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강릉의 반복된 재해, 뜨거워진 바다의 경고
  • 이원영
  • 등록 2025-09-09 12:44:28
  • 수정 2025-09-09 12:45:44

기사수정


원전 온배수, 강릉 기후재해의 숨은 원인일 수 있어


강릉지역은 기후재해가 너무 빈번하다. 이번 가뭄뿐 아니라 최근 이십여년만 따져도 태풍, 대형산불, 폭설 등 각종 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원래 동해안은 백두대간과 동해라는 지리적 특성 탓에 ‘푄 현상’이 생기면서 비가 와도 땅이 금세 마르고, 가파른 경사 때문에 수분 저장이 어렵다. 여기에 영동 지방 특유의 국지풍인 양강지풍(襄江之風)이 대형 산불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 그림 1. 올해 5월~8월의 강수량 평년비 : 강릉 부근은 연평균 대비 35% 이하의 강수량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한반도를 둘러싼 해류의 움직임도 원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해양학자들에 의해 알려진 해류의 모식도를 소개하면 연합뉴스에서 보도한 그림과 같다.



▲ 그림 2. 한반도주변 해류 모식도 (연합뉴스)



그런데 최근 해수온도를 측정한 데이터가 발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작년에 발표된 논문 가운데 2021년~2023년까지 인공위성으로 수온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것이 있었고 그중 2023년 4월에 관측된 해수온도 지도(그림 3)가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 그림 3. 위성 관측된 한반도 해역의 수온(2023년 4월) (임채영 외 5인, 한반도 연안 해역에서의 Sentinel-3 A/B SLSTR 피층 해수면온도 검증, 한국지구과학회지, 2024년 10월호에서 재인용)



▲ ​그림 4. 위 지도의 동해안 해역 확대 부분



이 지도를 자세히 보면 동한난류의 동선에 맞추어 따뜻한 해류가 흐르고 있음이 뚜렷이 관찰된다. 대마난류에서 갈라져서 북상하는 동한난류는 부산 울산 경주 울진에 있는 핵발전소를 경유하면서 강릉을 지나 북한한류를 만나 울릉도 쪽으로 크게 선회한다.


선회하는 바다는 수심이 깊다. 그 논문에서는 위성에서 관측한 수온을 실제의 바다현장에서 실측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실측지도에는 그 수심을 나타낸 정보도 표기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 지도를 보면 깊은 수심의 바다표면 위쪽으로 동한난류가 널리 흘러가는 모양새가 관찰되는 것이다. 수심이 깊으면 바닷물의 양도 많다. 바닷속 울릉분지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그 일대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온의 물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그 위의 해수표면을 동한난류라는 따뜻한 물이 흘러다니고 있는 것으로 유추된다.


문제는 원래 따뜻한 난류에다 많은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이 더해져서 바다를 더욱 뜨겁게 하고 있다는 정황이다. 핵발전소는 핵분열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발생하는 열의 3분의 2는 온배수로 강과 바다에 버려지고, 3분의 1만 전기 생산에 이용된다. 원전(1000㎿급)은 1초 동안 해수 70~100톤을 냉각수로 사용해 7℃가량 따뜻하게 데워 바다로 내보낸다. 이 온배수 때문에 원전은 바닷물을 데우는 장치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동해안에서 가동중인 원전은 부산 고리 7개, 경주 월성 5개, 울진 6개 등 모두 18개다. 이들 원전에서 초당 최대 1800톤이 쉴새없이 나오면 하루 1억 5천만 톤이 나오고 연간 배출량은 560억 톤이다. 낙동강의 연간 유량이 110억 톤이라고 하니 무려 5배다. 얼마나 많은 물을 쏟아내는지 알 수 있다.


따뜻한 물은 표층수로 바다 위로 넓게 퍼지면서 열기를 내뿜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을 극대화한다. 그 많은 뜨거워진 물들이 배출되면 바다는 어떻게 될까?


2013년에 MBC는 강원 주문진 50㎞ 앞바다 표층수 온도가 31℃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주문진이면 강릉보다 북쪽이다. 위의 그림 4는 뜨거워진 해류가 소용돌이치듯 맴돌면서 동해안에 머물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바다 위의 대기도 비슷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강릉의 기후재해는 이 해양 기단의 영향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실측 전문가는 “원전 온배수 영향은 반경 30㎞까지 미친다. 특히 미역 등 겨울 양식업에는 큰 피해를 준다”는 주장을 한다. 뜨거워진 바닷물은 어족자원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전남 영광 등 원전이 들어선 지역에서 생활해온 어부 등은 원전 온배수로 오랫동안 고통을 호소해왔다.



▲ 그림 5. 한반도 해역의 수심지도 위에 수온실측위치를 표기한 것(상기 논문에서 인용)



바다는 대기보다 50배가량 많은 이산화탄소를 머금고 있다. 게다가 바다는 인류가 매년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0% 상당을 흡수하는데, 이는 식물·토양 흡수량의 3배 이상이다. 해수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는 수온이 상승하는 만큼 대기로 방출된다. 원전 온배수는 기압변화에 영향을 줘 태풍을 강화하거나 태풍의 움직임을 유도한다. 해양산성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독일 헬름홀츠해양연구소(GEOMAR)는 2013년에 해양산성화가 심화할수록 미세한 플랑크톤 군집이 더 번성해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를 방해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바닷물 수온 상승은 바다가 머금고 있던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는 것은 물론, 해양산성화를 통해 이산화탄소 흡수도 방해하는 셈이다.


원전은 다른 발전소보다 훨씬 많은 온배수를 배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온배수 배출이 정확히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측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3년 전에는 이런 조사도 없이 원전 냉각용 바닷물 수온 기준을 31.6℃에서 34.9℃로 높이는 무책임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 물이 7℃ 올라가면 41.9℃가 된다. 뜨거운 목욕탕 물이다. 이런 바다에 어떤 생명체가 살 수 있겠는가? 기후 이전에 생명의 파괴부터 발생한다.


지금 한국은 지구촌에 대한 책임을 망각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강릉 가뭄을 계기로 이제라도 원전 온배수 배출 영향을 낱낱이 조사하고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원영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국토미래연구소장

전)수원대 교수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불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필진정보]
이원영 :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국토미래연구소장, 전)수원대 교수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