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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성소수자 부부’는 “강복 대상 아냐” - 교황청 성소수자 차별 아니라면서도 전통적 혼인관 강조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3-17 13:55:46
  • 수정 2021-03-18 19: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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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liances > (사진출처=Robert Cheaib)


지난 15일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발표한 문건에서 동성 간의 혼인, 결합에 성사를 통한 강복을 할 수 있느냐는 질의(dubium)에 “교회는 동성 간의 결합을 강복할 권한이 없다”고 말해 성소수자 차별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교황청 공보실을 통해 발표된 신앙교리성 문건의 제목은 ‘동성 간 결합의 강복에 대한 신앙교리성의 응답(responsum)’이다. 질의 내용은 “교회가 동성 간의 결합을 강복할 권한이 있는가?”였고 응답은 “아니다”였다.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Luis Ladaria) 추기경은 이러한 응답이 나온 근거들을 교회법적으로 상세히 서술하며 이번 문건이 성소수자를 배척하거나 차별하는 행위로 비추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미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의 문제와 현대사회에서 핵가족,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DINK)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가톨릭교회가 수용해온 전통적인 혼인관을 내세워 성소수자를 차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총‧전투함도 축성하는 마당에 동성 부부는 ‘성사 대상이 아니니 안 된다’?


신앙교리성은 해당 질의에 대한 응답 설명문에서 가톨릭교회가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250항과 청년 시노드 최종문건 150항을 인용하면서도 가톨릭교회 내에서 성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성사를 통해 주어지는 “강복은 성사의 범주에 속해있다”고 강조했다.


신앙교리성은 “특정 인간관계에 강복이 간구되었을 때, 이에 참여하는 사람의 올바른 지향뿐만 아니라 강복을 받는 대상이 객관적, 긍정적으로 은총을 받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질서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혼인하지 않은 채로 동거하는 이들을 비롯하여 “동성 간의 결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안정적일지라도 혼인 외적으로 성적 활동을 수반하는 관계나 동반관계에 강복을 내리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선언했다. 


교황청은 그러면서도 “이러한 관계 속의 긍정적인 요소들은 그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고 소중히 여겨져야겠으나, 이 같은 결합의 문맥에 있어서 긍정적 요소들이 창조주의 계획에 맞지 않는 결합의 문맥 속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를 정당화하고 합법적인 교회의 강복 대상으로 만들어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동선 간의 결합을 강복하는 문제가 합법적이지 않다고 선언하는 일은 불의한 차별이 아니고, 그럴 의도도 없으며, 그보다는 교회의 이해방식에 따른 전례와 성사의 본질을 상기하는 일인 셈이다”


신앙교리성은 이러한 동성간 혼인 강복을 교회법에 맞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일이 절대로 성소수자를 차별, 비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신앙교리성은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그 목자들은 동성애 성향을 가진 이들을 존중으로, 섬세하게 환대할 의무가 있으며,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이들에게 온전한 복음을 선포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동시에 (동성애 성향을 가진) 이들도 교회가 진심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그리스도교 신앙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교회의 가르침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질의에 대한 응답이 교회의 가르침이 제시하는 하느님의 계획에 충실하게 살아가려는 의지를 표현하는 동성애 성향을 가진 개인을 강복하는 일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분께서는 죄악을 강복하시지 않으셨고, 그럴 수 없었다. 죄 있는 사람에게 강복을 주어 그가 그분 사랑의 계획에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그분을 통해 변화할 수 있게 만드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교황청이 이와 별도로 발표한 논평에서 동성간 결합에 강복을 내릴 수 없다는 판단이 “인간에 대한 어떤 판단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또 다시 강조했다. 교황청은 별도의 논평 내내 이것이 절대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교회법적, 성사적 이유를 나열하면서 “이러한 선언은 교회가 모든 사람을 인간으로, 그리스도인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실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교회의 언어”


가톨릭교회의 ‘조심스럽고 사려 깊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가톨릭교회 언론들의 반응은 이번 교황청의 발표가 경직된 교리를 내세운 성소수자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경직성을 보여주듯 가톨릭교회 소식에 정통한 프랑스 일간지 < La Croix >는 “입장이 바뀌기는커녕 이번에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재천명되었다”며 “교리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신앙교리성이 이러한 선언을 하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든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소수자 옹호’ 인터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소수자 부부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자 일부 가톨릭계에서 교회가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것이냐는 식으로 호도하면서 크게 반발하자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연인으로서 그들도 시민으로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을 뿐 교회법적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문까지 발표한 된 바 있다.


프랑스 일간지는 프랑스 가톨릭교회 성소수자들은 이번 문건에 “분노와 황당함과 더불어 일종의 피로와 당혹을 느끼고 있다”고 전하면서 프랑스에도 십여 명 정도의 사제가 성소수자 부부의 강복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추정했다. 


