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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 볼 하늘이 있어 다행이다 하느님 거기 없는 줄 빤히 알면서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 열고 하늘을 본다 그나마 쳐다볼 하늘이 있어 다행이라 여기며 멀고도 멀고 시리디 시린 무심한 하늘을 본다 2019-12-10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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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이론을 위한 동시통역 평행이론을 위한 동시통역 총선 전 북미회담 반대 하옵나이다Please, Please, Please성탄 외 예수오심 거부 하옵나이다Amen, Amen, Amen 2019-12-03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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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그 불같은 말 불을 댕겨라 노동자의 거친 손등에서 노동자의 강철 같은 발등에서 노동자의 타들어가는 가슴에서 불을 댕겨라 불을 댕겨라 전태일의 불붙은 손에서 김용균의 부릅뜬 눈에서 쌍용자동차 스물두명의 처절한 무덤 속에서 불을 댕겨라 2019-11-26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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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에게 아저씨가 젊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를 하는 날이 더러 있어 그런 날이면 막내 딸이 나에게 미리 ‘경고’하는 것이 있지 물론 술 먹지 말라는 말이 첫 번째고 두 번째가 방탄소년단에 대해서 말할 때는 ‘공손’하게 말하라고 하더군 젊은 세대들에게 그만큼의 존중과 소중한 정을 받는다는 점에서 자네들이 왕부럽기도 해 진심으로 하는 말일세 2019-11-19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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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너의 정무적 감각 어느 녀석 둘이서 말이야 서로 쌍심지 치켜세우고는 침 튀기며 하는 말이 “존경하는”하면서 상대를 부르더라고 상대의 쌍심지를 존경한다는 건지 속으로는 동물자식을 존경한다는 건지 혹여 존경을 욕으로서 주먹감자 먹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말이야 그런데 쌈빡질 하는 두 녀석 앞에서 허우대 좋은 한 녀석이 “나는 정무적 감각이 없어서리”라고 흰소리를 하더군 정무 감각이 없어서 한 집안을 아작내고 정무 감각이 없어서 피의자 조사 없이 기소하고 정무 감작이 없어서 칠십군데 하수구를 온통 뒤지고 그러니 서로 존경하는 두 녀석이 어이없어 웃더군 2019-11-05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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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한 줄로서 그의 생을 기록했다 당신이 지상에서 떠나자 슬퍼할 틈도 없이 사람들은 부산스러웠습니다 어떤 인연이 있었냐고 숨은 이야기와 알려지지 않은 사진이 있냐고 사람들은 여기서 묻고 저기서 기웃거리는 동안 당신은 소리 없이 첫 제의를 다시 입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늘을 보듯 고개 숙인 채 땅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당신은 수줍은 미소로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2019-10-29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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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칼을 준 사람에게 칼을 휘둘렀다. 불가피는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천재지변처럼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나 혹은 검은 구름의 태풍 때 아닌 우박이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불가피란 것이다 그런데 너는 칼을 휘두르면서 불가피하다고 했다 너는 칼을 쥐어준 사람에게 그 칼을 썼다 너는 활인검을 살인검으로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너는 불가피했다고 중얼거렸다 2019-10-22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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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관련 언론 보도의 문제점과 보수 언론의 의도 2019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지명하고, 9월 9일 임명되기까지 그리고 나서 현재까지 날들이 지나가는 동안 한국사회는 자유한국당발 1라운드와 검찰발 2라운드의 주연을 바꾸어가며 진행 되었다. 앞에 말한 1, 2라운드의 진행과정을 언론은 언론 본연의 자세를 내버리고 과열 보도, 무분별 보도, 묻지마 보도, 마구잡이 보도, 걸면걸린다식의 보도 등 질릴 정도로 전개하였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언론’을 진보 혹은 보수라는 진영논리로 말했지만 보수는 악랄하게 악의에 찬 보도를 이어나갔고, 진보언론이라고 불리던 매체들은 어느새 좀비로 변한 듯 했고, 기생언론은 기성언론을 베껴 쓰는 일을 감행했고, 유튜브를 이용한 개인방송은 이전투구 그 자체였다. 사실 웬만큼 관심을 가지고 보는 사람마저도 ‘뭐가 뭔지’ 모를 정도가 오늘의 언론판이다. 2019-10-15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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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의 최후를 아는가 성찰하라 그리고 명심하라청와대 대변인의 목소리가 엷은 열기를 담고 퍼졌다“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 데도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 주시기 바랍니다. 검찰개혁은 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같은 법 제도적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 2019-10-01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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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베리에게 네 얘기를 들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아저씨는 너의 나이 네 곱쯤 되도록 살았는데 그래서 어떤 말보다 먼저 “미안해”라고 말하고 싶어 너의 꿈과 유년을 빼앗아버린 숱한 주범과 공범들이 주인공 노릇을 하고 있는 세상은 돈이라는 뿌리치질 못할 유혹과 외면이거나 무관심이라는 끝내주는 편리성이 지구별을 기어이 파멸로 넣고 있어 2019-09-25 김유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