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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가짜 가톨릭 신자’인가? - 후보자의 입장에 문제제기 하되, 신앙을 문제 삼지는 말아야
  • 끌로셰
  • edti@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9-15 15:39:11
  • 수정 2020-09-15 16: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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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난 9월 2일, 미국 가톨릭 월간지 < Commonweal > 에 게재된 존 게링(John Gehring)의 칼럼 “‘가짜 가톨릭 신자’는 누구인가?”(Who's a Fake Catholic?)를 번역한 것이다.


존 게링은 워싱턴 소재의 시민단체 < Faith in Public Life > 가톨릭 담당자로 『프란치스코 효과 : 미국 가톨릭교회에 제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근본적인 도전』의 저자이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 공보실 부실장을 지낸 바 있다. - 편집자 주 



선거에 접어들면서 미국 보수 우파들이 매우 시끄럽게 '가톨릭은 이래야 한다'는 정치 서사를 규정지으려 하고 있다. 


로드 아이슬랜드 주 프로비던 교구 토마스 토빈(Thomas Tobin) 주교는 “민주당 공천 후보자 명단에 가톨릭 신자가 없는 게 얼마만인가”라며 냉소적으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수 많은 팔로워를 지닌 한 사우스 캐롤라이나 교구 사제는 트위터에 조 바이든(Joe Biden)이 가짜 가톨릭 신자라고 말했다. 미국 노트르담 대학 미식축구 전 코치이자 대중적 아이콘인 루 홀츠(Lou Holtz)는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조 바이든을 “이름만 가톨릭 신자”라고 불렀다(대학측은 그의 발언을 부인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예수 마리아 성심 작은 노동자 수녀회 데어드레 바이른(Deirdre Byrne) 수녀도 등장했는데, 바이른 수녀는 숨 가쁘게 트럼프를 “이 나라 최고의 친생명(pro-life) 대통령”이라고 환호했다. 바이른 수녀는 “트럼프 2020”이라는 피켓이 달린 연단에 서서 자신이 “무기”라고 묘사한 묵주를 들고서 바이든-해리스 후보를 “가장 반생명적인 대통령 후보”라고 불렀다. 바이른 수녀는 트럼프가 “모든 단계의 생명을 보호한다”고 주장하면서 바이든이 “태아 살해”(Infanticide)를 지지한다고 거짓말했다.


이 같은 방식의 공세가 트럼프 시대에 극단적인 어조로 전달된다 한들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가장 최근에 대통령 후보로 지목받은 가톨릭신자 겸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캐리(John Kerry)도 2004년 출산 권리를 지지하자(2004년 대선 당시 그는 낙태 불법화에 반대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낙태에 반대하지만 미국은 정교분리 국가”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 역자주) 이와 유사한 역풍을 맞았다. 조 바이든의 신앙을 간헐적이라거나 교회와 동떨어져 있다고 깎아내리려는 시도도 이와 마찬가지다. 


골수 가톨릭 우파는 많은 후원금을 받는 시민단체, 프란치스코 교황을 반대하는 주교들, 그리고 공직 생활에서 ‘가톨릭 신앙이란 낙태를 반대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지난 수십 년간 결집해온 단일 이슈 근본주의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보수 운동과 공화당에 있어서 이는 매우 왜곡되기는 했으나 아주 유용한 정치 신학이고, 반면 이는 전통적인 가톨릭 윤리신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정치 참여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은 신중함과 더불어 구체적 상황과 불완전한 선택에 폭넓은 윤리원칙을 적용하고, 복합적인 문제뿐 아니라 후보들의 성격과 의도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갖춘 양심을 강조한다. 교회 분석가 톰 리스(Tom Reese) 사제가 < RNS >에서 지적했듯이 어떤 후보의 낙태에 관한 입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주교들의 투표 권고는 공화당 전당대회의 극소수 가톨릭 신자들과 트위터 상에서 큰 목소리로 떠드는 주교들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주교들은 매 대선 때마다 미국 주교회의가 발표하는 「신자 시민들의 양심을 양성하기 위해」에서 “가톨릭 신자는 어떻게 투표할 것인가에 대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가톨릭신자는 본인이 그러한 입장을 지지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악행이라 할 수 있는 낙태, 안락사, 조력 자살, 고의로 노동자나 가난한 이를 비인간적 생활환경에 종속시키거나 혼인을 본래 의미를 위반하는 방식으로 재정의 한다거나 인종차별적 행태 등을 조장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해서는 안 된다. 이런 경우 가톨릭신자는 심각한 악에 공식적으로 동조했다는 죄책감을 갖게 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유권자는 후보자가 어떤 근본적인 악행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후보자가 인간 생명과 존엄을 포함하는 그 외 다른 윤리 문제에 무관심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 


트럼프의 가장 열렬한 가톨릭 지지자들은 미국 주교회의가 “인종차별적 행동”을 “근본적으로 악한 행위”로 분류했다는 사실을 절대 거론하지 않는다. 트럼프주의가 대체로 백인 민족주의와 의도적으로 인종주의적 원한을 자극하기 위해 고안된 노골적 호소라는 점에서 이러한 침묵은 놀랍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마찬가지로 나는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사건 이후 “인종차별과 모든 형태의 소외를 외면한 채 모든 인간 생명의 신성함을 보호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을 인용하는 “친생명” 트럼프계(MAGA) 가톨릭신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게다가 가난한 이들과 “이미 태어난 이들”의 생명도 “태중 안의 생명과 동일하게 신성하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조 역시 일관적인 생명윤리 원칙과 연계되는 반면, 공화당 홍보물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빠져있다.


교회 지도자들이 낙태 지지 등과 같은 바이든의 입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합당하다. 질서를 지켜 선거에서 문제가 되는 상호연계 된 사회정의 문제와의 문맥 속에서 반론은 다원적 사회에 필요한 건강한 토론의 일부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바이든의 입장을 “친 태아살해”라고 왜곡하거나 일부 주교들과 같이 한 개인이 자신을 가톨릭신자라고 말할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이러한 토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의 가장 내밀한 신앙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종교적 비방이다. 사목자들이 이러한 행동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로 인해 더욱 혼란스러워 진다. 그렇기 때문에 시카고의 블레이스 수피치(Blase Cupich) 추기경도 최근 주일 강론에서 이를 언급한 것이다. “단 한 순간도 우리가 서로의 신앙 여정을 판단하여 어떤 사람은 충분히 그리스도교 신자가 아니라거나 가톨릭신자가 아니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추기경이 바이든 또는 이렇게 주장한 주교들을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예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강조한 셈이다.


오랫동안 진보 가톨릭 신자들이 받았던 비난과 마찬가지로 바이든을 “이름만 신자”라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톨릭 구내식당” 메뉴에서 후보를 고르게 되어 기뻐하고 있다. 편의에 따라 인종차별, 이민자의 존엄,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무시하거나 괄시하는 이 가톨릭 신자들은 자기들이 비난하고 있는 선택적 신학에 빠진 것이다. 


그리고 매우 손쉽게 사람들을 “반가톨릭”적이라고 비난하는 자칭 신앙의 수호자들은 가톨릭 신앙을 가진 공직자가 신앙을 공격받을 때 침묵하거나 그 행렬에 동참하기까지 한다. 뻔뻔하게 바이든의 신앙과 그의 영혼의 상태를 판단하는 사람은 자신들의 이념적, 정치적 목적에만 맞다면 그들 스스로 “반 가톨릭주의”의 한 형태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에는 진정 가톨릭적인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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