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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들의 일상적 관심사를 떠난 제사는 하느님께 닿지 못한다 - [이신부의 세·빛] 파스카 제사의 인본주의적 성격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7-16 10:12:59
  • 수정 2021-07-16 10: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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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간 금요일(탈출 11,10-12,14) ; 마태 12,1-8

 

불떨기를 모티브로 하여 하느님을 뵙고 노예살이하는 동족을 해방시키라는 소명을 받은 모세는 히브리인들을 계속해서 무료 노동력으로 삼아 거대한 석조 건축물을 다수 지음으로써 국가의 기본질서와 종교질서의 상징으로 삼으려던 파라오와 이집트인들과 대결하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피라밋과 이를 지키는 스핑크스, 자신들이 하늘과 통하는 태양의 후손임을 알리려던 높은 오벨리스크탑 등이 노예 노동력으로 건설하려던 이집트의 당면 목표였습니다. 


산이 없는 사막 지형에 세워진 이집트 제국이 먼 거리에서 돌을 채굴하여 운반한 다음 가공하여 거대 석조건축물을 만들자면 그들은 히브리 노예들의 노동력이 필수였습니다. 그래서 아홉 번에 걸친 재앙에도 불구하고 파라오는 요지부동이었고 갈수록 마음이 완고해지고 강팍해질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모세를 시켜 내민 마지막 카드가 맏배를 죽이는 재앙이었습니다. 

 

이 마지막 재앙에서 히브리인들이 구출될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표지를 알려주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일년 된 흠 없는 수컷의 양이나 염소를 잡아서 탈출 전날 밤의 식사로 하고, 그 짐승의 피를 문설주에 발라서 불칼을 든 하느님의 천사가 알아보고 지나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나가다’는 뜻의 파스카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하였습니다.  

 

그 이후 이스라엘 민족은 해마다 일년 중 가장 큰 명절로 파스카 축제를 행해왔지만, 그 해방적 성격은 잊혀지고 있었던 가운데 예수님께서는 의도적으로 당신의 죽음을 파스카 희생양으로 삼고자 하셨고, 따라서 축제 전날 밤에 최후의 만찬을 제자들과 함께 거행하심으로써 세세대대로 미사가 하느님께 바쳐드리는 해방의 제사가 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해방의 대상은 히브리인들처럼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 사회적 약자들만이 아니라 평소에 자비와 정의가 베풀어져야 할 경제적 약자들, 그러니까 불평등과 양극화로 신음하며 일상의 먹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백성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식일 제사를 계승하는 미사의 주안점은 굶주림과 소득 불안정을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이들을 염려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에 두어야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관심사를 떠난 제사는 하느님께 닿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바, 하느님의 관심사가 바로 힘 없는 다수 평범한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꽂혀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바쳐드리는 미사는 해방을 위한 파스카 제사이며 또한 일상의 삶을 돕기 위한 제사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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