일간지와 인터뷰를 가진 익명을 요청한 한 사제는 “조금 답답하다”며 “많은 성소수자들은 또 다시 현실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교회의 언어에 의해 버림받는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동시에 교황청도 계속해서 교리에 동성애가 본질적으로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못박고 있는 만큼 달리 답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은 미국 가톨릭교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예수회가 운영하고 있는 예수회 월간지 < America >도 “미국 성소수자 가톨릭 신자들과 그들과 연대하는 이들이 신앙교리성의 발표에 아연실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덤 대학에서 신학과 사회윤리를 가르치고 있는 성소수자 사제인 브라이언 메신게일(Bryan Massingale)은 < America >에 이번 발표가 성소수자에게 분명 상처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인간은 사랑하고자 하는 내재적 욕망과 함께 태어난다”며 “같은 성별의 구성원에게 끌리는 사람들이 아무 근거도 없이 내재적, 태생적 죄인으로 묘사되게 만드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주교회의 의장, 교황청 입장에 “기쁘지 않다”


현재 성소수자 강복 문제와 더불어 현대사회에서 가톨릭교회의 ‘가장 문제적인’ 교리와 입장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는 독일 주교회의 의장 게오르그 베칭(Georg Batzing) 주교도 이번 신앙교리성 발표에 입장문을 내고 교황청의 입장에 “기쁘지 않다”고 밝혔다. 


베칭 주교는 “독일과 전 세계 여러 교회에서 최근 과학적 연구결과와 오늘날 사람들의 상황을 열린 태도로 받아들여 교리의 전반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에 대한 토론이 있어왔다”며 “이러한 문제는 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호주 브리즈번 대교구장 마크 콜러리지(Mark Coleridge) 대주교도 자신의 SNS에 "여성을 서품할 수 없다고 말하는 교회가 어떻게 여성을 의사결정직에 포용할 것인가를 질문해야 하듯이, 동성혼을 강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교회는 어떻게 동성 부부를 포용해야 할지를 질문해야 한다"며 가톨릭교회 안에서도 교회법을 내세우기 보다는 성소수자 부부의 포용에 초점을 맞춰 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들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온 미국 시카코 대교구장 블레이스 수피치(Blase Cupich) 추기경은 신앙교리성의 성명서가 "새로운 것이 없다"면서도 "이는 교리의 가르침과 더불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소수자와 그들이 교회와 맺는 관계에 관해 했던 격려의 발언이라는 문맥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응답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는 것도 이해할만하다"며 "이를 통해 우리 대교구와 보편교회는 우리 신앙의 가정 안에 모든 성소수자들을 환대하고 격려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데 있어 창의적이고 흔들림 없는 태도를 유지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성소수자 가톨릭 단체 < New Ways Ministry >는 교황청의 이번 발표를 “무력한 결정”이라며 “교황청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가톨릭 신자들이 그들이 내놓은 답에 만족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맨하탄대 종교학 교수 나탈리아 임페라토리-리 교수는 < NCR >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신학이 전통적으로 동성애자들을 묘사하는데 사용해왔던 ‘그 자체로 무질서’라는 표현을 지양하도록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새 교령은 동성 혼인을 죄악과 동일시 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는 성소수자들이 하느님의 모습대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반하는데, 그럼 무엇이 죄인가?”라고 질문했다.


동성애를 여전히 ‘병’으로 바라보는 가톨릭교회, 교리에 관해 솔직하게 논의해야


가톨릭교리는 실제로 동성애 행위를 “그 자체로 무질서”한 것으로, 동성애 성향을 “객관적으로 무질서한 것”으로 정의하여 이 자체를 부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가톨릭교리 2357-2358항 참조).


그러나 동성애는 이성애와 다를 바 없는 개인의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으로 그 자체로 긍정 또는 부정적 판단의 대상은 아니다. 


가톨릭교회가 혼인과 출산을 중심으로 한 사회구조 유지에 기여하는 입장에 따라 그러한 교리를 택했다한들, 그에 기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부정하고, 나아가 공동체 안에서 그들을 ‘없애는’ 일원화를 시도하는 것은 ‘가톨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처사인 셈이다.


미국 독립 가톨릭 언론 < NCR > 편집장 헤이디 슈럼프(Heidi Schulumpf)는 < CNN > 기고문에서 “가톨릭 사제들은 병자, 학생, 선생, 죄수, 새 건물, 차, 심지어 총과 전투함까지 축성할 수 있는 마당에 교황청의 새 교령에 따르면 결혼한 동성 커플에게는 강복을 내릴 수 없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슈럼프 편집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록 다른 전임 교황들에 비해서 훨씬 더 성소수자를 포용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교회의 가르침을 변화시키는 문제에 있어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소수자를 향한) 걸음마에 감사하면서도 이제는 큰 발걸음을 내딛을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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