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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죄에 물들지 말도록 - [이신부의 세·빛] 우상숭배와 부마현상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2-02-11 17:57:30
  • 수정 2022-02-11 17: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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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News)


연중 제5주간 금요일(2022.2.11.) : 1열왕 11,29-12,19; 마르 7,31-37


오늘 독서는 다윗이 뿌린 불륜과 살인죄의 씨앗과, 그 씨앗으로 태어난 솔로몬이 거둔 우상숭배의 열매가 결국 나라를 분열시키고 말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윗을 배출한 유다 지파와 사울을 배출한 벤야민 지파만 남고, 나머지 열 지파가 따로 독립하여 나감으로써, 이집트 탈출 후 3백년 만에 간신히 세운 나라는 둘로 쪼개지고 말았습니다(1열왕 12,21). 


그런가 하면,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만나신 귀 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 주신 이야기였습니다. 마귀들은 사람들이 하느님 대신에 우상을 숭배하느라 비어 놓은 틈바구니로 들어와서 마음을 차지하고 몸을 조종합니다. 귀 먹고 말 더듬는 증상은 마귀 들린 부마현상의 하나였습니다. 부마현상은 우상숭배의 결과요, 우상을 숭배하는 일은 온갖 마귀를 불러들이는 원인입니다. 


이 둘 사이에는 원인과 결과라는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세에서든 내세에서든 하느님 없는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우상숭배자들은 물론 이에 물든 무신론자들이나 하느님을 도저히 알 수 없다고 여기는 불가지론자들 모두 내세를 기다리지 않으며, 현세에서도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그런 현실은 불가능하다고 체념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돈이나 권세, 지식이나 명예가 주는 현세적 이익과 그로 인한 편리함을 추구하는데, 마치 신앙인들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진리나 정의를 추구하듯이 몰두합니다. 


부마자들이 귀 먹고 말 더듬는 증상은 차라리 고치기라도 쉽지만, 우상숭배자들이 진실의 목소리에 귀 먹고 정의의 말을 더듬는 증상은 그들이 우상을 버리지 않는 한 절대로 고치지 못합니다. 이 증상은 불신과 의심으로 번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렇듯 하느님 없이 죄악으로 가득 찬 세상을 성경은 지옥이라 말합니다. 


그런데 이들처럼, 19세기 프랑스 사람들도 겉으로만 천주교 신자였을 뿐 의심과 불신 증상이 팽배했었습니다. 18세기 말에 자유와 평등과 형제애라는 최고선 가치를 부르짖는 혁명이 일어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 움직임이 교회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회가 무신론자들로 낙인찍은 시민혁명세력에 의해 일어났기 때문에, 사람들 마음속에는 교회는 물론 하느님께 대한 불신이 팽배했고 서로에 대한 의심도 만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불심과 의심에 물들지 않고 순수한 신심을 지니고 있었던 소녀 수비루 베르나데트에게 1858년 오늘 프랑스 루르드 마사비엘 동굴에서 성모 마리아께서 발현하셨습니다. 당신이 바로 “원죄 없이 잉태되신 여인”이심을 밝히시며 세상의 죄에 물들지 말도록 당부하신 것입니다. 하느님 없는 지옥에서가 아니라 죄에 물들지 않은 천국에서 살라고 초대하신 것이지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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