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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 ‘탈리타쿰’ 회장 공성애 수녀 인터뷰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8-07-03 12:24:56
  • 수정 2018-07-03 12: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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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자신의 죽은 딸을 다시 살려달라는 한 회당장의 청을 받고 그의 집으로 발을 옮겼다. 아이를 본 예수님은,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는 거라며 아이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탈리타 쿰!”(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그러자 소녀는 곧바로 일어서 걸어다녔다. 


I AM NOT FOR SALE (나는 파는 물건이 아니다) 


▲ 지난 5월 25일,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탈리타쿰 코리아는 서울 중동 정동길에서 ‘반인신매매’ 캠페인을 열었다. (사진제공=탈리타쿰)


지난 5월 25일, 서울 중동 정동길에서 ‘반인신매매’ 캠페인이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유로 세계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가 2009년에 인신매매에 맞서기 위해 만든 국제네트워크기구 ‘탈리타쿰’. 현재 70여 개 나라, 6000여 명의 수도자들이 평신도들과 함께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3년 11월에 시작됐으며 성매매피해여성, 가정폭력피해여성, 탈북여성 관련 단체 등이 함께 하고 있다. 


탈리타쿰에서 정의하는 인신매매는 아래와 같다.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 ▲강제적인 국제결혼 ▲E6-2비자(예술흥행비자)로 들어온 필리핀, 중국, 키르키즈스탄 여성들이 미군기지나 유흥업소에서 성매매 ▲여행비자로 들어와 태국마사지업소에서 성매매 ▲업주나 사채업자에게 빚을 진 성매매 피해자 ▲한국남자들이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에서 미성년자 상대로 성(性) 관광 ▲불법 장기적출 ▲재중 탈북여성들의 인신매매


인신매매, 그 단어조차 거리감이 느껴진다. 염전노예처럼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사건이 언론에 고발되는 경우가 아니면 우리와 동떨어진 머나먼 세상의 일로 느껴질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인신매매와 상관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걸까. 


노예제는 과거의 일이 아니다. 노예제는 뿌리 깊은 관습이자 여전히 오늘날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2018년 5월 7일, 프란치스코 교황

인신매매는 우리 이웃에서 벌어진다


▲ 반인신매매 캠페인 활동 중인 공성애 수녀 (사진제공=탈리타쿰)


탈리타쿰 회장 공성애 수녀(착한목자수녀회)는 인신매매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며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농장에 파견된 이주노동자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이전에는 성매매피해여성 지원 활동을 했던 공성애 수녀는 자신이 목격한 인신매매 사례를 말해주었다.


공성애 수녀가 만난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을 일하면서 15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았다. 냉난방도 되지 않고 집 형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는데도 15만원에서 50만원의 임대료를 낸다. 고용주에 의한 성추행이 벌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현장에서 직접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는 공성애 수녀는 그들을 돕기 위해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한국에 취업 온 태국 여성의 경우, 공항에서 여권을 뺏기고 마사지업소로 보내져 원하지 않아도 성매매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남성들은 어업 현장으로 보내져 인간적인 대우를 못 받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경우도 많다.


이외에도 술집에서 일하게 될 경우, 할당량의 술을 팔지 못하면 본인이 갚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결국 빚더미에 오르게 된다. 업주는 여성들에게 돈을 갚으라고 추궁하면서 일명, ‘2차’에 나가야만 하는 구조를 만든다. 


공성애 수녀는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착취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어떻게 사람이 같은 사람을 착취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공 수녀는 상대방을 착취하면 할수록 많은 이윤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탈리타쿰 수녀님이 시민들에게 인신매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탈리타쿰)


‘노예제에서 이익을 얻는 사람’, ‘노예로 만들어진 사람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소비하는 사람’뿐 아니라 우리 역시 이러한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우리는 인신매매에 직접 가담하지 않아도 알게 모르게 그들이 제공한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또 내 일이 아니라고 무시하면서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의 현실에 눈감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의 인신매매 실태는 어떤지 물었다. 공성애 수녀는 주택가에 방을 얻어놓고 이뤄지는 성매매 사례를 언급하면서, “우리 ‘이웃’으로 벌써 자리 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공 수녀는 인신매매가 교회적 차원으로 보면 ‘악’이라면서, 교회가 눈을 뜨고 인신매매에 대항하고 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캠페인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인신매매가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반인신매매 캠페인은 이러한 ‘인식 변화’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인신매매는 이런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내국인과 외국인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의 인권은 동등하다는 것을 알리자는 것이다. 


공 수녀는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자들을 신고해도 벌금 천만 원 정도 나온다면서, “그보다 몇 십 배의 수익을 올리는 그들에게 벌금 천만 원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을 고용할 때 그들의 노동권을 인정해야 하고, 노동권이 지켜지면 착취와 그로 인한 인신매매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게 공 수녀의 설명이다. 강원도 철원 지역의 한 마을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엄수하고 만약 어느 집에서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서로 말을 해주고 그들의 노동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우리가 예수님의 역할을 해야 한다


▲ 캠페인 참가자들은 단체사진을 촬영하며 ‘인신매매를 반대한다’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사진제공=탈리타쿰)


그리스도인이 인신매매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성애 수녀는, 인간은 모두 하느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동등한 위치에 있는데 환경과 피부색이 다르다고, 또 지위가 낮고 돈이 없다고 누군가에게 착취를 받으란 법은 어디에도 없다고 짚었다.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예수님을 보내셨고, 우리는 예수님을 닮아있다고 말했다. 예수님은 길거리 걸인에게 먼저 다가갔으며, 장님의 아픔을 느끼고 그 아픔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눈을 뜨게 해줬다.


공 수녀는 “이제 우리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신앙인인 우리는 예수님의 삶을 따라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님은 야이로의 딸에게 “탈리타 쿰!”(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이라고 말했다.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고 해서 눈 감고 있을 것이 아니라,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형제자매들의 현실에 대해 눈을 떠야 한다는 예수님의 외침이 들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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