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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사제나 딸수녀의 뒷바라지로는 기도밖에…
  • 전순란
  • 등록 2019-03-04 11: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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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3일 일요일, 맑음



살레시오 한국관구 제5대 관구장 최원철 신부님 취임식과 양승국 신부님 이임식 미사가 11시에 있어 주일미사도 드리고 축하도 해드리고 정신없이 바쁠 작은아들도 볼 겸 영등포 신길동에 있는 관구관엘 갔다. 미리 오실비아에게도 연락을 하여 서로 보기로 하였는데 무슨 일에든 적극적이고 열심인 실비아가 먼저 와 자리를 잡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대성당 입구에서 살레시오회 총본부에서 온 청소년 담당 최고평의원 파비오 신부님을 뵙고 반갑게 인사를 드렸는데 지금 수에렙 주한교황대사님과 꼬맹이 때부터 고향친구여서 어제 빵고신부랑 가서 보고 왔다며, ‘수에렙 대주교가 한국에 온 걸 엄청 만족하더라’기에, 우리 역시 ‘이 정부와 호흡이 맞는 분이 교황대사님으로 오셔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평화방송이 보수 중의 보수 나경원을 가장 훌륭한 가톨릭 정치인으로 선정할 만큼 우경화하는 서울대교구를 바로잡는데 도움이 될 교황대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취임식 미사는 한때 한국관구 관구장을 지냈고 동아시아-호주지역담당 총평의원 클레멘스 신부님(우리 이름 현명한)의 주례로 봉헌됐다. 동아시아 12개 관구 관구장 신부님들도 내일부터 회의를 하러 방한한 길이었다. 현 신부님은 강론에서 살레시오에서 일해오신 노숭피 신부님부터 시작해서 역대 모든 관구장님과 특별히 양성자들에게 성인으로 존경받던 오다두 수사님까지 열거하고 기억하면서 그 분들의 청소년 사랑, 덕성, 깊은 신앙, 인내, 배려 등을 신임관구장님께 주문하였는데, 그리되려면 새 관구장님은 아마 퇴임 전에 치명(致命: 순교)해서 성인품에 오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오늘 제일 행복한 분은 양신부님이었을 게다. 소임이 끝나서 ‘잠자리 날개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다니 그동안 그 무거운 직책을 수행하면서 우황청심환으로 연명해온 소회랄까? 양신부님도 만만찮은 존경의 대상이었는데, 새 관구장님은 그런 심장약 아닌 감실에 계신 주님께 힘을 받겠다고 했으니 살레시오회는 잘될 일, 좋은 일만 남았다.


빵고신부는 관구비서답게 미사 중에는 먼발치에서 한번 보았고, 다 끝나고서 ‘우리가 그래도 모자지간인데 인사라도 하고 헤어지자’ 했더니 1층 커피샵으로 내려와 10분간 얼굴을 보여주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저래서 나에게 미사초대도 안했나 보다. 더구나 ‘살레시오 부모 모임’에 빠지는 일이 없는 최신부님 모친이 하객 중에 안 보이기에 아프신가 빵고신부에게 물었더니 관구장님이 당신 어머니를 초대하지 않았단다. 최신부님 어릴 적 양평 시골마을 이웃에 살던 친구들도 모두 축하해 주러 왔으니 어차피 어머니도 아들신부의 관구장 출세를 알게 될 텐데 그 어머니의 반응이 궁금하다.


잔치집이어서 소박하지만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함께 식사를 했다. 우리야 김치, 깎뚜기, 깻잎, 육계장을 맛있게 먹었지만, 외국에서 온 동남아 손님들이 그걸 어떻게 들었을까? 생소한 한국 음식문화를 제대로 체험 하는 기회였을 게다. 



보스코의 살레시오학교 2년 후배가 (‘호식이 두마리 치킨’ 회장이라며)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어려서 학교 다닐 때엔 보스코가 자기들 롤모델이었다며 반가워하였다. 가난한 처지에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감격해서 자기도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를 갔다는 후배들 찬사에 보스코는 ‘가난해서 공부 밖에 할 게 없었고, 그 처지에서도 공부하는 일이 감지덕지했다’니 이 무슨 타입의 ‘스카이캣슬’이람?


70년대 명동성당 지성인교리반에서 보스코에게 교리를 배웠다며 인사를 하는 분은 그렇게 세례를 받은 뒤 순교복자회 수녀가 되었단다. 인터넷신문에서 내 일기를 읽는 독자도 여럿을 만났다. 숙제를 가방 가득 메고 돌아온 이 기분은 새 관구장님을 위해 늘 기도해야 한다는, 더구나 빵고신부가 관구비서로 제몫을 하도록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한다는 바로 그 숙제 때문이겠다. 어미로서는 아들사제나 딸수녀의 뒷바라지에 오로지 기도로밖에 할 일이 없다. 



[필진정보]
전순란 :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하였고,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이다.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부인이다. 현재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살며 그곳을 휴천재라 부른다. 소소한 일상과 휴천재의 소식을 사진, 글과 함께 블로그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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