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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民]을 위한 글씨, ‘한글’로 철학한 다석 글은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알리는 도구 다석 사상의 뛰어남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언문, 암글이라고 무시되고 천시 받아 온 로서 학문할 수 있고 철학할 수 있음을, 아니 철학해야 함을 보여준 데 있다. 다석은 우리말 속에서 말건네 오고 있는 하느님의 소리를 듣는다고 믿었으며, 바로 우리말 속에 우리의 독특한 삶의 방식, 사유방식, 철... 2019-11-04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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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처음에, ‘언어’가 계셨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인가, “언어능력의 생명체”인가 20세기 들어서서 새롭게 등장한 화두는 언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이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다”라고 철학의 시작에 규정하였다. 여기서 ‘이성적 동물’이라는 규정은 본래 그리스어로는 ‘언어의 능력이 있는 생명체’라는 뜻이다. 세계... 2019-10-28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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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모는 왜 우리말로 철학하기를 강조했을까 얼마 전에 나는 큰 책방에서 철학책들을 훑어보다가 『한국철학의 흐름』이라는 책이 눈에 띄어 반가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그러나 흐뭇한 기분도 잠시 차례를 읽어 내려가던 나는 깜짝 놀랐다. 한국철학의 전체적인 흐름을 다루고 있다는 그 책이 마지막으로 다룬 사상가가 다산 정약용이었기 때문이다. 정약용은 1762년에 태어나서 1836년에 명을 달리한 사상가이다. 그를 끝으로 하여 한국철학의 흐름은 멈추었다는 이야기다. 이 얼마나 황당한 주장인가? 한국철학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는 이야기다. 2019-10-21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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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모, 우리말로 철학한 최초의 한국 사상가 이 글에서는 다석 류영모의 철학적 의미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나는 오랫동안 여러 각도에서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무엇보다도 먼저 글을 쓰는 나 자신에게 주제가 분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제가 함축하고 있는 방향과 내용들을 검토해보기로 하였다.우선 주제에서 ‘철학적 의미’라는 문구... 2019-10-14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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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음을 통해 신(神)에 이르는 길 벨테는 세속화된 현대인들도 수긍할 수 있는 새로운 <신 존재 증명>을 그의 대표적인 저서 『종교철학』에서 시도한다.(1) 벨테는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사실에서부터 출발한다... 2019-10-07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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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떠나버린 자리, 언제든 다시 깃들일 수 있는 빈 자리 벨테는 ‘경험 가능한 없음’으로부터 등을 돌리기커녕 그 속으로 보다 가까이 들어가려 한다. 어떤 것 속으로 제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것의 구조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없음의 구조’는 어떠한가? 여기서 말해지는 ‘없음’은 ― 사물이든 사람이든 상관없이 ― ‘있는 모든 것’과 관계한다. 이 말의 의미는 ‘없음’에는 그 테두리, 즉 한계가 없다는 것, 다시 말해, ‘없음’이 ‘끝날 수 없는 됨됨이(무한성)’의 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없음’은 만족을 모른다. ‘없음’은 모든 것이 없어질 때까지 지속된다. ‘없음’은 ‘끝날 수 없는 심연’이다. 없음에는 바닥도 끝도 없다. 따라서 ‘없음‘은 어떠한 규정성도 거부한다. ’없음‘을 규정할 수 있으려면, 모든 것을 끝없이 부정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없음‘ 속에서의 ’부정성‘, 즉 ’아니게 하는 됨됨이‘는 ’끝날 수 없는 것‘인 셈이다. 2019-09-30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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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떠나버린 시대에 신을 만날 수 있는 방식 벨테는 오늘날 현대인들이 신 또는 신적인 것에 대한 경험을 확신하지 못하게 된 것을 근대의 ‘세속화’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로 인해 오늘날 서양의 ‘우리들’은 신의 ‘있음’에 대해 명백하게 말하지 못한다. 즉 있다고도, 그렇다고 없다고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종교적 경험’은 우리들로부터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2019-09-23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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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많은’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영역 있음의 기준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경험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임이 어느 정도는 암시되었다. 인간은 흔히 자신이 경험할 수 있는 것만을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과학이 만능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현대에 와서는 더욱 그렇다. 20세기 초반 과학의 오만은 극에 달해 “과학에 의해 풀 수 없는 수수께끼란 없다”고 큰소리치기에 이른다. 어느 우주인이 처음으로 우주 공간을 다녀와서 “우주에도 신은 없더라”고 말한 발언은 이런 오만함의 한 표식일 뿐이다. 2019-09-16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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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은 심약한 사람들의 도피처인가 철두철미 세속화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 신에 대한 이야기는 과연 의미가 있을까? 21세기 최첨단 과학기술과 정보화시대를 눈앞에 둔 우리에게 신에 대한 이야기는 시대에 뒤떨어진, 덜 문명화된 인간들의 어리석음의 표지 아닌가? 모든 것이 과학에 의해 투명하게 설명되고 유지되고 있는 고도로 문명화된 현대... 2019-09-09 이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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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데레사가 증명한 ‘없이 계신’ 하느님 이제 허무주의 시대에 영성의 불꽃을 지핀 하나의 사례로 마더 데레사를 살펴보자. 마더 데레사는 아시아적인 영성의 기틀을 마련하였고 그 방식대로 삶을 사신 분이다. 진리에도 여러 가지 양태와 등급이 있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관점에서 볼 때 그 규정은 달라진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다섯 가지 하느님 존재증명의 길도 있는 것을 통해서 최고로 있는 것인 신을 증명해 내려고 한 것이다. 마더 데레사의 하느님은, 최고 꼭대기의 창조주로서의 하느님이 아니라, 없음 속에 텅 빈 채 있는 ‘없이 계신’ 하느님으로서의 절대자였다. 2019-09-02 이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