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희망원 사태에 이어, 학교법인 선목학원·대구가톨릭대학교 비리 의혹으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는 천주교대구대교구(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희망원 사건을 중재해 온 임성무 씨(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전 사무국장)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 8일자 < SBS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 임성무 씨는 대구대교구가 과거 친일과 독재에 가담한 역사를 설명하면서, 교구가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한 바 있다. 대구대교구는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이 대구대교구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임성무 씨를 고소한 것이다.
대구희망원대책위는 대구대교구가 희망원 사건으로 신부가 구속되고 실형을 받았지만 교구차원의 처벌은커녕 용서를 한 반면, 당시 희망원대책위와 교구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자 중재해 온 임성무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구대교구가 임성무 씨만 고발한 것은 임성무 씨에게 재갈을 물리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한다”며, “대구대교구가 평신도를 고발하는 사상 유례없는 사건을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30일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앞에서 열린 ‘임성무 평신도 명예훼손 고발 규탄’ 기자회견에서 임성무 씨는 “교회에는 교회법이 있고, 교회법을 어겼다면 교회가 저를 교회법으로 징계하면 된다”며 “그런데 교회는 교회법을 두고 세상법에 임성무를 처벌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한 마리 잃은 양을 찾아가야 하는 게 교회다. 그런데 저는 한 마리 양이 아닌 건지, 왜 자꾸 저를 교회 밖으로 내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또한 임성무 씨는 대구대교구의 핵심 권력에 있는 한 신부님이 자신을 두고 ‘공산주의자인데 일정한 위치를 차지하고 나니,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서 교회를 파괴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것, 남의 것이 없으니 하느님 나라는 공산주의다. 그렇게 보자면 저는 공산주의자가 맞다”고 말했다.
임성무 씨는 “지금껏 천주교 신자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것을 시민단체에 많은 걸 맡겨서 죄송하다”는 뜻을 전했다.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투쟁하는 자리마다 언제나 임성무 선생님이 와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제와 우리 사이를 이어주려고 많이 노력했다”면서, “그런데 중재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고 칭찬해도 모자를 판에 고발을 한 것이 대구대교구”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생님이 외로운 길을 가지 않도록 우리가 같이 가겠다”며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 올바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같이 하자”며 임성무 씨를 지지했다.
평신도 모임을 대표해 차우미 씨(대구여성의전화 전 대표)가 “새벽이 가까울수록 어둠은 짙다. 대구대교구가 평신도인 임성무 형제마저 고발하는 것을 보며 새벽이 머지 않았음을 느낀다”며 대구대교구의 쇄신을 요구했다.
임성무 씨는 지난 4일 대구대교구에서 2기 교구쇄신발전위원회(위원장 장신호 보좌주교)가 꾸려졌고 8일 중부경찰서를 통해 대구대교구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면서, 이 두 사건을 별개의 사건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평신도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은 ‘재갈 물리기’라면서, “까불면 신자 누구라도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래 < 그것이알고싶다 >에 인터뷰를 할 사제들을 계속 섭외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아서, 자칫 희망원 사건이 신부 개인의 비리가 될 수 있기에 자신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의 비리라기보다는 교구의 역사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한건데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처음 고소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계속 눈물이 났다면서, “어떤 분들은 ‘목자가 양을 보호해야 하는데 양을 고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 직후, 임성무 씨는 신자들과 시민들의 격려와 응원을 받으면서,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에 조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이날 임성무 씨와 연대하기 위해 청주, 포항 등지에서 30여 명의 평신도들과 시민들이 모였다.
한편, 대구대교구가 지난 3월 1일자로 원로사제 정은규 몬시뇰을 ‘정직’ 처분한 것과 < 대구MBC >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을 두고 교구 내 쇄신 움직임을 잠재우려는 정치적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