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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회 운영, 평신도·수도자·성직자 동등한 참여 가능할까
  • 강재선
  • 등록 2019-02-25 14:50:56
  • 수정 2019-03-06 1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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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재선


지난 23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천주교개혁연대가 주최하는 3차 토론회가 열렸다. 1, 2차에서 대구대교구 비리를 중심으로 교회운영을 이야기한 것과 달리, 이번 토론회는 교회 내 비리와 권력 남용 사례를 해결하기 위한 화두로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더욱 강조하고 있는 ‘공동합의성’을 던졌다.


공동합의성(시노드정신)은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가


▲ 박문수 소장(좌)과 김항섭 교수(우) ⓒ 강재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박문수 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소장은 성직주의와 같은 권위주의는 비단 유교 문화권의 문제가 아니라며 “집단주의 문화가 개인주의 문화로 점차 이행해갈 때 쇄신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참여’ 또는 ‘참여와 경청’ 정도로 정의 내려진 공동합의성(Synodality)이 “현재 교회법의 틀은 건드리지 않은 채 기존의 기구에 평신도의 참여를 더 늘리는 방식을 고민해보자는 뜻 정도로 읽힌다”며 “제도화를 위해 평신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더 넓고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덧붙여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타율에 의해 조정되기 전에 스스로 자각하고 (권한을) 내려놓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김항섭 한신대 교수는 라틴아메리카, 특히 브라질의 교회운영 사례를 설명하며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 모두가 교회운영에 최대한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항섭 교수는 “구원이나 해탈과 같은 종교적 가치가 인간 근원적인 문제의 답이라면, 마땅히 자유나 평등의 가치를 그 안에 포함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질문하며 단순한 권력배분의 문제로 민주주의 도입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원만한 공동체적 합의를 위한 가치로서 민주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항섭 교수는 브라질 가톨릭교회의 ‘교구사목총회’를 ‘아래로부터의 교회운영’ 예시로 들었다. 김항섭 교수에 따르면 교구사목총회에서는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를 포함한 모든 사목 관계자들이 4년마다 모여 ‘사목플랜’(사목지침서)를 발간하며, 이러한 사목플랜의 실행 여부와 수정 필요성을 논의하고자 매년 평가회의를 연다.


반면, 한국 천주교에서는 1995년 발표된 사목지침서가 23년이 지난 후에서야 개정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점을 짚으며 IMF 이후 사회가 격변했음에도 “어떤 빛이 필요한지, 어디가 얼마나 필요한지 따져보지도 않은 채, 그저 그냥 빛만 비추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항섭 교수는 결국, 평신도의 교회운영 참여가 교회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만큼 “이러한 권리의 보장을 정식으로 주교회의나 교구에 요청하는 운동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순명’이란, 권력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예, 아니오’를 분명히 할 수 있는 능력


▲ 강신숙 수녀 ⓒ 강재선


강신숙 성가소비녀회 수녀는 여성수도회 내의 공동합의성을 중심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강신숙 수녀는 여성수도회 모델이 ‘리더의 절대적 권한’과 ‘개별 수도자의 자율성 강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변화해왔다면서 결국 수도회 장상뿐만 아니라 모든 개별 수도자들이 수도회 운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회헌을 개정하고 총장 선출 등의 기능을 가진 ‘총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신숙 수녀는 가톨릭교회 안에서 ‘순명’이란 장상 등이 갖는 공동체적, 사회적 권력에 그저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예’, ‘아니오’를 분명히 말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서 “예수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순명이며, 그런 회원을 키워내는 것이 수도회 양성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주교들이 성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이날 청중들과 함께한 자유토론에서는 특히 주교의 막대한 권한을 중심으로 한 발언들이 나왔다. 대구대교구에서 온 80대 신자는 평신도들이 성직자들에게 의견을 개진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면서 “(주교들이) 성 밖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성 주변에 악마가 둘러싸여 있다”면서 “주교들이 성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는 2000년대 서울대교구 시노드 참여 경험을 복기하며, 사목위원회 여성 참여 비율 보장에 대한 논의 중 한 사제가 ‘교구장이 채택하지 않으면 그만이니 그런 지엽적인 논의는 하지 말자’고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결국 주교들에게만 모든 권한을 주는 교회법상 구조로 인해 평신도들이 책임과 책무(Accountability)를 갖지 못한다면서 이를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유철 시인은 최근 주교회의가 발표한 한국 천주교의 3.1절 ‘반성문’을 두고 “마음이 아프지만 어쨌든 반성했다”면서도 “반성문을 보며 떠오른 것은 그러한 결정을 내린 원인과 과정이 있다는 점이며 그동안 덮여 있던 것을 (스스로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지난해 교구 정평위를 통해 비정규직 철폐 전국 천주교 성명운동을 건의했으나 상정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올라간 안건에 대한 결정 사항 및 근거를 자세히 설명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성리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전개해온 한 신자는 “지역 본당이 지역의 고통에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교회가 “굉장히 사무적으로 보였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교회의 목소리가 세상에 울리지 않는 것은 지역 사회 사람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경동현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 역시 “권한이 많으면 평가도 당연한 것”이라면서 공동합의성을 근거로 한 교구장 리더십 평가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평신도들 역시 리더십 교육이 필요하다며 “신부의 결정에 따라 계획 행방 결정되는 것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석일웅 작은형제회 수사는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이날 나온 얘기들이 성직자, 특히 주교들에게 전달되어 주교들이 아주 작은 실천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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