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가운데는 믿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요한 6, 64)
세례를 받았다고 해서 하느님과 예수를 믿는 게 아니다. 신자들 가운데서도 믿지 않는 자들이 많다. 또한 신자 아닌 사람들 중에도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많다. 외적으로는 예수를 따라간다고 하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실패했을 때, 마음속에 있는 것이 다 드러나게 된다. 일이 잘 풀릴 때에는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예수를 배반하는 사람들 중에 의외로 믿는 자들이 많다.
예수를 배반하는 일은 말로써 하는 게 아니라 복음을 실천하지 않은 것 자체가 이미 배신을 하는 것이다. 자기 명예와 이익을 위해서 배반하고, 더욱 가관인 것은 교회 조직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교회내의 불의와 비리를 조직적으로 감추려하는 짓도 예수를 배반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교회의 부정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 뿐이다. 그러나 교회가 예수를 배반하는 일에 무감각해지고, 적당히 넘어간다면 내부에서부터 붕괴되어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교회의 유일한 자산은 ‘신뢰’다. 신뢰라는 토대가 무너지면 사람들은 미련 없이 떠날 것이고, 무관심과 냉소적 시각으로 변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신뢰지수는 이미 빨간 경고등이 켜졌으며, 청년 신자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의식 있는 사람들도 교회 밖을 향하고 있다.
교회 구성원들이 예수를 진정으로 살지 못하면 결국 생명력을 잃고 화석화된 유적이 되고 만다. 오늘 우리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읽고, 복음을 실천하는 길만이 예수의 생명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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