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국제사회의 귀감’ 됐던 독일, 왜 극단주의가 부상하는가
  • 안중근청년기자단
  • 등록 2018-11-20 13:13:16
  • 수정 2018-11-20 13:14:09

기사수정


▲ 9월 1~2일에 있었던 신 나치주의자들의 시위 행진 (사진출처=Spiegel Online)


지난 10월 3일, 독일 베를린 시내에서 극우단체의 난민 반대 시위가 열렸다. 통일 기념일에 열린 이번 시위에는 최근 급부상한 극우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 당원, 신 나치주의자, 반 이슬람주의자 등 다양한 극단주의 지지자들이 참가했다. AfD 당원 중 일부는 네오 나치,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과 함께 행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난민 추방과 독일 사회 내의 이방인 추방을 외치며 베를린 시내를 행진했다.


앞서 지난 9월 1일과 2일,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 AfD 당원들과 신 나치주의자들,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이미 한차례 행진을 벌인 일이 있다. 독일인 남성 힐리히가 이라크와 시리아 출신 남성 두 명에게 살해당한 지 약 일주일 뒤인 시점이다.


독일에서 이와 같은 행진들은 상당히 이례적인 광경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독일에서는 한 번도 극우정당이 하원 진출에 성공한 적이 없었고, 헌법 또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제한해왔다. 독일의 헌법이 되는 독일 기본법 20조 4항에는 ‘민주적 질서의 제거를 감행하는 이에 대한 저항권’이 별도로 명시되어 있다. 그만큼 독일인들은 스스로 포스트 히틀러의 등장을 경계해왔다.


▲ 2018년 6월 7일~9월 7일까지 2,061명의 응답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사진출처=BILD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극우정당의 득세와 신 나치주의와의 협력은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극우정당 AfD는 2017년 독일 총 선거에서 정당 투표율 13.5%로 연방 하원 진출에 성공하며, 제3당으로 우뚝 올라섰다.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이례적인 극우당의 하원 진출이다. 


< Bild >지가 2018년 6월부터 9월까지 3달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AfD는 기존 제2당인 SPD(사회민주당)보다 0.5% 높은 17.5%를 기록한 바가 있다. 이에 따라 다음 총선에서 AfD가 제1야당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극우당의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부상 원인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 사회가 겪어온 난민 문제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독일 난민 문제의 역사는 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90년대 초 공산권이 붕괴된 이후, 자유로운 난민법과 선진화된 복지로 인해 대규모의 난민이 독일로 모여들었다. 당시 통일 비용으로 인해 실업자 문제, 복지 예산 부족 문제를 겪고 있던 독일에서는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독일 당국은 1992년 난민법을 개정하여, 난민 자격 취득 조건을 강화하면서 일시적으로 여론을 잠재우는 데에 성공했다.


이후 독일 당국은 국가 내 경제적 안정과 노동력 부족 문제 등을 이유로 2000년대 초 다시 난민 자격 취득 조건을 완화시켰다. 그러나 2010년 일어난 튀니지 혁명 이후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이 전개되면서 유럽은 500만 명이 넘는 난민을 수용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결국,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선진국들은 ‘난민 할당제’를 제정하여 경제력에 따른 난민 분할 수용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탈리아, 헝가리, 그리스 등 국가들이 경제 위기를 겪으며 할당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고, 영국 또한 브렉시트로 유럽연합을 떠나 난민 할당제는 실효성을 잃게 된다. 결국 현재 독일, 프랑스 등 일부 유럽 선진국들이 난민 수용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독일 내에서도 난민 수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감과 난민 범죄 사건 등을 이유로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재발하고 있다. 2016년 초 쾰른 난민 집단 성폭행 사건(피해 신고 1200건, 강간 피해자 24명), 2016년 말 베를린 난민 트럭 테러 사건(사망자 12명, 부상자 48명) 등이 발생하며, 독일 내 반(反) 난민 정서는 걷잡을 수 없는 규모로 치닫게 된다.


이에 독일 정치권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메르켈 총리와 그의 지지기반 CDU-CSU 연합은 올해 초까지도 난민 수용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폭발하는 반 난민 여론과 그에 따른 지지율 폭락으로 인해 연정 유지에 위기를 겪게 되자, 결국 난민 수용을 제한하는 데에 동의하게 된다. 그리고 2018년 8월 26일에 독일인 남성 힐리히가 이라크와 시리아 출신 이주자 두 명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민족주의와 반(反)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극우정당 AfD의 지지율은 이례적인 수치를 기록한다.


독일 당국은 현재 비민주적 목표에 대한 통제를 명분으로 니더작센 주와 브레멘 주의 AfD 청년당에 대한 감시를 선포한 상황이다. AfD 청년당은 JA(독일을 위한 청년 대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AfD를 표방하는 청년정당이다. 두 주의 청년당은 반(反) 여성주의적 행보, 민간 무장 단체인 자경단에 대한 옹호, 백인우월주의 단체와의 유대 등 꾸준히 논란을 일으켜 온 바가 있다. AfD는 청년당에 대한 감시를 두고 “AfD의 지지율 상승에 대한 여당의 견제일 뿐”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현재 AfD는 문제가 되고 있는 두 주의 두 청년당을 해산시키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2000년대 이래로 독일은 유럽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항상 앞장서 왔다. 유럽 경제 위기, 난민 문제, 브렉시트 등 매번 유럽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독일은 늘 도의적 책임을 다했고, 언제나 돌파에 성공했다. 독일의 이러한 행보는 역사적 과오에 대한 모범적 반성으로 회자되며, 국제사회의 귀감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독일이 이번에 당면한 문제는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규모와 양상을 보인다. 국가 외적인 문제와 내적인 문제가 복합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또 그것이 ‘극우’라는 가장 민감한 역사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난민 문제와 관련해, 유럽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이목은 언제나 그랬듯이 독일을 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 독일은 국제사회의 시선뿐만 아니라 자국민들의 목소리에도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독일이 과연 어떻게 이 거대한 문제를 풀어나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들은 매번 스스로 답을 찾았고, 늘 답을 구하는 데에 성공했다. 독일 또한 분명 그것을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한 번 세계가 독일을 믿고 조망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안중근청년기자단 - 손민필 기자 



[필진정보]
안중근청년기자단 : 마지막 순간까지 동양평화를 염원했던 안중근 의사를 기억하며, 글과 영상 등의 컨텐츠를 제작해 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 - 청년안중근> 소속 기자단이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