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느님을 지렛대로 움직여 겨레의 마음과 정치판도를 올바로 잡아가는 사제단 보스코의 오죽(烏竹) 사랑은 대단하다. 휴천재를 짓자마자 토마스가 산죽(山竹) 몇 그루를 뒤꼍에 심었는데, 그때는 많은 걱정이 앞섰다. 서울집에도 생각 없이 정선생 댁에서 시누대 한 웅큼을 얻어다 집 앞 축대 밑에 심었다. 고 작은 식물이 뿌리를 뻗고 또 뻗어 온 집안 빈터를 헤집고 다니며 뽑아내도 뽑아내도 어디선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 공격은 끔찍하여 보는 족족 뽑아내는데도 서울집 정원식물의 반은 걔들이다. 2019-07-17 전순란
- ‘내가 행복하다 여겨질 땐 주변도 한번 둘러보라!’ 보스코의 생일. 1942년생이니 만 77세. 본인 말로는 참 오래 살았고 지금 죽는다 해도 기쁘게 그분께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을 것 같단다, “주님께서 너에게 잘 해주셨으니 고요로 돌아가라, 내 영혼아!”라는 시편 구절 그대로. 2019-07-12 전순란
- 아베의 무역전쟁이 우리 탓이라고? 모처럼 하루를 뒹굴며 코엘료의 소설을 읽었다. 긴장을 풀고 쉰다는 게 주목적이었는데, 어제 차를 몰며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에 냉방병이 걸렸는지 머리가 쑤셨다. 또 어젯밤 오빠네 집에서 농익은 자두들 버리기 아까워 허겁지겁 주워먹은 게 탈이 났는지 밤새 속이 불편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과 내일 이틀간 미루네 효소로 절식을 하기로 하고 보스코에게만 아침, 점심, 저녁을 차려주었다. 2019-07-05 전순란
- ‘모든 영광일랑 북미에 돌리고 우리에겐 평화만!’ 내 친구 실비아가 살고 있는 동네가 바로 원주였고 그곳에서 그 친구의 남편이 자동차운전학원과 골프연습장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땅에 ‘혁신도시’가 들어와서 정부가 친구네 땅을 몽땅 수용하여 한동안 힘들어 했고 비록 보상금을 받았지만 운전학원은 접고 다른 곳에 골프연습장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2019-07-01 전순란
- 우리 마음은 아직도 ‘한국동란 피난길’ “여보, 내일부터 장마가 온다는데 어제 못다 캔 감자는 어쩌죠?” 간단하게 요기하고 새벽에 아예 감자를 캐자는 그의 의견. ‘성나중씨’가 웬일로 ‘나중에’ 캐자는 말을 안 하고? 그답지 않은 멘트에 서둘러 아침 요기를 하고 바구니에 음료를 챙겨 텃밭으로 내려갔다. 드물댁이 씨감자를 심었는데 워낙 듬성듬성 심어서 소출이 작년에 절반밖에 안 된다. 그래도 남의 손으로 지은 농사이니까 할 말은 없다. 2019-06-26 전순란
- ‘죽음은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 씨앗으로 심겨져 자란다’ 어제 19일. ‘남편이 탄 비행기(루프탄자)가 갑자기 중국이 자기나라 영공으로 못 지나가게 하는 바람에 출발도 연발을 거듭하다가 일본 하늘을 지나 시베리아로 돌아서 프랑크푸르트에 내렸단다. 항공사에서 마련한 호텔에서 자고 이제야 쮸리히로 간다는 소식을 받았다’는 친구의 문자를 받았다. ‘어처구니없는 중국’이라는 말과 함께 ‘같은 날 두 시에 떠난 빵기는 어찌되었냐?’고 물어도 왔다. 2019-06-21 전순란
- ‘죽 쑤어서 개 주는’ 꼴 더는 없어야 며칠 전부터 오리털 이불이 너무 덥다. 남들이 말하기를 오리털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천연 온도조절 용품이라고 여름에도 계속 덮으란다. 그러나 말이 그렇다는 얘기지 어떻게 두꺼운 겨울 이불을 덮나, 정상적인 체온을 가진 사람들이? 하지는 가까워 오고 밤에도 25도 넘는 기온인데? 2019-06-19 전순란
- 두분이 부창부수(夫唱婦隨)와 부창부수(婦唱夫隨)를 번갈아 멋있게 살고 가셨다 이희호 여사님이 돌아가셨다. 언제나 곧고 청초한 대나무처럼 반듯하셨던 날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떠날 때까지 지키셨던 그 기개가 부럽기도 하고, 이제 하느님 품에서 먼저 가신 김대중 대통령님과 반갑게 만나셔서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니 정말 그렇게 하실 분들이다. 우리나라 여성운동 제1세대를 대표하는 분이어서 내게는 더욱 존경스럽다. 두 분이 부창부수(夫唱婦隨)와 부창부수(婦唱夫隨)를 번갈아 멋있게 살고 가셨다. 2019-06-12 전순란
- ‘교황이 만일 북한을 방문하면 성당 안 나오겠다’ 큰소리치는 신도들 날이 밝으면 몇 시인가 시계도 안 보고 옷 먼저 입는다. 사물이 보이는 시간이니 밭에서든 마당에서든 할 일은 늘 충분하다. 보스코가 ‘다섯 시도 안됐는데 어딜 가냐?’고 묻는데 ‘멀리 안가니 걱정 말라’고 했다. 그도 따라 일어난다. 늘 오밤중에 일어나 일을 하다 다시 자는 습성을 가졌기에 그는 낮잠을 꼭 자는데 어제는 사촌 종호서방님이 찾아와서 쉬지 못 했다. 2019-06-05 전순란
- 담장은 남이 넘보지 못하지만 자기도 그 안에 갇히는 장벽 2019년 5월 30일 목요일, 맑음아침기도를 하자는데 그가 은근한 목소리로 창밖을 내다보며 '여보, 왔어!‘ 란다. 주어가 없이 한마디 동사로 표현해도 알아듣는 사이가 부부다. 그의 찬탄어린 어조, 설레이는 표정, 행여 쉬이 가실까 염려스러운 눈빛, 조용한 말소리는 손님이 눈에 띄는 걸, 시끄러운 걸 싫어해서다. 나는 즉시 내가 취할 행동... 2019-05-31 전순란