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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무덤인들 볕이 안 비치랴 마는 누구의 무덤인들 볕이 안 비치랴 마는‘개구리’라 부르던 친구가 며칠 전 죽었다 그 친구를 친구라 부르는 것은 그야말로 친구가 아니라 오다가다 만난 사이여서 그리 부를 뿐 다른 뜻은 없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 친구와 나는 기름밥을 먹었다 기름밥으로 몇 푼 번 돈으로 내가 청소년들과 씨름하는 동안 그 친구는 더... 2020-02-18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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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이 되어 그릇이 되어-사도행전 9장파리 떼 앉은 밥그릇을 바라보고 있었다두런두런 낯선 목소리를 뒤로 하고며칠 동안 일어난 일을 그는 되새김질 했다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이 생각났다 하늘에서 쏟아지던 선명한 빛그의 둘레에 내리쏟던 빛그리고, 그 목소리처음 들었지만 낯익은 그 목소리어둠으로 빨려 들어가던 눈동자칠흑 같은 어둠의 두려움... 2020-02-11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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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이 땅 2020년 2월 이 땅적신赤身걸린 십자가 바라보는 일은격리된 환자들 숨소리 듣는 일참 아득하고 민망하기 그지없는 일푸른 하늘 사라진 미세먼지우두커니 매달린 검은 새저물도록 흐르지 않는 붉은 강사람들 소란 속에서돌아누운 격리된 환자는땅에 글을 쓰던 예수의 마른 등그대 지금 어디 있는가그대 지금 어디 있는가묻고 또 묻는 저 목소... 2020-02-04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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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 그와 나그는 건너갔다쏟아놓은 말들과그 말이 일으킨 하얀 포말들을 뒤로 하고하늘의 묵묵黙黙이 있는 곳으로그는 노 없이 건너갔다그를 따라 내 말을 따라다니는 거짓과내 발걸음을 따라다니는 위장막을 떼려외나무다리 건너듯숨죽여 건너가려는 나그는 몸을 내어놓고 있다하늘의 黙黙앞에 그는 그의 몸을-하얀 목을 내어놓고 있다시시... 2020-01-28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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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생각 너의 생각신은 진흙으로 사람을 -당신 모상대로- 빚었지만사람들은 욕망으로 신을 -사람의 생각대로- 빚었다머리와 입술과 가슴에 성호를 그을 때마다 -사람의 생각은- 꿈틀댔고 -사람의 생각을- 감추었다신은 당신 모상을 빚고 참 좋아했지만사람들은 욕망 모상을 빚고 참 좋아했다신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말했지만사람... 2020-01-21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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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기원채우소서당신 사랑으로 저의 몸을거부하는 나의 밑바닥검은 마음을 밀어내어당신 사랑을 채우소서오늘도 아침은 밝음으로 다가오고저녁은 어둠으로아니 인간들이 만든 거짓 밝음으로 옵니다비추소서당신 밝음을 세상 모든 것에얼굴을 가리고더러운 것은 모두 가리려는세상의 잘못된 겸손을당신 밝음으로 채워주소서알게 하소서태... 2020-01-14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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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k Road 그대와 함께 걷는 길 그대와, 그대와 함께 만든 길 그대와, 그대와 함께 머문 길 있는 그대로 실크로드 그대와, 그대와 함께 춤춘 길 그대와, 그대와 함께 나눈 길 그대와, 그대와 함께 안은 길 있는 그대로 비단 길이다 2020-01-07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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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새해 거듭 새해거저 받으라고 보내준 편지를 펴보니‘새해’라고 두 글자 적혀있다테두리도무게도색채도 없는 그 어떤 속에나를 담는다삼백육십닷새를 살라는 새해가 아니라이젠 사랑하라는 새해다거듭 새해다 2019-12-31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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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줄여라 줄여라 네 일 년을 한 문장으로 네 평생을 한 단어로 뺄 것은 빼고 너 아닌 것은 흘리고 조려라 거듭 조려라 속살에 네가 담기도록 뼈 속에 스며들어 흐르지 않도록 남은 자들이 그것을 태우든지 땅에 묻어 썩히든지 그리하여 남는 것은 네가 아니니 네가 아니니 줄여라 조려라 그대가 남을 때까지 2019-12-24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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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시험이 어려운 나라 해방 이후 대학별 단독 시험부터 시작된 어리석고도 미친 교육 정책은 앞으로 한번 뒤로 두 번 걷는 스텝을 밟으며 좌우전후상하로 질주했다 대학입학 국가연합고사 대학입학 자격국가고시 대학입학 예비고사 대학별 본고사 대학입학 학력고사 대학입학 수학능력고사 고교내신제 논술고사 학생부 종합전형 수시 정시 면접 2019-12-17 김유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