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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움’은 ‘없는 것’이다 < 하이데거에서의 존재와 성스러움 >이라는 논문⑴에서는 하이데거가 횔덜린의 시를 통해 제시해 보인 성스러움의 특징들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정리하였다. 즉 온전함(전체성), 열려 있음(개방성), 자신을-숨김(은닉성) 그리고 신비스러운 힘(작용성) 등이다. 우리는 하이데거가 밝혀 보인 성스러움의 차원과 다석이 생각한 성스러움의 ... 2020-01-13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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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의 끝까지 깨져 다다르게 된 체험이 ‘깨달음’이다 서양의 문화와 역사에서는 존재, 즉 ‘있음’이 주도적인 근본 낱말이었다. 존재에 대한 이해가 일상생활을 각인했고, 학문세계를 이끌었고, 예술세계와 종교세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간의 관계맺음, 다시 말해 자신과의 관계맺음, 타인과의 관계맺음, 사물과 도구와의 관계맺음, 문화와 역사와의 관계맺음, 초월과의 관계맺음 등 모든 관계맺음이 존재이해의 지평 안에서 펼쳐졌다. 서양의 역사는 시간 속에 주어진 존재의 ‘자신을-보냄’에 인간이 응답해온 역사다. 2020-01-06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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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에서 하느님과 연락이 끊어지면 이승의 짐승이다 한얼님은 무한 공간과 무한 시간을 채우고 있는 신령한 힘을 말한다. 우리는 이를 절대생명이라고 이름할 수 있다. 사람이 얼나이기 때문에 절대생명인 한얼과 소통할 수 있다. 다석에 따르면 ‘성스러움’, 즉 ‘거룩함’은 한마디로 ‘없이 계심’이다. 인간이 이 ‘없이 계심’에 가까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인간에게 더 이상 ‘성스러움’도, ‘신적인 것’도, ‘신성’도 없어져 버린 것이다. 우리가 이 ‘없이 계심’에 대한 시야를 되찾지 못하는 한 우리는 떠나버린 신의 도래를 기대할 수 없다. 이 거룩함은 몸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마음의 눈으로도 볼 수 없다. 오직 얼의 눈으로만 볼 수 있다. 인간이 얼나로 솟나야만 그 성스러움을 맞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로 그 성스러움과 하나가 될 수 있다. 2019-12-30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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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인 우리는 전체인 하느님을 잃어버렸다 다석이 없음, 텅빔, 빈탕과 하느님을 함께 설명하는 부분들을 정리하여 구별지어 보도록 하자. 다석은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은 본디 이름이 없다. 하느님에게 이름을 붙일 수 없다. 하느님에게 이름을 붙이면 이미 신이 아니요 우상이다.”⑴ 그럼에도 인간은 이름할 수 없는 하느님을 다양하게 불러왔다. 그러한 다양한 부름 속에는 부르... 2019-12-23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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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개념으로 거머쥘 수 없는 존재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하늘’을 본 삼아 사유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그 하늘은 무한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을 포함하는 쪼개질 수 없고 나뉘어질 수 없는 온전한 전체라고 파악하였다. 서양의 종교발달사에 익숙한 사람들은 즉시 다음과 같이 토를 달아 해설할 것이다. 인류의 시작에 인간의 종교적인 의례와 제도가 발달하지 ... 2019-12-16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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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 어느 언어에서건 드러나게 또는 드러나지 않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근본 낱말은 ‘있음’ 또는 ‘존재’일 것이다. 그리고 있음에 대한 이해에 따라 개인의 인생관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고 민족의 세계관이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 증거를 멀리 가서 찾을 필요도 없다. 바로 우리들 자신이 그 증거다. 백 년 전 한국인의 삶, 자연관이 지금 우리의 인생관, 세계관과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기만 하면 된다. 인간의 ‘눈’은 단순히 생물학적 기관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눈은 보이지 않는 의미로 짜여진 미세한 그물망이다. 예전과 오늘날 의미의 그물망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2019-12-09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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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구중심 사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태양을 꺼라! >라는 화두는 다석이 직접 외친 말은 아니지만 서구사상에 대비해서 다석 사상을 가장 극명하게 부각시킬 수 있는 문구이기에 표제어로 삼았다.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서양사상은 눈앞의 존재를 강조하는 현전의 형이상학, 이성으로 어둠의 세력을 내모는 계몽의 변증법, 인간의 지배 의지를 무조건 관철시키려 드는 의지의 현상학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문화만을 중심권으로 인정하고 다른 모든 문화는 주변문화로서 계몽되어야 하고 선교되어야 할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철저한 < 서양중심 사상 >이다. 2019-12-02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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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고 무시해버린 ‘무’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근대화의 추세는 종교개혁 이후 전개되기 시작한 계몽운동과 그 맥을 같이한다는 것이 거의 공통된 견해이다. 종교적 내지는 형이상학적 세계관이 인간의 생활세계를 고루 통제하여 모든 영역을 통합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통일적인 세계관이 종교개혁 이후 무너지기 시작하며 세계가 분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을 존재하는 모든 것의 제일원인이자 창조주로서 보는 형이상학적 세계관은 이제 그 자리를 이성적 세계관에 내주어야 했다. 신은 이성에 의해서 세계가 다스려지도록 창조했고 인간에게 이성적 능력을 부여해줌으로써 인간이 세계를 관장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것이다. 신은 역사의 전면에 나설 필요가 없고 이제부터는 인간이 이성으로써 모든 것을 설명하고 다스리고 통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의 세속화는 시작되었고 신은 점차 인간들의 일상생활에서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2019-11-25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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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인류의 고향을 찾아서 ‘태양을 꺼라!’ “철학은 본디 고향에 대한 향수, 즉 어디에서나 가정을 꾸미려는 충동이다.” (노발리스) 독일의 유명한 물리학자이며 철학자인 칼 프리드리히 폰 바이체커(Carl-Friedrich von Weizsäcker)는 과학과 철학을 이런 식으로 비교하고 있다. 과학은 마치 아주 밝은 탐조등(서치 라이트)으로 불을 밝히고 불빛 속에 들어오는 모든 영역을 빈틈없이 구석구석 철저하게 탐구 조사하여, 거기에서 발견되는 것들을 정밀한 과학적 방법으로 설명해내어 삶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적 절차에는 나름대로의 어두운 면이 있음을 폰 바이체커는 지적하고 있다. 즉 탐조등을 켜면 그전보다 모든 것을 훨씬 더 밝게 볼 수 있지만 그 불빛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그전보다 더한 어두움 속으로 가라앉아 버린다는 점이다. 2019-11-18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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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오늘날의 공자, 노자, 장자가 되어보자 우리는 우리가 처해 있는 시대적 상황과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철두철미 서구화되었다. 이제는 서양 것이 더 이상 서양만의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 것이 되어버렸다. 그러기에 충효나 옛 것을 고집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역사, 전통, 문화 속에서 다원주의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논리나 문법을 가지고 현대의 인류가 더불어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인류의 문화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2019-11-11 이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