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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하늘 나라의 문을 열쇠로 여는 방법 - [이신부의 세·빛] 기약없이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8-05 10:42:40
  • 수정 2021-08-05 10: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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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8주간 목요일(2021.8.5.) : 민수 20,1-13; 마태 16,13-23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관한 믿음을 고백한 베드로에게 하늘나라를 열 수 있는 열쇠를 주셨습니다. 같은 믿음을 고백한 우리 그리스도들도 모두 같은 열쇠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신자들이 이 열쇠의 사용방법을 모르고 있는 듯 하여 그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필요한 일에는 일치가, 불확실한 일에는 자유가, 모든 일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사목헌장, 92항).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5년 간 가장 논의가 치열했고 길었던 사목헌장 토의를 마치면서 교부들이 신자 개개인들과 지역 교회의 임무로서 맺음말에 달아놓은 결론입니다. 교회 내부에서 신자들끼리는 물론, 그리스도 교회 안에서 갈라진 교파들 사이에서도, 여러 종파들과의 대화에서도 심지어 사회에서 다양한 입장의 이념 집단들과도 두루두루 통용될 수 있는 대화의 원칙이 이렇게 해서 나왔습니다. 

 

먼저, 필요한 일이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일을 말합니다. 이는 하느님의 뜻에서 직접 나오는 최고선과 공동선을 이룩하는 일을 말합니다. 이 최고선과 공동선을 가로막는 세력이 우상숭배요, 마귀입니다. 따라서 타협하거나 굴복함이 없이 이 최고선과 공동선을 지키기 위하여 일치해야 하고, 일치가 어려우면 일치가 이루어질 때까지 악과 싸워야 합니다. 


최고선이란 하느님의 뜻에서 직접 나오는 가치로서 자유와 평등이며, 정의와 평화입니다. 공동선이란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최고선을 실현하기 위하여 보여주신 가치로서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지 않고는 자유와 평등도, 정의와 평화도 이룩될 수 없으며, 이 가치들도 인간을 위하여 주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일이란 이 최고선과 공동선의 가치들을 실현하자는 데 일치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앞세울 것인지, 언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등에 관한 부수적인 일들을 말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에 따라 상호 자유를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자유에 따라 달라질 것들이 많겠으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모두가 하느님을 닮아야 할 자녀들임을 명심해서 사랑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난 2천 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고, 온갖 시행착오를 겪어 본 가톨릭교회가 최고의 권위로 최고의 지성들과 함께 알아낸 하늘나라의 문입니다. 그러나 일치와 자유와 사랑의 십자가를 짊어질 때라야 그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일입니다. 

 

그 옛날 므리바의 바위에서 하느님께 반항했던 무리들이나, 예수님을 기적을 일으킬 능력자로만 보던 군중이나, 또는 하늘나라를 원하면서도 십자가는 멀리 하려 했던 베드로는 이 하느님의 일을 한낱 사람의 일로 세속화시키려 했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죽은 후에 하늘나라의 문을 열겠다고 이 세상에서 그 열쇠를 쓰지 않으면, 베드로가 열어줄 때까지 기약없이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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