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대표적인 성직자 성범죄인 ‘카라디마 사건’의 피해자들은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피해자들은 “지난 10년 가까이 우리는 교회 성범죄와 성범죄 은폐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원수 취급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근 우리는 그동안 보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교회의 친밀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표현하며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정식으로 자신의 이름과 보편 교회를 대신하여 우리에게 용서를 청하셨다.
이러한 행보에 대해 피해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커다란 관용과 환대를 감사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성범죄, 권력 남용, 특히 칠레 주교들의 (성범죄) 은폐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실을 (도덕적 차원의) 죄가 아니라 ‘범죄’이자 ‘부패’라고 표현했다”고 밝히며 이러한 현실이 칠레에서는 여전히 전염병과 같이 종식되고 있지 못 하다고 규탄했다.
이러한 성범죄로 인해 수백 명의 목숨이 파괴되었고 믿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의 신앙과 신념을 배신당했다. 우리는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주제에 관해 구체적인 측면뿐 아니라 이론적인 측면에 대한 피해자들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병적인 권력 남용, 한계를 모르는 권력 남용. 이것이 바로 성범죄와 성범죄 은폐의 시작
피해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교회가 이러한 성범죄 퇴치 운동의 아군이자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만남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태도에 대해서도 “강도 높고 긴 대화 시간 내내 사려 깊고, 수용적 태도와 공감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피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안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자신들 역시 곧 이러한 생각들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내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남기신 용서의 말을 모범이 되는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들은 “교회 안에 성범죄와 성범죄 은폐라는 전염병을 멈추기 위해 필요한 변화를 이끄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남기신 용서의 말을 모범이 되는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만남에 함께했던 피해자들은 “가톨릭교회의 성범죄 및 성범죄 은폐 피해자들 수천 명을 대신해 이번 초대에 응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만남 내내 피해자들은 우리와 늘 함께 한 것이다”라고 밝히며 세계 각지의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들과의 연대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