 참담한 죽음이 남긴 역설적인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설적인 선물이 우리들 마음속에 강물처럼 흘러넘쳐서 다시는 이 땅에 훈이와 같은 슬픔과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기범 씨의 추도사에 김훈 중위 부모님은 슬픔에 잠겼다. 김 중위의 아버지 김 척 씨는 지금까지 함께 해주고 명복을 빌어준 이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어머니는 “여기까지 와주시고 저희 아들을 위해 기도해주셔서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라며, “20년 동안 외로웠는데 오늘 마음이 풀린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군종교구 유수일 주교와 공동으로 추모 미사를 집전한 염수정 추기경은 “김 중위의 가족과 수많은 군 사망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고 국가적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고 그 죽음이 역사적으로 의미를 갖게 될 때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는 인권연대가 준비했으며 미사에는 김훈 중위의 가족과 동료를 비롯해 2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