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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발 집단감염 비상에 천주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 강재선, 문미정
  • 등록 2020-08-21 18: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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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강행된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19일부터 수도권 소재 교회는 비대면 예배만 허용하기로 했으며 이 외 모임과 활동은 금지했다.


교회발 집단 감염이 가장 큰 문제가 된 지금, 천주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천주교 대부분 교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현재 미사 외 모임과 활동을 금지한 상태다. 수도권 소재 본당들을 살펴본 결과 발열체크, 손 소독, 수기·QR코드·바코드를 이용한 참석자 명단 작성, 거리두고 앉기 등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수칙이 대부분 잘 지켜지고 있었다. 


▲ 미사 중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 신자들 ⓒ 가톨릭프레스 자료 사진


지난 3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발표한 ‘코로나19 집단 감염 예방을 위해 본당에서 지켜야 할 수칙’이 본당 방역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칙을 참고하여 본당 사정에 맞게 준수사항을 만들기도 수월하고, 신자들에게도 일목요연하게 공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전후로 크게 달라진 것은, 주일미사에 참석하는 신자들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의자에 간격을 두어 번호를 붙이고 그 곳에만 앉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데, 따로 미사 인원수를 제한하지 않아도 거리를 둘 수 있을 만큼 남는 좌석이 생긴다. 


‘차량 승차 영성체’, 일명 드라이브 스루 영성체 등장


일부 본당에서는 기본 방역수칙과 더불어 ‘구역별 주일미사 참례’를 실시하여 가장 많은 사람이 미사를 참례하는 주일 미사의 밀집도를 줄였다. 


망우동성당의 경우에는 주일 미사 참례자 수를 분산시키기 위해 주일 11시 미사를 구역별로 돌아가며 참례하게 하여 참례자 수를 제한했다. 망우동성당 관계자는 “주일 11시 미사 참례자 규모가 이전에는 200명이 넘었으나 현재는 100여 명 정도”라며 “자리를 띄어서 앉아야 한다는 점에서 방역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사무처는 지난 15일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로 인한 교회발 집단감염이 확산되자 각 본당에 미사 외 소모임을 자제하고 방역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고 문자 메시지로 당부한 바 있다. 


망우동성당 역시 이러한 공지에 따라 “원래는 8월 첫째 주부터 레지오 활동을 재개했으나 15일 지침이 내려와서 (모임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용산성당의 경우에는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른 철저한 방역과 더불어 고령 신자들의 신앙적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여러 대안을 마련했다. 


2m 간격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장의자 2개당 3명이 앉도록 좌석에 번호를 할당했다. 그리고 성전 입장 시 번호표를 배부해 지정좌석제를 운영하고 있다. 


용산 성당은 평일 10시 미사 이후 오후 4시까지만 성당을 개방하고, 4시 이후에는 방역 후 성전을 폐쇄한다. 주일 미사도 아침 8시 30분 미사와 10시 미사 사이를 제외하고는 각 미사 사이 시간에 성전을 방역 후 폐쇄하여 출입을 통제했다. 


대면으로 전환하려고 했던 사목회와 각종 본당 모임들도 교구 지침에 따라,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용산성당은 고령 신자들이 많고, 비교적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 신자들이 마스크를 끼고 성당까지 올라오는 것을 힘들어한다고 용산 성당 관계자는 말했다. 관계자는 여기에 폭염까지 더해진 탓에 “성전에서 마스크 벗고 계시다 쫓겨난 분들도 계신다”면서, “마스크를 벗어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밀폐된 고해소 구조로 고해성사를 주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넓은 부지를 활용해 야외 간이고해소를 마련했다. 이에 더해 만 65세 이상 신자들 중에서 성당에 나오기 어려운 신자들을 대상으로 ‘차량 승차 영성체’를 실시하고 있다. 


▲ 미국 뉴멕시코 주 라스 크루시스에서 드라이브 스루 영성체 중인 피터 발다키노 주교 (사진출처=CNS/Las Cruces Diocese)


가족들과 함께 미리 성체배령에 필요한 기도를 마친 뒤, 차를 타고 성당에 오면 차에서 내리지 않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성체를 영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한 것이다. 용산 성당 관계자는 “만 65세가 넘은 분들 중 성당에 나오기 불편한 분들이 성체를 못 모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많아서” 이러한 조치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참석자 명단도 수기 작성은 인정하지 않고 엄격하게 바코드만 인정해 타교구나 타본당에서 바코드 없이 미사를 참례하는 경우, 해당 본당에 연락해 팩스로 바코드를 전송받고 있다.


용인지역 본당들 미사 중단…본당은 지역별로 정보 공유


용인 우리제일교회, 죽전고, 서원고 등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천주교 수원교구 일부 본당들은 교구 지침에서 더 나아가 미사를 전면 중단하는 등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기도 했다. 


수원교구 임시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경기도 내 종교시설 집회제한 행정명령’에 따라 ▲미사 이외 대면 소모임 전면 금지 ▲큰소리로 말하는 모든 행위 금지 ▲음식 제공 금지 ▲전자출입명부 의무화 ▲2m 간격 사회적 거리유지 등의 조처가 담긴 안내 사항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용인 우리제일교회 근방에 위치한 30여 개의 본당 중 구성성당, 신갈성당, 상하성당, 영통영덕성당, 청덕성당, 상현동성당, 보정성당, 죽전효주아녜스성당, 동백성마리아성당이 최소 8월 말 또는 별도 공지 시까지 모든 미사를 중단했다.


특히 동백성마리아성당은 미사 중단 이유를 공지하며 “무엇보다 신자 분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상하성당 역시 지역 내 확진자 가족이 성당에 방문한 이후 검사를 받아 음성판정을 받았으나 예방 차원에서 오는 29일까지 성당을 폐쇄하고 미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구성성당 김기창(노동자요셉) 사제는 미사 중단 소식을 알리는 서한에서 “예수님을 믿는 자들이 비신자들에게 죄인이 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되도록 해야 하는데 코로나19에 이상하게 대응하는 일부 종교인들의 모습을 보면 너무나 아쉽다”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천교구 김포성당 윤효문 마리아 사무장은 “(신자들이) 코로나19 이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일상처럼 생활했던 부분에 제약이 생기니 그 안에서 간절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체 미사가 오랜만에 재개됐을 때는 성체를 영하고 눈물을 흘리는 분도 많았다고 전했다. 또한 자발적으로 신자들 스스로 조심하면서 어려워진 성당 운영에 도움을 주고 싶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주일미사 참석이 어려워지면서 방송으로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도 있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윤 마리아 사무장은 현재 주변 성당들과 더욱 활발하게 연락을 취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코로나에 대응하고 있는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등 여러 정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종교가 모범이 되어 주길”


한편,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주교들 9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다음 주까지가 고비인데, 이번 주가 특히 중요하다”며 “더 이상 방역을 악화시키지 않고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도록 종교가 모범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구·경북은 슬기롭게 코로나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면서, 그때의 경험이 수도권 대유행에 대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우리 천주교회는 정부의 지침에 최대한 협조하고, 신자들의 개인위생에 철저하도록 각 본당 신부님들을 통해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는 코로나19 억제를 위해 수도권 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주말 종교행사, 소모임 등을 통한 추가 전파가 우려된다면서 종교시설에서는 주말 종교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라고 요청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주말을 넘어 확산세가 이어지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⑴ 레지오 : 레지오 마리애. 성모님의 표양을 본받으려는 가톨릭 평신도 신심 단체 중 하나로, 어려운 이들을 돌봄, 사회봉사 활동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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