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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오메가’, 천주교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 이야기 - ‘평등을 향한 도전’, 무지갯빛으로 물든 거리 ②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6-04 16:25:29
  • 수정 2019-06-04 16: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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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광장에서 ‘평등을 향한 도전’이란 슬로건으로 스무 번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이날 설치된 74개 부스 중 3개는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하는 성공회교회들, 로뎀나무그늘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서 운영했다. 아쉽지만 천주교회 관련 단체는 없었다. 


이날 퀴어퍼레이드에는 8만여 명이 참여했으며, 성소수자 그리스도인과 그들을 지지하는 그리스도인들도 ‘무지개예수’ 트럭 뒤를 따랐다. 천주교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 ‘알파오메가’, 그리고 가톨릭독서포럼도 이들과 함께 하며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 


당연한 말이지만, 성소수자는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니다. 우리의 친구로, 직장동료로, 이웃으로 그리고 신앙인으로 우리들 곁에 있다. 


2006년에 만들어진 천주교 여성 성소수자 공동체 ‘알파오메가’는 가톨릭 성소수자들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안식처를 꾸려나가기 위해 용기를 내어 세상으로 한걸음 내딛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이곳에 싣는다. 


▲ (사진제공=알파오메가)


우리가 버티지 못하고 떠나버리면 한국 천주교회는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혐오와 차별에 맞서 가톨릭 신앙을 지키고자 하는 자매들이 더 많습니다. 


Q. ‘여성’이면서 ‘소수자’, 거기에 ‘종교’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어느 때 종교의 벽을 가장 무겁게 느끼시나요?


- 많은 성소수자들이 “동성애는 죄”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이유로 교회에서 멀어지기도 합니다. 저희 모임에 가입한 자매 한 명이 고해성사 중에 ‘성소수자는 용서받을 수도 천국에 갈 수도 없는지’ 물었더니 신부님께서 ‘네’라고 하셨답니다. 그 이후로 그 자매는 냉담을 하고 십계명을 잘 못 지키고 있답니다. 


게다가 천주교 예비자 교리 시간에 선생님이 동성애를 ‘죄’라고 가르쳐서 크게 상처 받고 혼란에 빠지는 자매들도 있습니다. 한편, 동성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국가에서 결혼을 하고 혼인증명서도 갖고 있는 언니에게 천주교 신자인 여동생이 “가톨릭에서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잖아?”는 말로 상처를 줍니다. 이처럼 천주교 성직자들과 신자들이 성소수자들을 비정상적으로 보며 전통적인 가족 가치관을 파괴하는 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 6월 1일, 반동성애 집회에 맞서 한 참가자가 `혐오는 예수의 방법이 아니다`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 문미정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전통적으로 ‘동성애 행위는 그 자체로 무질서’라고 정의한다. 동성애는 자연법에 어긋나며, 성행위를 생명 전달로부터 격리시킨다고도 설명한다(2357항). 이처럼 가톨릭교회는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동성애자를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 대하여 받아들여야 한다’(2358항)고 요청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성(性)은 남녀의 부부애를 위해 있는 것(2360항)이며, 혼인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이뤄진다고 본다. 이 때, 혼인의 목적 중 하나는 자녀 출산(2366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2018세계주교시노드 전에 있었던 청년 총회에서는 “청년들이 이미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논의하고 있는 동성애나 젠더 이슈와 같은 쟁점에 대해 교회 지도자들이 구체적으로 발언해주기를 바란다”는 요청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완성된 2018세계주교시노드 최종문건의 39항에서는 “젊은이들이 남성적 정체성과 여성적 정체성의 차이, 여성과 남성의 상호관계 그리고 동성애에 관한 질문들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는 뚜렷한 열망이 있다”고 인정했다. 



Q. 교회가 성소수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지 않아 냉담하거나 개종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가톨릭교회 신앙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저희 모임 회원들은 천주교 모태신앙, 유아 세례자로 성장한 자매들에서부터 예비신자, 타 종교에서 개종한 자매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톨릭 신앙을 갖고 있습니다. 개신교 학교에서 반동성애 교육을 받고 혐오와 차별에 지쳐 살다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적인 태도에 천주교로 개종한 분들도 있어요. 청년 성서모임 봉사자로 활동하던 다른 자매 한 명은 여러 신부님들에게 커밍아웃을 한 후, 성서모임에 유입되는 성소수자들에게 관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보여주시기를 부탁드렸는데 이에 귀 기울여 주신 신부님들이 계셔서 천주교를 떠나지 않았답니다. 


