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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예수 21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08-17 13:21:21
  • 수정 2016-03-23 16: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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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 무렵에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13 그리고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으셨다. 그들을 사도라고도 부르셨는데, 14 그들은 베드로라고 이름을 지어 주신 시몬, 그의 동생 안드레아, 그리고 야고보, 요한,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15 마태오, 토마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열혈당원이라고 불리는 시몬, 16 야고보의 아들 유다, 또 배신자가 된 유다 이스카리옷이다. 17 예수님께서 그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가 평지에 서시니, 그분의 제자들이 많은 군중을 이루고, 온 유다와 예루살렘, 그리고 티로와 시돈의 해안 지방에서 온 백성이 큰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18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도 듣고 질병도 고치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리하여 더러운 영들에게 시달리는 이들도 낫게 되었다. 19 군중은 모두 예수님께 손을 대려고 애를 썼다. 그분에게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었기 때문이다.”(루가복음 6,12-19)





예수가 사람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을 루가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했다.(루가 4,31.44; 5,1.3; 6,6) 그러나 예수 가르침의 ‘내용’이 무엇인지 루가는 이제 처음으로 소개하려 한다.


밤에 예수는 산에서 기도하며 혼자 있다. 낮에 12제자들은 산에 올라가 예수와 함께 있다. 낮에 또 다른 제자들과 군중은 들판에서 예수와 제자들과 함께 있다. 바뀌는 장면과 시간과 사람들을 구분하고 그 특징을 보면 재미있다.


산에서 예수의 밤샘 기도, 제자들 부름, 산에서 내려와 군중을 만나는 모습 셋이 연결된 단락이다. 유다와 예루살렘, 오늘 레바논 지역에서 몰려온 엄청난 군중이 들판에서 예수와 함께 있는 장면이다. 예수 추종자 단합대회 또는 출정식을 방불케 한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과 논쟁한 후 예수는 기도하러 산으로 올라간다. 논쟁 후 기도가 필요할까. 논쟁하기 전에도 기도가 필요하다. 논쟁은 결국 하느님에 대한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이다. 좋은 논쟁은 사람들을 하느님께 다가서도록 도울 수 있다. 예수가 어느 산에서 기도했는지 루가는 말하지 않는다. 12절에서 예수가 밤을 새워 기도했다는 말은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계명을 받은 역사와 예수의 기도를 연결하려는 루가의 의도에서 나왔다.


루가는 이미 여러 곳에서 예수의 제자들을 언급하였다.(루가 5,30; 6,1) 루가복음에서 처음으로 예수는 오늘 단락에서 제자들을 불러 특별한 임무를 맡긴다. 예수는 가까이 부른 제자들 중 12명을 뽑아 사도라고 부른다.


마르코복음에서 열두 제자는 부활 이전 예수의 복음 선포에 동반자로 소개되었다. 바울은 부활한 예수의 증인을 사도라고 불렀다.(고린토전서 9,1) 루가에서 사도는 예수 활동의 참된 증인이다.(루가 1,2; 사도행전 1,21-25) 초대교회에서 사도들에게 특별한 존중을 받았다.(사도행전 1,21-; 2,14-; 15,22-)


12제자의 이름이 똑같이 소개되지는 않았다.(마르코 3,16-19; 마태오 10,2-4; 사도행전 1,13) 야곱의 12아들 이름도 똑같이 언급되지는 않았었다.(창세기 49장, 신명기 33장, 판관기 5장) 12제자 명단에서 시몬은 언제나 맨 처음 소개되었다. 시몬이 베드로라는 호칭을 언제 얻었는지 루가는 말하지 않는다.(마태오 16,18; 요한 1,42와 다르다.) 시몬의 형제 안드레아는 시몬보다 먼저 부름 받은 것으로 나온다.(요한 1,40) 안드레아는 야곱, 요한과 함께 맨 처음 언급되는 4인방 제자에 속한다.(마르코 1,16-20)


루가는 예수의 12제자 부르심을 왜 이제야 6장에서 뒤늦게 소개할까. 루가는 왜 가난한 사람들보다 제자들을 훨씬 나중에 소개할까. 제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제자들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있다.


사제는 교회와 신자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조하였다. 한국의 일부 사제들은 군림하는 경향이 있다고 교황은 2015년 3월에 한국주교단 앞에서 경고한 바 있다. 성직자가 곧 교회인 것처럼 아직도 착각하는 사람들은 루가의 깊은 뜻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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