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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기 - [이신부의 세·빛] 식별·판단한 것을 많은 이들과 실천해야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10-22 13:11:16
  • 수정 2021-10-22 1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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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간 금요일(2021.10.22.) : 로마 7,18-25; 루카 12,54-59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기후와 기상을 알아내기 위한 자연의 징표는 잘 읽으면서 하느님의 뜻을 알아내기 위한 시대의 징표는 왜 읽을 줄 모르느냐고 군중에게 질타하셨습니다. 그리고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하고 나무라기도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들으며 질타 당하고 나무람을 받는 군중은 오늘날로 말하면 일반 시민들이라기보다는 교회의 평신도들입니다. 

 

평신도들은 사회에서 선과 정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선뜻 잘 나서지 못합니다. 그래서 성직자들이 평신도들 곁에서 동행하며 사회적 문제에 창의적으로 응답하도록 북돋아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함께 하는 가운데 성령의 이끄심을 받을 수 있고 또 객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성령께서 부여하시는 신앙 감각을 존중하는 가운데, 공동으로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 교회의 쇄신이며 시장 민주주의에게도 빛을 비추어주는 가톨릭 민주주의입니다. 

 

로마 제국의 심장부에서 우상숭배 풍조에 흔들려가면서도 용감하게 사도들의 선교 없이 스스로 신앙 공동체를 이룬 로마 교우들에게 사도 바오로도 함께 하고자 로마서를 써서 보냈습니다. 때로는 격려하고, 때로는 질타하면서도 그는 진정성 있게 함께 하고자 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진정성이 돋보이는 대목은 바로 오늘 독서 내용입니다. 

 

그는 자기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부끄러움을 간직한 채 고백하였습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마는 자기 자신의 유약함을 고배한 것입니다. 이렇듯 비참한 영혼 상태를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사도 바오로의 본심은 누구나 하느님 앞에 이렇게 솔직하자는 뜻처럼 보입니다. 그 고백의 결론이,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이 비참한 처지에서 구원해 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라는 것인데, 이 지점에서 그의 편지는 사적 편지임에도 공적인 권위를 지니게 됩니다.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지만 혼자 하기 어려우면 함께 해서라도 공동으로 식별해야 하고, 그렇게 식별하고 판단된 바를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성령의 이끄심을 받아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평신도들의 현실도피적 경향과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와 영적 세속성을 넘어서, 올바른 일을 서로가 함께 식별하고 판단하여 새 하늘 새 땅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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