성소수자와 동성결혼에 열려있는 성공회로 개종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자매들도 있지만, 우리가 버티지 못하고 떠나버리면 한국 천주교회는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혐오와 차별에 맞서 가톨릭 신앙을 지키고자 하는 자매들이 더 많습니다. 저희가 아는 하느님은 저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십니다. 지금 힘들다고 개종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아일랜드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 인터뷰에서 “동성애자와 그러한 성향을 가진 이들은 언제나 존재했다”고 말했다. “나는 자기 자녀가 그러한 성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에게 ‘비난하지 말고, 대화하고, 이해하며, 자녀에게 여유를 주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 ⓒ 문미정


Q. 가톨릭교회가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없는 사랑을 전하기 위하여 한국천주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이 필요합니다. 저희를 위하여 성경 공부 모임을 맡아주신 수녀님과 기념사진을 찍어도 수녀님들이 곤란하게 되실까봐 수녀님 얼굴과 수도회 목걸이를 가려야 합니다. 저희 버팀목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수도자들이 퀴어퍼레이드에서 함께 걷지 못해서 미안해하고 아쉬워합니다. 누구보다 사랑이 충만한 그 분들이 왜 떳떳하지 못한 죄인 취급을 저희와 같이 받아야 합니까? 저희 때문에 그 분들이 손가락질 당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저희를 지지하는 사제들과 수녀님들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줄 수 있도록 주교님들이 앞장 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세간에 알려진 천주교 신자 성소수자로는 고 육우당이 있다. 육우당은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활동하던 운동가이자 시조시인이었다. 그는 술, 담배, 수면제, 파운데이션, 녹차, 묵주를 자신의 친구로 소개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장례를 천주교 식으로 해달라고 할 만큼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 


2003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보호법상 유해사이트 목록에서 동성애 관련 사이트 삭제를 권고하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동성애를 비난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육우당은 이들의 태도를 비판하는 글들을 여러 매체에 올렸다. 


4월 26일 육우당은 유서와 전 재산, 성모마리아상, 십자가상을 남기고 자신이 활동하던 동성애자인권연대(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육우당의 죽음은 이후 사회와 교회에 큰 경종을 울렸다. 



Q. 모임을 만든 후 이전과는 다른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모임이 만들어지고 여기까지 오는데 12년 넘게 걸렸습니다. 그동안 회원 수도 많이 늘었고, 얼마 전에 나온 <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 기사 덕분에 여성 인권과 성소수자의 영적 돌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수녀님들에게 연락을 받고 있습니다. 자매들이 하느님 사랑 속에서 힘을 합치고 용기를 내자 세상이 저희에게 손을 내밀어 주기 시작해서 기쁩니다.


Q.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성당에서 상처받고 냉담하던 분들이 저희 모임이 있을 때만이라도 미사를 오기도 합니다. 예비자 교리 시간이나 본당 성서모임에서 성정체성을 숨기느라 온전하게 생활 나눔을 하지 못하여 답답함을 호소하던 분들이 우리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성서모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희 모임을 더 많이 알려서 저희를 지지하는 수도자들과 소통하고 연대하여, 길 잃고 헤매는 가톨릭 성소수자들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주님 보시기에 좋은’ 안식처로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 가톨릭프레스 >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 저희는 여러분 가까이에 있습니다. 저희가 짊어진 십자가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성소수자들에게 ‘혐오하지 않을 테니 그냥 조용히 살라’고 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생활 나눔 시간에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한 마디가 저희에게 대못이 되어 박힙니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저희에게 나누어 주세요.



알파오메가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LGBT 가톨릭단체와 연대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GNRC(Global Network of Rainbow Catholics) 글로벌네트워크에도 가입할 예정이다. 


처음 알파오메가는 회원들 보호 차원에서 기사에는 모임 이름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알파오메가는 큰 고민 끝에 용기를 내고 “알파오메가”를 세상에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평등을 향한 도전을 시작한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알파오메가의 도전과 용기에 함께하는 가톨릭 신앙인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LGBT :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의 앞글자를 따서 LGBT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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