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꽉 막힌 관을 뚫어주자 사막으로 피가 번지고 발렌타인데이. 발렌티노 성인은 3세기의 성인으로 군인이 절실히 필요한 때에 전쟁을 나가는 군인이 결혼으로 인해 군대에 소홀할 것을 염려해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결혼 금지령을 내리자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몰래 혼배미사를 올려주었던 의사이자 사제였단다. 오늘이 발렌티노 성인의 순교 축일이다. 로마의 코스메딘성당(‘진리의 입’으로 알려진, 로마시대 하수구 뚜껑이 있는 성당)이 발렌티노 성인의 유해를 모시고 공경하는 곳이다, 2019-02-15 전순란
- ‘산다는 건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흘러 낡은 것을 밀어내는 일’ 보스코의 관상동맥 중 제일 중요한 가운데 동맥이 꽉 막혔단다. ‘심장이 더 이상 깨끗할 수 없을 만큼 깨끗합니다’라는 답을 듣고 지리산에 내려가 두고두고 그를 구박하려던 나의 요망사항이 무산되어 아깝다. 2019-02-13 전순란
-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꼭 눈이 올 것 같은 날.‘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다시는 우리 부모가 아이들 낳지 못하게 해 주세요.’‘아이를 돌보지 않는 어른들은 진절머리가 나요.’‘사는 게 X같아요.’어제 본 영화 “가버나움”에서 열두 살짜리가 재판정에서 내뱉는 말들이다.... 2019-02-11 전순란
- [휴천재일기] 몬타누스파, 그리고 여자 예언자들의 눈부신 활약 2019년 1월 28일 월요일, 맑음사람을 사귀는데도 긴 세월을 함께 하다보면 곰삭은 음식처럼 깊고 은은한 맛이 난다. 어떤 사람들과는 뜰에서 갓 뜯어온 푸성귀 겉절이 같은 신선하고 풋풋한 맛이 있어 좋지만, 역시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 맛은 세월 속에 녹아 있다. 내게 그런 맛을 내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이다.90... 2019-01-30 전순란
- [휴천재일기] 공소식구들 두부해먹기 공소식구들이 두부를 함께 해 먹기로 해서 모니카가 농사지은 콩을 내고, 가리점에 있는 비비안나네 집에 두부 만드는 기구가 있어 그 집에서 모여 두부를 만들기로 했다. 당산나무 앞에서 내 차로 콩과 사람을 싣고 가기로 해서 12시 30분에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보니 드물댁네서 마르타 아줌마가 나오는데 다리를 심하게 전다.... 2019-01-25 전순란
- [휴천재일기] 사람들에게 첫 여행지는 평생을 두고 돌아가고 싶은 곳이기도… 윤병훈 신부님의 ‘네팔 기행문’을 페북에서 읽으며 불과 달포 전의 일인데 네팔에서의 열흘이 아득한 옛날의 일 같이 가물거리고 그리워 다시 가고 싶어진다. 그런데 실상 우리 인생에서 국내도 아니고 연고도 없는 이국땅을 다시 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이탈리아를 가게 되는 것도 자연 풍광보다는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어서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의 기억은 늘 아릿한 통증을 동반할 정도로 마음을 사로잡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첫 여행지는 평생을 두고 돌아가고 싶은 곳이 되곤 한다. 2019-01-23 전순란
- [휴천재일기] 꽃씨를 땅에 묻는 예식 2019년 1월 15일 화요일, 흐림11시에 미루와 이사야가 휴천재에 왔다. 오늘 담양 ‘천주교공원묘원’ 살레시오 수도자 묘역에 영원히 쉬러 오는 신 신부님을 보러 가는 길. 좋아하던 사람을 떠내 보내며 텅 빈 가슴에 위로가 되어 주려고 찾아온 친구와 함께 하니 가는 길에 큰 위안을 받는다. 우리가 우울할까봐 이사야가 귀요미 미루를 놀리며... 2019-01-18 전순란
- [휴천재일기] 하느님과 사람들에게 안 부끄러울 ‘맵시있는 삶을 살고 간…’ 1997~98년 우리 부부가 로마에서 안식년을 지낼 때 살레시안 신학생 셋이 함께 와서 공부를 하고 있었고 98년 봄엔 셋이서 부제품을 받았다. 이태석, 백광현, 신현문 세 사람 모두 살레시안대학교에서 한국을 빛내는 에이스들이었다. 우리가 이태를 살던 산갈리스도 카타콤바 경내에 있는 VIS(Volontari Internazionali Salesiani)에서 보스코더러 한국을 소개하는 강연을 해 달래서 내가 아예 ‘한국의 날’ 행사를 꾸린 적 있다. 그때 로마에서 공부하던 살레시오수녀회 안젤라 수녀님과 쌍벽을 이뤄 사물놀이를 곁들여 고전무용을 기막히게 추어낸 사람이 바로 신현문 신부다. 2019-01-14 전순란
- [휴천재일기] 남해에서 기해년 해맞이 어제 오후 4시쯤 단선생 치과에서 이를 빼고는 아직 마취가 안 풀린 어눌한 말투로 이가 아파 정신이 없어 서울집에서 쉬고서 1월 2일에 임플란트 기둥을 박고서 내려겠다고 보스코와 오빠에게 마지막 전화를 하고는 핸드폰 배터리가 2%밖에 안 남아 더는 전화를 안 받았다. 2019-01-02 전순란
- [휴천재일기] 은총과 섭리의 손길은 늘 그저 놀라울 뿐… ‘꿈속에나 보는 화이트크리스마스’ 제일 먼저 작은아들의 축하전화를 받았다. 본당에 가서 전야미사를 공동집전하고 새벽까지 ‘숨비소리’ 아이들과 파티를 벌였단다. ‘아빠한테만 선물을 했고 엄마는 지나쳤네요. 하긴 부부는 일심동체니까 받은 걸로 하세요.’ ‘그런 게 어디 있어? 주의 공현 대축일까지는 성탄절로 간주하고 사후 접수도 가능하니 염려 말아라.’ ‘그럴 일은 없을 꺼에요, 엄마.’ 라는 통화가 오갔다. 2018-12-28 전순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